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거스 히딩크 감독이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 월드컵 대표팀을 맡기 직전의 상황을 직접 공개했다.
글로벌 축구 언론 포포투는 4일(한국시각) 히딩크와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해당 인터뷰에서 히딩크는 한국 감독직을 맡게 된 과정에 대해 입을 열었다.
네덜란드 출신의 히딩크는 1987년 PSV 에인트호번의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감독 생활을 시작했다. 1988년 트레블(유럽챔피언스리그, 정규리그, FA컵 동시 우승)을 달성하며 명장 반열에 올랐다. 마법이 시작됐다. 터키 페네르바체, 스페인 발레시아를 거친 그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네덜란드 대표팀을 이끌고 4강에 올랐다.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와 레알 베티스를 거쳐 히딩크가 손을 잡은 팀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이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은 기적이었다. 축구 변방이었던 한국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 4강에 오르는 역사를 썼다. 모두가 예상 못한 성과, 다만 히딩크조차도 한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 의구심이 따랐던 선택이었다.
포포투는 '1998년 월드컵 에서의 우연한 만남은 예상치 못한 전화 통화, 과감한 대화, 그리고 혁신적인 업무 방식 등 일련의 사건들을 촉발시켰고, 결국 네덜란드 출신 감독이 태극전사들과 함께 역사적인 업적을 달성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히딩크는 "한국과 처음 만난 건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이었다"며 "당시 나는 네덜란드 대표팀이었고, 한국은 같은 조였다"고 했다. 그는 "일 년이 넘도록 시간이 흐른 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며 "그들은 내게 '우리는 16강에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히딩크는 "당시 나는 '16강? FIFA 랭킹이 70위 정도인데?'라고 생각했다"고 꾸밈 없는 속내를 밝혔다.
히딩크의 마음을 바꾼 것은 한국의 열정이었다. 그는 월드컵을 위해 클럽팀처럼 관리하는 방식과 세계 강국과의 친선 경기 등의 조건을 제시했고, 팀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기 바랐다. 한국은 열정을 내비쳤다. 히딩크는 "그들이 실제로 해낼 수 있을지 궁금했다"며 "사실 그다지 열정적이지도 않았다. 작별 인사를 했고, 약 10일 후, 내 전화가 다시 울렸다. 결단력과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열정이 나에게 자극을 주었다"며 모든 조건이 받아들여지고 계약서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당시 히딩크의 조건을 받아들인 후 월드컵 4강이라는 역사를 썼다. 아직까지도 아시아 대륙에서 4강에 오른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 다만 한국도 히딩크 시절 이후 월드컵 토너먼트 승리를 24년째 거두지 못하고 있다. 2026년 북중미월드컵은 조별리그 탈락으로 마감했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