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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그림의 떡이던데요."
한국농구연맹(KBL)은 지난 2월 장신-단신 제한을 뒀던 외국인 선수 신장 제도를 전면 개선해 신장 제한을 아예 폐지하고 2명 보유에 1명 출전토록 했다. 여기에 미국프로농구(NBA)에서 최근 3시즌 동안 10경기 이상 출전 경력을 제한했던 것도 없애는 대신 외국인 선수 샐러리캡을 70만달러(2명 합계)로 정했다.
구시대적 유물이던 신장제한이 폐지되자 '빅맨', '스몰맨'으로 구성했던 구단들도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듯했다. 첫 신호탄이 국내 자유계약선수(FA) 1차 협상 결과였다. 당시 재계약에 성공한 27명 가운데 프로필 포지션상 센터는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막상 부딪혀 보니 신장 제한 폐지는 '그림의 떡'이었다. 미국에서 트라이아웃 캠프를 여러군데 찾아다녔던 A구단 관계자는 "높이도 출중해 데려오고 싶은 선수는 많았다. 하지만 우리만 데려오고 싶으면 뭐하겠나. 샐러리캡이 새로운 걸림돌이 돼 도저히 2명 조합을 맞출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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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B구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B구단은 미국 시장에서 2m를 훌쩍 상회하는 '물건'을 발견했다. 처음에 에이전트를 통해 접촉해보니 마땅히 갈 곳이 정해져 있지 않아 연봉도 맞출 수 있었다. 한동안 기대에 부풀어 에이전트의 답변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 선수가 중국 리그의 제안을 받고 돌아서고 말았다. 구단 관계자는 "중국에서 받기로 한 연봉이 100만달러라는 에이전트의 말에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B구단은 필리핀 리그에서 또다른 선수를 점찍었지만 미국프로농구(NBA)에 도전하기 위해 하위리그라도 갈 것이라는 통보를 받고 또 '김칫국'을 마셨다.
모양은 다르지만 현대모비스도 무척 애를 먹었다. 이른바 '라건아 제약'때문이다. 귀화선수 라건아를 보유한 현대모비스는 나머지 2명 샐러리캡이 42만달러로 제한된 데다, 라건아를 포함한 3명 가운데 1명만 출전시킬 수 있다. 연봉에 맞추기 위해 하위 등급 선수들을 찾아다녔다. 신장 2m 이상, 연봉 낮은 선수가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다른 걸림돌이 있었다. 출전시간 보장이다. 3명이 출전시간을 분담하면 자신의 경력 쌓는데 불리하다며 대부분 꺼리는 바람에 번번이 실패했다.
그도 그럴것이 KBL이 제공한 10개 구단 외국인 선수 등록 현황을 보면 높이(유로바스켓 프로필 신장 기준)가 예상보다 월등하지 않다. 총 20명 가운데 2m를 넘는 선수는 13명이었다. 이 가운데 최장신은 부산 KT의 2m13인 바이런 뮬렌스이고 LG 캐디 라렌과 KGC 크리스 맥컬럽(이상 2m8)이 뒤를 이었다. 반면 요즘 트렌드에서 센터로 분류하기 애매한 2m∼2m3의 선수는 9명에 달했다. 신발을 신고 잰 프로필 신장이어서 구단의 실측 과정에서 다소 줄어들 수 있다.
그럴듯 하게 '트윈 타워'를 구축한 팀은 캐디 라렌과 버논 맥클린(2m3)의 LG, 뮬렌스와 알 쏜튼(2m3)의 KT, 일라이저 토마스(2m6)와 칼렙 그린(2m3)의 DB 등 3곳이다. 반면 전자랜드와 오리온은 신장 제한 폐지에도 스몰 조합에 도전장을 던졌다. 전자랜드는 기존 용병 섀넌 쇼터(1m86)를 중심으로 머피 할로웨이(1m96)를 보강했고 오리온은 마커스 랜드리(1m97)와 조던 하워드(1m80)로 시즌을 맞는다.
구단 관계자들은 "키 크고, 기량도 좋은 선수가 미국, 유럽의 빅리그에 가지 한국에 오겠느냐는 우스갯소리가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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