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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주판알 튕귈 구단들, KBL 어떻게 바뀔까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9-02-12 16:13



심한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구단들이 일찍부터 주판알을 튕길 수밖에 없다.

한국농구연맹(KBL)은 11일 이사회를 열고 다음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제도를 변경하기로 합의했다. 전 세계에 코믹 이슈로 타진됐던 신장 제한이 철폐된다.

KBL은 이번 시즌 장신 선수 2m, 단신 선수 1m86 이하의 신장 제한 규정을 뒀다. 김영기 전 총재가 고득점 농구를 만들겠다며 기획한 억지 정책이었다. 단신 선수들이 오며 경기 속도가 빨라지고, 화려한 개인기를 보는 맛도 생겼다는 예상치 못한 호평이 나오기도 했지만, 어찌됐든 새 집행부가 들어서고 가장 먼저 바뀔 규정으로 지목됐었다.

KBL 10개팀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일은 아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를 뽑을 때도 각 구단들은 "다음 시즌 제도가 어떻게 바뀔 지 모른다"며 신중을 기했다. 일례로 라건아(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 입찰 때 예상보다 적은 3개팀 만이 참여한 건, 신장 제한이 철폐될 것이라는 걸 예상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한 시즌만 참아 신장 제한이 철폐되면, 1m99의 라건아보다 크고 몸값이 저렴한 선수를 데려올 수 있었다.

농구는 높이의 스포츠다. 큰 선수가 있어야 유리하다. 각 팀 감독들 입장에서는 골밑을 책임져줄 2m 이상 센터 자원을 찾는 데 혈안이 될 확률이 높다. 당장 이번 시즌 뛰고 있는 장신 외국인 선수들 중 대다수가 교체될 게 뻔하다. 좋은 활약을 해주고 있는 대릴 먼로(오리온) 마커스 랜드리(KT) 유진 펠프스(삼성) 정도가 생존 가능성이 있는데, 이들도 나머지 한 자리가 더 큰 선수로 채워진다는 전제 조건을 채워야 한다.

여기에 신장 제한 철폐만큼 중요한 건 동시 2명 출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내년부터 KBL 리그는 각 쿼터당 외국인 선수 1명만 출전이 가능하다. 현 제도는 1, 4쿼터 1명 2, 3쿼터 2명 출전이다. 이렇게 되면 굳이 키가 작은 선수를 뽑을 이유가 없다. 동시에 외국인 센터 2명이 들어가면 코트가 빡빡해질 수 있지만, 번갈아가며 뛰는 거라면 1옵션 센터-2옵션 센터로 선발하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 된다. 가드-포워드 포지션은 상대적으로 국내 선수들로 메울 여지가 많다.

물론, 걸출한 토종 센터들을 보유한 팀이라면 1m90대 내-외곽 공격이 모두 가능한 스코어러를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 선수들도 기본적으로 골밑 수비가 되는 선수들이 우선 선발될 것이다. 아무리 득점을 많이 해줘도, 골밑에서 상대 외국인 센터를 막아내지 못하며 쉽게 득점을 내주면 의미가 없다.

제도 변경으로 인해 국내 선수들의 입지도 달라질 수 있다. 아무래도 1명씩 뛰다보면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줄어들게 된다. 이는 토종 FA 대어들에게 많은 구단들이 군침을 흘리게 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안그래도 FA 선수들의 몸값이 비정상적으로 폭등하고 있는데, 어려운 살림 속 구단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더 쓸 수밖에 없을 지도 모른다.


특히, 가드 포지션 선수들은 죽다 살아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단신 외국인 선수와의 1대1 경쟁이 쉽지 않은 가운데 활용폭이 좁아졌는데, 다음 시즌 가드 외국인 선수를 볼 일은 크게 없을 듯 하다. 그렇게 되면 토종 가드들의 가치도 올라갈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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