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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 익은 플레이, 스피드는 20대...경이로운 36세 김선형 [김 용의 KBL PUB]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3-02-20 15:11


농 익은 플레이, 스피드는 20대...경이로운 36세 김선형 [김 용의 …
프로농구 서울 SK와 울산 현대의 경기가 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렸다. SK 김선형.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3.02.07/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한국 나이로 36세, 믿기 힘든 김선형의 퍼포먼스.

역시 강팀은 다르다. 지난 시즌 통합우승팀 서울 SK.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고, 이번 시즌 초반 바닥을 쳤지만 어느덧 3위까지 올라왔다. 남은 경기 수와 안양 KGC의 전력을 봤을 때 1위까지는 힘들겠지만, 2위 창원 LG의 자리를 넘보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19일 열린 안양 KGC전은 이번 시즌 KBL 경기 중 가장 흥미로운 매치였다. 시즌 최다 관중이 입장했고, 양팀 선수들은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플레이오프를 방불케 하는 명경기를 연출해냈다. 이런 경기만 계속된다면, KBL 흥행 부활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사실 SK에 불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백투백 일정에, 9일 6경기 지옥의 레이스 마지막 경기였다. 더군다나 상대는 10연승을 달리던 KGC였다. 여기에 팀의 핵심인 최준용도 없었다.

하지만 승리는 SK의 몫이었다. SK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자신이 없으면 안된다고 하는 최준용의 부상 이탈을 이겨내고, 강호 KGC를 잡아냈다는 것에 기뻐했을 것이다. 여기에 최준용까지 돌아온다면 향후 치러질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김선형이 있었다. 20득점 10어시스트 더블더블. 기록도 중요하지만 SK의 중요한 순간에는 늘 그가 있었다. 속공이면 속공, 2대2 플레이면 2대2 플레이, 외곽슛이면 외곽슛 뭐 하나 빠지는 부분이 없는 경기 내용이었다.

신인 시절부터 김선형의 트레이드마크는 빠른 발과 화려한 스텝을 이용한 속공, 돌파였다. 그런데 이런 농구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나이가 들고, 다치는 일이 생기면 운동 능력이 자연히 떨어진다. 많은 선수들이 이 과정을 겪었다.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선수가 강병현이다. 20대 전성기 시절 '운동 능력의 화신'이었다. 하지만 아킬레스건 파열 중상에 30대가 넘어가니 확연히 점프력, 스피드가 떨어졌다.

그런데 김선형은 30대 중반이 넘어가는 데도 스피드가 줄지 않는다. 그의 속공은 20대 시절과 다를 게 없다. 여기에 노련함이 더해지니 더 무섭다. 젊을 때는 림만 보고 돌진했다면, 지금은 동료를 이용하고, 찾을 줄 안다. 약점이던 슛도 이제는 성공률이 매우 높다. 3점, 미들 가리지 않는다. 사실 김선형도 20대 때와 비교하면 운동 능력이 떨어졌을 것이다. 그래도 철저한 몸관리를 통해 20대 때가 100이었다면, 지금 80 정도를 유지하는 듯 하다. 여기에 기술, 시야가 더해지니 그 80이 100과 같이 보이는 효과가 발휘된다. 전에는 속공만 막으면 되는 선수였는데, 지금은 모든 걸 다 신경써야 하니 상대 수비 입장에서는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다.


김선형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팀을 우승 시킨 뒤 최고 연봉자가 되겠다고 당당히 선언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켰다. 나이와 상관 없이 최고의 경기력으로 팬들에게 결과물과 즐거움을 선사하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무작정 돈 많이 달라고 하는, 그렇게 하고 싶은 선수들은 김선형을 보며 반성하고 좋은 표본으로 삼았으면 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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