[집중분석]왜 오리온은 안드레 에밋에게 '중앙'을 강요하나

기사입력 2016-03-22 11:24


멤피스와 오클라호마의 경기. 멤피스가 오클라호마 케빈 듀란트가 공을 잡자, 아이스 디펜스를 하고 있다. 듀란트의 수비수가 이미 스크리너의 앞에 대기하고 있고, 스크리너의 수비수는 45도 미드 레인지 지점에서 듀란트의 오른쪽 돌파를 경계하고 있다. 사진출처=유투브, BB 브레이크다운

아이스(ice)라고 불리는 2대2 수비 방법이 있다. 국내에서도 일찌감치 도입, 즐겨쓰는 수비 방법이다.

핵심은 수비수가 볼 핸들러를 코너로 모는 부분이다. 때문에 오른쪽 윙(3점슛 45도 지점)에서 공격자가 볼을 잡은 뒤 2대2를 시도하려는 경우, 수비수는 오른쪽을 일부러 열어주고, 스크리너 앞에 대기해 있는 것이다.

결국 볼 핸들러는 중앙 쪽으로 갈 수 없고, 코너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수비수가 오른쪽을 열어줬기 때문에 공격자는 쉽게 코너로 진출할 수 있고 돌파할 수 있다. 하지만 수비팀에서는 스크리너의 수비수가 골밑에 대기, 볼 핸들러를 체크한다. 감각적인 패싱력이나, 빅맨이 정확한 외곽슛을 갖춘 팀에게는 쓸 수 없는 수비 전술이다. 스크리너인 빅맨이 외곽에서 그대로 오픈 찬스를 받을 수 있고, 포인트가드가 감각적 패싱의 소유자의 경우, 절묘한 패스로 2대2 공격을 완성시킬 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골든스테이트 스테판 커리와 드레이먼드 그린의 콤비에게는 쉽게 쓸 수 없는 전술이다.

하지만, 이 수비는 유용한 점이 많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수많은 공격 옵션이 파생되는 드리블러의 중앙돌파를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공격자가 중앙으로 진입할 때, 수비수는 수많은 공격 전술을 체크해야 한다. 반면, 코너로 들어갈 때는 오히려 압박의 찬스가 생긴다. 오리온 추일승 감독은 "상대를 코너로 몬 뒤 순간적으로 트랩을 들어가는 파생되는 수비 옵션을 쓸 수 있다. 흔히 국내에서는 '레드'라고 부른다"고 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코너로 몰 때 그 선수가 오른손잡이인가, 왼손잡이인가에 따라 오른쪽으로 몰 것인가, 왼쪽으로 몰 것인가를 신경쓴다. 오른손 잡이면 보통 왼쪽 코너로 몰고, 왼손잡이면 그 반대다. NBA와 달리 국내에서는 양손 패스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선수가 드물기 때문에 패스 각도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다시 강조하지만 핵심은 무궁무진한 옵션을 가지고 있는 중앙 돌파를 효율적으로 저지하는 것이다.


김동욱은 에밋이 톱과 윙의 중간지점에서 공격을 시작할 때 왼쪽을 막고 있다. 중앙으로 진입을 강요하는 수비 움직임이다. 사진출처=MBC스포츠+, 네이버 스포츠
그런데 오리온과 KCC의 챔프전에서는 그 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번 챔프전 시리즈의 최대 변수는 안드레 에밋이다.

오리온의 조 잭슨과 애런 헤인즈가 있지만, 에밋을 어떻게 막느냐에 따라 시리즈 결과는 요동칠 수밖에 없다.

오리온은 1, 2차전 에밋 수비를 주로 김동욱이 맡는다. 그리고 장재석과 최진수가 돌아가면서 마크한다. 에밋의 공격 지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중앙이다. 그리고 양쪽 윙이다.


이때 김동욱의 수비는 중앙 쪽이 완전히 열려 있다. 즉, 에밋이 오른쪽 윙에서 잡으면 오른쪽을 막고 왼쪽을 열어준다. 왼쪽에서는 그 반대다. 즉, 중앙돌파를 유도하고 있는 식이다.

중앙으로 돌파하면, 수많은 공격 옵션이 파생된다. 하지만, 오리온과 KCC의 선수구성을 보면 중앙돌파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오리온의 경우 높이와 스피드를 모두 갖춘 포워드들이 많다. 에밋이 중앙 돌파를 할 경우 보통 2-3 형태의 지역방어 수비 움직임이 나온다. 골밑으로 들어오는 경우, 트리플 팀이 들어온다. 모두 뛰어난 높이를 지닌 포워드진들이기 때문에 순식간에 패싱레인을 차단할 수 있고, 돌파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

패스가 가능하지만, 중앙 돌파 후 에밋의 패스 타이밍은 약간씩 느린 경우가 많다. 게다가 수비 밸런스 때문에 외곽슛이 약한 신명호나 정희재 등을 쓰면, 오리온은 의도적으로 버리는 경우도 있다.

오리온은 에밋의 중앙돌파를 '강요'하고 있다. 보통 수많은 공격 옵션을 창출하는 하이 포스트가 에밋의 '덫'을 놓는 장소가 되고 있다. 이 부분을 에밋이 '핫 존'으로 만드느냐가 이번 챔프전의 향방을 가를 최대 변수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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