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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구단들이 일찍부터 주판알을 튕길 수밖에 없다.
KBL 10개팀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일은 아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를 뽑을 때도 각 구단들은 "다음 시즌 제도가 어떻게 바뀔 지 모른다"며 신중을 기했다. 일례로 라건아(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 입찰 때 예상보다 적은 3개팀 만이 참여한 건, 신장 제한이 철폐될 것이라는 걸 예상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한 시즌만 참아 신장 제한이 철폐되면, 1m99의 라건아보다 크고 몸값이 저렴한 선수를 데려올 수 있었다.
농구는 높이의 스포츠다. 큰 선수가 있어야 유리하다. 각 팀 감독들 입장에서는 골밑을 책임져줄 2m 이상 센터 자원을 찾는 데 혈안이 될 확률이 높다. 당장 이번 시즌 뛰고 있는 장신 외국인 선수들 중 대다수가 교체될 게 뻔하다. 좋은 활약을 해주고 있는 대릴 먼로(오리온) 마커스 랜드리(KT) 유진 펠프스(삼성) 정도가 생존 가능성이 있는데, 이들도 나머지 한 자리가 더 큰 선수로 채워진다는 전제 조건을 채워야 한다.
물론, 걸출한 토종 센터들을 보유한 팀이라면 1m90대 내-외곽 공격이 모두 가능한 스코어러를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 선수들도 기본적으로 골밑 수비가 되는 선수들이 우선 선발될 것이다. 아무리 득점을 많이 해줘도, 골밑에서 상대 외국인 센터를 막아내지 못하며 쉽게 득점을 내주면 의미가 없다.
제도 변경으로 인해 국내 선수들의 입지도 달라질 수 있다. 아무래도 1명씩 뛰다보면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줄어들게 된다. 이는 토종 FA 대어들에게 많은 구단들이 군침을 흘리게 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안그래도 FA 선수들의 몸값이 비정상적으로 폭등하고 있는데, 어려운 살림 속 구단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더 쓸 수밖에 없을 지도 모른다.
특히, 가드 포지션 선수들은 죽다 살아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단신 외국인 선수와의 1대1 경쟁이 쉽지 않은 가운데 활용폭이 좁아졌는데, 다음 시즌 가드 외국인 선수를 볼 일은 크게 없을 듯 하다. 그렇게 되면 토종 가드들의 가치도 올라갈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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