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지난 5월초, 여자프로농구(WKBL)판을 강력하게 뒤흔들 만한 FA가 탄생했다. 2007~2008시즌을 앞두고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신한은행 유니폼을 입은 이래 한 팀에서만 뛰어왔던 프랜차이즈 스타, 팬 사이에서는 '여자 르브론'으로 불리는 김단비(32)가 전격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은 것이다. 계약기간 4년. 연봉 3억원(수당 1억5000만원)의 파격적인 조건보다 '신한 김단비'가 '우리 김단비'로 탈바꿈했다는 게 더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후 70여일이 흘렀다. 김단비는 휴식기를 마친 뒤 한 달 전부터 우리은행 훈련에 합류해 구슬땀을 흘리는 중이다. 아직은 '우리'라는 단어가 낯선 게 사실이다. 15년 이상 '신한'이라는 단어와 붙어 있다가 '우리은행'을 이름 앞에 걸게 된 지 이제 겨우 두 달여. 길이 들지 않은 새 신발처럼 뭔가 어색하고, 겉도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김단비 스스로도 "아직도 길에서 전 소속팀 은행을 보면 가슴이 '쿵'할 때가 있어요. 15~16년간 같이 해왔으니 어쩔 수 없겠죠. 하지만 얼른 적응하려고요. 이제 저는 '우리은행 김단비'에요"라며 새로운 변화에 익숙해지기 위한 다짐을 드러냈다. 11일부터 진행 중인 우리은행의 아산 훈련에서 새로운 변신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우리 김단비'를 만났다.
아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우리은행 김단비'라는 말이 나 스스로도 어색하다. 본인은 적응이 좀 됐나.
솔직히 아직 익숙하지 않아요. 여전히 적응 중인데, 가끔씩 '내가 우리은행 소속 맞나?'하고 혼자 생각할 때도 있죠. 아무래도 해온 세월이 있다보니 적응이 빠르게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15~16년간 '신한의 김단비'였는데, 불과 한 달만에 확 바뀌겠어요? 지금까지보면 한 30% 정도? 시즌 전까지는 완전한 '우리의 김단비'가 될 수 있겠죠.
-많은 사람들이 FA이적 결과에 충격을 받았다. 본인조차 아직 낯설어 하는데, 왜 옮겼나.
일단, 전 소속팀에서 서운하게 했던 건 하나도 없었어요. 결국은 저 스스로 선택한 것이었는데, 뭐랄까. 신한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게 많았어요. 당연히 득점을 맡아주고, 후배를 이끌어주고. 뭐 그런 당연함과 익숙함 같은 게 있는데. 어느 순간 그런 부분들이 나를 정체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솔직히 나이가 들면서 '꺾이는' 시기인데, 새로운 변화를 통해서 꺾이는 속도를 늦추거나 다시 반등하고 싶은 열망이 있었죠. 그런 부분에서 우리은행에서 강력한 믿음을 보여줬어요.
그리고 저 스스로도 아직은 여전히 '최고'에 대한 열정이 있거든요. 조금씩 뒤로 물러나서 후배들을 지원해주고 그런 시기는 아직 아니라고 봐요. 저는 지금 당장 더 잘하고 싶고, 그래서 'WKBL 최고선수'로 더 오래 평가받고 싶어요. 우리은행으로 옮긴 건 그런 변화를 통해 나 스스로를 다시 위로 끌어올리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또 당연히 우승도 다시 해보고 싶었고요.
-오랜만에 만난 위성우 감독은 어떻게 달라졌나.
감독님은 여전히 카리스마가 넘치세요. 어렸을 때는 정말 무섭고, 카리스마에 위압감을 받기도 했었죠. 그런데 지금은 또 친근하게 선수들하고 많이 대화도 하시고, 좀 더 부드러워지신 것 같아요. 재미있는 것은 저희 남편이 위 감독님을 엄청 신뢰하고 좋아한다는 거에요. 만나 본 적도 없을텐데, '위 감독님을 믿어요. 더 잘하게 만들어주실거야'라고 하더라고요.
-우리은행 선수들과의 훈련은 어떤가.
본격적으로 훈련을 시작한 건 이제 한 달 됐어요. 프로그램을 따라가다 보면, 엄청 힘들 때 '내 선택이 맞았나. 괜히 온 건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웃음) 전 소속팀에 맞춰져 있던 훈련 패턴도 바꿔나가고 있고요. 힘들어 할 때마다 (김)정은 언니가 많이 도와줘요. 의지가 되는 선배죠. 어쨌든 변화를 주려고 왔으니 변화에 적응해야죠.
-새 시즌을 앞두고 세운 목표는.
새로운 전성기를 만드는 거에요. 원래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베스트 기량을 쭉 유지하다가 화려하게 현역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저는 농구가 전부인 사람인데, 지금까지 해온 날보다 앞으로 할 날이 적잖아요. 그 남은 시간을 더 아름답게, 더 밝게 빛나는 선수로 보내고 싶어요. '우리은행의 김단비'로서 할 수 있는 건 최고로 다 해보자는 게 목표에요.
인터뷰를 마친 김단비는 잠시간의 휴식 후 다시 코트에서 선수들과 엉켜 들었다. "힘들고 적응하기 어렵다"던 말과는 달리 훈련에 임하는 그의 표정은 밝았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명확히 알고, 그걸 얻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 지를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은행 김단비'가 새 시즌에 어떻게 진화된 모습을 보여줄 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