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LG, 청주에서 정규시즌 홈경기 왜?

기사입력 2016-09-27 08:56


지난해 9월 23일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창원 LG-안양 KGC의 경기 모습. 화성=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프로농구 창원 LG가 23일 오후 경기도 화성종합운동장 내 실내체육관에서 안양 KGC와 정규리그 홈 경기를 펼쳤다. LG는 화성과 수원, 평택 지역의 농구 저변을 넓히고 평택 LG산업단지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에게 농구 관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연고지 창원이 아닌 화성에서 홈 경기를 개최했다. KBL 김영기 총재(가운데)가 경기장을 찾아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화성=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남자 프로농구 창원 LG 세이커스가 충북 청주를 찾아간다. 2016~2017시즌 정규시즌 2게임을 청주대 체육관에서 개최한다.

창원 LG는 시즌 개막에 앞서 KBL(한국농구연맹)과 청주대, 청주시와 협의를 마쳤다. 김완태 창원 LG 단장이 이승훈 청주시장을 만나 지원을 약속받았다. 구단 관계자는 10월 22일 개막하는 2016~2017시즌 전반기(1~3라운드)에 청주 홈경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시즌 경기도 화성에서 홈경기를 개최한데 이어, 두 시즌 연속으로 새로운 시도에 나선다.

오랫동안 남자 프로농구를 접하지 못한 청주팬들에겐 희소식이다. 지난 2001년 SK 나이츠(현 서울 SK)가 연고지를 청주에서 서울로 옮기면서, 청주는 남자농구 '불모지'로 전락했다. 2001년 3월 24일 열린 SK-창원 LG전 이후 빈공간으로 남아있었다. 여자 프로농구 KB 스타즈가 청주에 자리잡고 있다고 해도, 남자농구와는 또 다르다.

창원 LG는 이전에도 청주경기 개최를 검토했으나, 몇가지 난관에 부딛쳐 불발됐다. 이번에는 2013년 개장한 4500석 규모의 청주대 체육관을 확보해 경기장 문제를 해결했다. 또 청주시가 적극적인 자세로 호응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하는 창원 LG 구단의 적극적인 의지가 만들어낸 결과다.

물론, 모기업 최고위층의 든든한 지지가 뒷받침됐다. 김완태 창원 LG 단장은 "지난 6월 구단주 보고를 거쳐 추진했다"고 했다. 청주시에는 LG전자, LG생활건강, LG 하우시스 등 LG그룹 계열 6개사 공장에 1만명이 넘는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남자농구 저변확대, 흥행뿐만 아니라, LG 농구단을 통한 직원 결속력 다지기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단순한 경기를 넘어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있는 청주경기다.

남자 프로농구의 위기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은데,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지난 세 시즌 연속으로 관중이 감소했다. 2013~2014시즌에 130만3988명이 경기장을 찾았는데, 2014~2015시즌 117만1687명, 2015~2016시즌 103만905명으로 줄었다. 외국인 선수 규정을 고치고, 경기규칙을 손봤으나,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감독의 승부조작, 선수들의 불법 스포츠 토토 베팅 등 악재까지 겹쳤다. 프로의 '젖줄' 아마
경기를 승리로 마친 창원 LG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화성=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농구가 무너지고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도 있다. 스포츠 산업적인 측면, 비용 투자대비 홍보효과를 따져봐도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남자 프로농구다. 현실에 안주해선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기 어렵다.

창원 LG는 지난해에도 새로운 시도를 했다. 지난해 9월 23일 2015~2016시즌 프로농구 정규시즌 홈경기 안양 KGC 인삼공사전을 경기도 화성실내체육관에서 개최했다. 연고지가 아닌 지역에서 홈경기 개최는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우려의 시선이 있었지만, 성공적으로 마쳤다. 프로농구 저변 확대와 함께 화성 인근 평택에 모기업 LG전자 공장이 위치한 걸 고려한 경기였다. 김영기 KBL 총재는 "창원 LG같은 노력이 프로농구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NBA(미국프로농구)는 지난 7월 덴버 너게츠와 인디애나 페이서스의 2016~2017시즌 정규리그 경기를 내년 1월 영국 런던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멕시코와 인접한 애리조나주에 연고지를 두고 있는 피닉스 선스는 내년 1월 정규시즌 홈경기 2게임을 멕시코시티에서 연다. 댈러스 매버릭스와 샌안토니오 스퍼스가 함께 한다. NBA 경기가 멕시코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 최고의 농구리그 NBA까지 외연 확대를 위해 나선 것이다.


그동안 창원 LG는 연고지인 창원, 경남 울타리를 넘어 여러가지 길을 모색했다. 지난해까지 3년간 정규시즌 개막에 앞서 충남 당진에서 연습경기를 했다. 매경기 2000명이 넘는 당진시민들이 몰려 창원 LG를 응원했다. 올해도 10월 1일 당진실내체육관에서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를 초청해 연습경기을 갖는다. 단순한 연습경기 이벤트가 아니다. 청원 LG는 지난해 당진에 유소년 농구팀을 창단해 운영하고 있다.


창원 LG 김종규가 2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6 프로-아마최강전 신협 상무와의 결승전에서 리바운드를 따내는 몸습. 사진제공=KBL
창원 LG가 뿌린 '씨앗'은 지난 1월 WKBL(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의 당진 개최로 이어졌다. 당진시는 지난 2013년부터 창원 LG를 후원하는 스폰서이기도 하다.

지난 7월 창원 LG는 강원도 양구군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양구군은 창원 LG 선수단에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지원하고, 창원 LG를 후원하는 스폰서가 됐다. 구단은 홈페이지와 홈경기를 통해 양구군을 홍보하기로 했다. 또 양구지역 군장병과 함께 하는 농구대회를 개최하고, 유소년 클럽을 지원한다.

모두가 '위기'라고 말할 때 창원 LG는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