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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카르도 라틀리프(라건아)가 골밑에서 자리를 잡자 상대 빅맨과의 매치업이 훨씬 안정적이었다. 눈으로도 전력 상승 효과가 뚜렷하게 보였다. 그러나 라틀리프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수비 보완은 반드시 추가해야 할 부분이다.
라틀리프는 홍콩전에서는 15분만 뛰며 페이스를 조절했지만, 뉴질랜드전에서는 34분37초를 뛰면서 29득점-11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특히 뉴질랜드의 압박 수비가 제대로 먹히지 않았던 전반전에는 골밑에서 날아다녔다. 착실한 리바운드와 2m10에 육박하는 뉴질랜드 빅맨들을 상대로 계속해서 밀리지 않는 플레이를 했고, 연달아 블록에도 성공했다. 두경민이 외곽에서 좋은 움직임을 가져가자 라틀리프 역시 속공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했다. 장점인 기동력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이날 미들슛도 좋았다.
하지만 후반 뉴질랜드의 전방 압박 수비가 한층 강해지자, 라틀리프도 실수가 나왔다. 또 대표팀에 확실한 리딩 가드가 없는 상황에서 라틀리프에게 공격 비중이 쏠리자, 흐름이 끊겼다. 외곽에 선 전준범의 3점슛이 하나씩 터졌지만, 이날 뉴질랜드는 높이와 기술, 패스 플레이까지 뭐 하나 빠질 것 없이 완벽한 경기를 했다. 이정도 수비력으로는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허 재 감독과 라틀리프는 아직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있다. 라틀리프가 대표팀 선수들과 손발을 맞춘지 이제 겨우 일주일밖에 안됐고,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허 재 감독은 "(의사 소통이 어려운)외국 출신 선수이다보니 존 디펜스 등에 대한 이해력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국내 선수끼리 할 때는 소통을 할 수 있지만, 라틀리프는 아직 그 부분이 미숙하다"고 했다. 또 "오세근과의 콤비 플레이는 좋았다. 앞으로는 라틀리프가 뛸 때 외곽을 더 보완하겠다"고 다짐했다.
라틀리프가 대표팀에 더 적응을 하고, 부상으로 이번 경기에 참가하지 못한 김선형(SK), 이승현(상무)이 오는 6~7월 열리는 중국, 홍콩과의 예선전에 참가한다면 훨씬 매끄러운 협업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세근은 "라틀리프는 이전까지 국내 최고의 외국인 선수라고 생각했던 선수다. 라틀리프와 함께 뛰어서 편한 부분도 있었다. 몸 상태가 더 좋았다면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소집 때는 지금보다 하이-로우 게임이나 슈팅, 포스트업 등 여러가지에서 둘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