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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페리는 '제2의 설린저'가 될 수 있을까. 1차전을 치르고 난 후 그 전망은?
그러니 생각나는 선수가 있었다. 바로 제러드 설린저. 2020~2021 시즌 플레이오프는 그야말로 설린저의 독무대였다. 화려한 커리어로 잘 할거란 예상은 많았지만, 수준 차이가 '넘사벽'이었다.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를 다했다. 설린저 덕에 김승기 감독이 우승 타이틀을 한 번 더 달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압도적이었다. 역대 최초 플레이오프 10전승 우승이라는 믿기 힘든 결과가 나왔다.
LG는 기대를 했을 것이다. 페리가 '제2의 설린저'가 돼주기를.
설린저는 페리와 달리 정규리그 후반 몇 경기 적응할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당시 KGC 선수 구성도 설린저와 합이 딱 맞은 측면이 있었다. 설린저가 마음껏 자신의 농구를 할 수 있도록 나머지 선수들이 지원했다. 페리는 이날이 낯선 KBL 무대 첫 경기였다. 이런 점들을 감안해도 페리가 '제2의 설린저'가 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페리는 평가대로 1대1 공격 능력이 수준급인 선수로 보인다. 슛 터치도 좋고, 기술도 있어 보였다. 하지만 거기까지. 설린저는 자신이 할 때 하고, 동료들을 살려줄 때는 살려주는 능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하지만 페리는 자신의 공격에 특화된 선수. 이런 유형의 선수가 팀을 이기게 하려면 혼자 40점 이상 미친 듯 상대 림을 폭격해야 한다.
LG는 이재도, 이관희 앞선의 파괴력이 좋은 팀이다. 두 사람의 2대2 플레이가 좋다. 그런데 이것도 마레이의 스크린이 있어야 빛을 발한다. 마레이 없이 페리가 외곽에서 혼자 공격을 하면, 이재도와 이관희의 위력이 사라진다.
여기에 수비도 문제다. SK가 LG에 고전한 건 힘, 높이가 좋은 마레이가 SK 자밀 워니와 대등한 싸움을 벌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페리, 단테 커닝햄으로는 골밑이 워니 독무대가 된다. 1차전 워니쪽을 신경쓰니 최부경이 계속 쉽게 골밑 득점을 한 부분을 눈여겨 봐야 한다.
또 마레이는 경기당 10개 이상의 리바운드를 해줬다. SK전 리바운드 싸움에서 매번 앞설 수 있는 힘이었다. 그게 사라지니 LG도 한계에 부딪힌다.
1차전을 지켜본 한 농구인은 "수비 중심의 팀이, 선수 교체로 단기간에 공격의 팀으로 바뀐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