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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수원 KT가 5연승을 질주하며 공동 2위로 도약했다.
같은 장소 백투백 리턴매치다. 이틀 전 열린 시즌 첫 맞대결에서 홈팀 현대모비스가 1점 차(74-75)로 패했다. 경기 종료 20여 초를 남겨두고 나온 어설픈 판정으로 인해 결승 자유투 1점을 내주며 맞이한 석패였다. 경기 시작 전 조동현 현대모비스 감독은 "KBL 심판부 측에 설명을 요청했다"면서 아쉬운 표정만 지었다. 규정상 판정에 대해 민감한 발언을 할 수 없었던 까닭이다.
1차전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다시 만났으니 경기 전 각오도 적잖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선수들에게 부담될까봐 승-패에 관한 주문을 좀처럼 하지 않는다는 조 감독은 이날만큼은 지난 9일 서울 삼성전때와 마찬가지로 '약속'을 제안했다. "1라운드때 패한 팀에게는 다시 패하지말자." 나흘 전 2연패 중에 삼성전을 맞았을 때 "지난 시즌에 우리가 하지 않았던 것(3연패)은 하지 말자"고 약속했다가 성공했던 기억을 떠올린 것이다. 1차전 석패를 반드시 갚아주자는 다짐이기도 했다.
그렇게 시작된 리턴매치, 근소한 점수 차로 계속 치고 받는 코트 안 체감온도는 뜨거웠지만 '보는 재미'는 그리 크지 않았다. 두 팀 모두 경기 전 예고한 대로 서로의 주득점원 게이지 프림(현대모비스)과 페리스 배스(KT)를 봉쇄하는데 집중하는 등 강력한 압박수비 경쟁을 펼쳤다. 1쿼터에 고작 10점대 득점을 주고 받은 두 팀은 2쿼터에서도 각자 20점대를 넘기지 못하면서 31-28, KT가 살짝 앞선 채 마쳤다.
수비농구가 효력을 발휘한 것도 있었지만 약속이라도 한듯, 슈팅 난조가 극심했다. 전반을 마쳤을 때 두 팀의 3점슛 성공률은 현대모비스 8%, KT 14%로 참담한 수준이었다. 2점슛 성공률 역시 반타작을 넘기지 못한 채(현대모비스 42%, KT 48%) '헛심' 공방을 주고 받았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그간 '1옵션'같은 역할을 하던 용병 케베 알루마가 프림의 휴식기간을 버텨줄 만큼 활약을 하지 못했고, 부상에서 복귀한 이우석도 점검을 겸해 출전해서인지 별다른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우석은 3쿼터 들어서야 3점슛 3번째 시도 만에 처음 성공하는 등 연속 3점포를 가동했지만 극심한 체증에 걸린 팀 공격력이 받쳐주질 못했다.
그런 현대모비스가 더욱 지쳐가자 KT는 4쿼터 초반 맹폭을 퍼부으며 승부를 결정짓기 시작했다. 배스가 6점을 쓸어담았고 정성우의 외곽포, 한희원의 가로채기에 이은 속공, 하윤기의 포스트 공략이 조화를 이뤘다. 불과 4분여 만에 스코어는 65-48, 현대모비스의 추격 의지에 제대로 찬물을 끼얹은 KT는 뒤늦게 터진 현대모비스의 외곽포에도 하윤기의 위력을 앞세워 기분좋은 '울산 나들이'를 마무리했다.
울산=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