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이 지난 11일부터 13일(한국시각)까지 세르비아에서 열린 2022년 FIBA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브라질을 꺾으며 16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는 올 9월 호주에서 열리는 19번째 월드컵(예전 세계선수권대회)까지 포함해 세계랭킹 1위인 미국과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대기록이다. 그 자체로도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출전 회수에 비해 최근 한국 대표팀의 성적은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역대 두 차례의 준우승, 그리고 네 차례의 4위를 달성한 바 있지만 이 가운데 가장 최근 기록은 2002년 중국에서 열린 14회 월드컵에서 올린 4위이다. 이번에 대표팀을 이끈 정선민 감독을 비롯해 박정은 BNK썸 감독, 전주원 우리은행 코치, 변연하 BNK썸 코치, 이미선 삼성생명 코치 등 한국 여자농구를 20년 가까이 호령했고 현재에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황금 세대들이 당시 주축이었다.
이후 20년간 8강에 딱 1번(2010년 체코 대회) 들었을 뿐 하위권을 맴돌며 한국 여자농구는 퇴보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대회부터는 다시 부활을 노려볼만큼 대표팀 멤버들의 구성이 탄탄해졌다. 확실히 지난해 열린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스페인과 세르비아, 캐나다 등 세계 10강에 드는 강팀들을 상대로 호락호락하게 물러나지 않으며 쌓은 경험과 실력이 이번 최종예선에서 그대로 드러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한국은 첫 경기인 세르비아전에서 62대65로 패했지만, 이어진 브라질전에선 역전과 재역전 끝에 76대74로 승리했다. 이미 월드컵 진출을 확정지은 후 벤치 멤버들이 주로 나섰던 호주전을 제외하곤 매 경기 체격 조건에서 월등하게 좋은 상대에 쉽게 밀리지 않았다. 예전에는 빠른 트랜지션과 성공률 높은 외곽포 정도가 비교 우위였다면, 이제는 박지수를 중심으로 한 높이와 몸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포워드들의 과감한 돌파와 미들슛까지 공수 옵션이 훨씬 다양해진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우선 박지수는 브라질이 2명의 신구 센터를 번갈아 혹은 동시에 기용하며 포스트 플레이를 시도하는 것을 11개의 블록슛으로 저지하며 골밑 싸움을 대등하게 가져가는 일등 공신이 됐다. 그러는 사이 트리플 더블이라는 기록까지 세우며, 올 시즌 국내 리그에서 두차례의 트리플 더블을 기록한 것이 결코 행운이 아니었음을 그대로 증명했다.
1990년생으로 배혜윤(1989년생)을 제외하곤 어느새 최고참이 된 김단비는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님에도 불구, 위기 때마다 과감한 레이업슛으로 공격의 활로를 뚫었고 강이슬은 브라질전에서 종료 19초 전 승부를 결정짓는 3점포를 성공시키거나 혹은 미들슛과 골밑 돌파를 번갈아 시도하며 올라운드 스코어러임을 보여줬다. 경기를 조율한 박혜진이 상대의 허를 찌르는 벼락같은 딥쓰리 3점슛으로 점수를 보탠 것도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여기에 세 경기 모두 출전한 백업 센터 진 안이 빠른 발을 이용해 박지수에 쏠린 수비의 빈 공간을 잘 파고 들었으며, 호주전 1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국가대표 데뷔전을 가진 허예은은 국내 리그에서 보여준 재치있는 돌파와 패스, 딥쓰리 3점포를 보여주는 등 신예들 역시 상대에 기죽지 않는 플레이로 대표팀의 미래를 밝혔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