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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 어떻게 이기나" '복수전' 앞두고 꼬리내렸나?…전희철 감독의 '허허실실'. 겉으론 약한 척, 뒤로는 분기탱천

최종수정 2023-11-22 06:00

"DB 어떻게 이기나" '복수전' 앞두고 꼬리내렸나?…전희철 감독의 '허…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DB를 어떻게 이기나." 전희철 서울 SK 감독(50)은 오는 24일 홈에서 만날 최강 선두 원주 DB의 강력함에 미리 혀를 내둘렀다. 전 감독은 "흔히 선수가 '180클럽'에 가입하면 정말 특출나다고 하는데, DB는 '팀 180클럽'이다"고 말했다. '180클럽'은 농구에서 슈터로서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록으로, 필드골 성공률 50% 이상+3점슛 성공률 40% 이상+자유투 성공률 90% 이상일 경우를 말한다.

DB는 현재 현재 필드골 성공률 52.4%, 3점슛 성공률 39.7%, 자유투 성공률 81.0%로 각각 전체 1위이고 3개 항목 합산 173.1%로 '180 클럽'에 근접한 상태다. 특정 선수 1명만 이런 기록이면 경계대상 1호인데, 팀 전체 평균 기록이 이 정도이니 어찌 두렵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 감독은 "DB에는 디드릭 로슨뿐 아니라 아시아쿼터 이선 알바노가 비시즌 팀 훈련을 거치더니 한층 강력해졌다. 게임 리딩, 돌파나 힘이 대단하다"거나, "높이가 막강한데 스피드까지 좋아서 감당하기 힘들다", "(플레이)색깔이 풍부하다. 보통 팀 색깔이 한두 가지이면 대비가 가능한데, DB처럼 너무 많으면 대처가 힘들다"는 등 DB의 장점을 술술 열거했다.


"DB 어떻게 이기나" '복수전' 앞두고 꼬리내렸나?…전희철 감독의 '허…
심지어 전임자인 문경은 감독 시절 황금기까지 소환하며 "당시 애런 헤인즈를 보유하고 팀이 잘 나갈 때 선수들 모두 신나게 달리는 농구를 했다. 그때 모습이 지금의 DB다"라며 두려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쯤되면 전 감독이 DB전을 앞두고 꼬리를 내린 것일까. DB 입장에서는 '적장'의 기가 죽어 50점 먼저 먹고 들어가면 이보다 좋을 게 없다. 하지만 2021~2022시즌 구단 창단 첫 통합우승에 KBL판 트레블(KBL컵+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했고, 2022~2023시즌 챔프전 준우승을 지휘하며 명장 반열에 오른 전 감독이 그럴 리 만무하다.

SK 관계자는 "특유의 너스레, '허허실실' 작전인 것 같다. 선수들이 정신줄을 놓지 않도록 에둘러 자극하기 위해 그런 화법을 사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 감독은 지난 12일 1라운드 첫 맞대결에서 76대106으로 30점차 대패를 당한 뒤 단단히 벼르고 있다고 한다. SK의 30점차 대패는 최근 몇 년 새 경험해보지 못했던 수모다.

전 감독이 DB를 칭찬하는 척 '앓는 소리'를 일일이 열거한 것은, 곧 DB의 강점을 그만큼 분석하고 있다는 의미다. '적'을 파악했으니 1라운드 대패처럼 또 당하지 않을 필승 방안을 찾고 있음을 암시한 것이었다.


"DB 어떻게 이기나" '복수전' 앞두고 꼬리내렸나?…전희철 감독의 '허…
특히 전 감독이 평소 속공률, 슈팅률 등 데이터를 강조하는 특성을 감안하면 DB의 장점 데이터를 언급한 것 역시 어느 항목의 성공률을 평균 이하로 낮추도록 공략할 것인지 구상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투쟁심을 자극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 김기만 수석코치는 "우리 선수들은 청개구리 근성이 좀 있다. 20일 서울 삼성전을 앞두고도 하위팀이라고 방심하지 말라고 당부하니까 '잘 알겠다.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하더니, 1쿼터에 졸전을 했다가 뒤늦게 정신차렸다"라며 웃었다.

항상 코칭스태프의 기대에 반해 청개구리처럼 거꾸로 갔다가 정신줄을 찾는 SK 선수단의 특성. 감독이 '복수전'을 앞두고 짐짓 약한 모습을 보이면 선수들이 거꾸로 분기탱천할 공산이 큰 셈이다.

전 감독은 "김선형은 경기 체력을, 오세근은 슛감을 회복하고 있다. 앞으로 해 볼만하다"고 했고, 앞서 DB전에서 2득점-3리바운드에 그쳤던 오세근은 "지난 DB전 같은 플레이는 하지 않겠다"고 정신줄을 미리 잡았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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