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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일본 B리그와 지방 소멸 시대]①그들은 우리 보다 10년 앞서 농구로 인구소멸을 고민했다

기사입력 2025-09-19 08:06


[스페셜리포트-일본 B리그와 지방 소멸 시대]①그들은 우리 보다 10년 …
나가노현 나가노시 신슈브레이브스의 홈구장 화이트 링(White Ring)에 모인 관중들. 1998년 나가노 동계 올림픽 당시 피겨 스케이팅 및 쇼트트랙 경기장으로 사용되었던 곳이다. 과거와 현재를 결합한 장소이기도 하다. 사진제공=신슈 브레이브스

[스페셜리포트-일본 B리그와 지방 소멸 시대]①그들은 우리 보다 10년 …
B리그와 구단의 지역상생 협력 사업인 2025 B 덩크 키즈 프로젝트. 모든 구단에서 열렸고, 사진은 산엔 네오피닉스에서 개최한 키즈 프로젝트. 사진출처=B리그 홈 페이지

현 시점 대한민국은 심각한 인구 감소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지방의 인구 소멸은 매우 위험한 수준이다. 저출산 고령화 수도권 집중화라는 세 가지 요소가 맞물려 있어 돌파구를 찾기가 어렵다. 단순한 인구 통계의 문제가 아닌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다. 이웃 나라 일본은 우리 보다 앞선 2007년부터 이 문제에 직면했다. 스포츠조선은 지속 가능한 대안을 찾아 같은 문제를 먼저 고민한 일본으로 향했다. 지역에 뿌리내리고 있는 일본 B리그(프로농구)의 상생 현장을 살펴봤다. B리그 구단들의 처절한 지역밀착, 상생을 통해 인구 소멸에 대한 솔루션을 고민했다. 스포츠조선은 5회에 걸쳐 B리그 지방 구단의 지역 상생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나라의 대안을 제시한다.

[도요하시(일본)=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지난해만 1만2944명이 농구교실에 참여했습니다."

일본 산엔 네오피닉스 오카무라 슈이치로 대표의 말을 듣고 기자는 숫자에 깜짝 놀랐다. 그는 일본 도요하시시 소재 OSG 산엔 연습체육관에서 "산엔의 현역 선수, 은퇴 선수들이 지도하는 지역 농구교실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매주 열리는 정기행사로 자리매김한 결과"라고 했다. 산엔은 지난 2024~2025시즌 B리그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강팀이다. 연고지는 아이치현 남동부의 도요하시로 인구 36만명의 소도시다. 도요타 자동차로 유명한 대도시 나고야시에서 버스로 1시간 조금 넘게 달리면 도요하시가 나온다. 인근에는 일본 수입 자동차 절반이 들어오는 미카와항이 유명하지만, 도요하시는 일본 내에서 손꼽히는 농업도시다. 고층 건물이 거의 없는 전형적인 소도시다. 이 곳에서 농구단을 경영하는 오카무라 대표의 말에 한-일 양국을 위협하는 지방 인구 소멸 위기에 대한 대안의 단초가 들어있다.


[스페셜리포트-일본 B리그와 지방 소멸 시대]①그들은 우리 보다 10년 …
아키타 노던 해피네츠가 홈인 아키타 관동축제의 참가한 모습이다. 이 구단은 인구소멸로 인한 폐교를 개축, 어린이 식당 이벤트로 지역민들의 현안 과제를 함께 하고 있다. 사진출처=아키타 노던 해피네츠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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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22만명인 일본 오타시. 군마 크레인스의 홈 구장 오픈 하우스 아레나 오타의 전경이다. 2023년 건설한 뒤 매출 2.5배, 관중수 3.5배의 증가효과를 봤다. 소도시 인구소멸 위기 억제책 중 하나다. 사진출처=군마 크레인스 홈페이지
한국의 인구소멸 위기는 심각하다. 2023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0.72명이다. OECD 최하위 수치다. 인구 유지 최소치(2.1명)에 한참 모자란다. 특히 지방의 인구 위기는 정말 위험하다. 2025년 5월 기준, 전국 229개 기초자치단체 중 절반이 넘는 133곳(58.8%)이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점은 고령화 속도다. 2025년 이후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유례없는 고령화 속도다.

일본은 이미 2007년부터 인구가 줄기 시작했다. 지난해까지 17년 연속 감소했다. 전체 인구의 50% 이상이 65세 고령자로 구성돼 공동체 기능 유지가 어려운 마을을 '겐카이슈라쿠(限界集落)'이라 부른다. 명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수많은 마을이 이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2024년 기준으로 일본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약 29%에 달한다. 초고령사회를 넘어선 상태다.


[스페셜리포트-일본 B리그와 지방 소멸 시대]①그들은 우리 보다 10년 …
인구 27만명의 일본 미토시 M-SPO(미토스포츠타운).인구감소로 1993년 백화점 철수 이래, 유휴지에 미토 시는 2017년 9월 스포츠 단지를 조성했다. B리그 이바라키 로봇의 홈 구장 어리즈 아레나도 핵심 시설 중 하나다. 사진 출처=미토시 홈페이지
일본이 더 심각해 보이지만, 한국은 속도와 심각성 면에서 더욱 절박한 상태다. 게다가 일본은 계속 대안을 찾아 내고 있다. 지방 소멸을 완화시킬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대안 중 하나는 스포츠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지방 소도시에 연고를 둔 프로팀을 만들고, 지역과 연계해 지속적인 일자리를 창출한다. 도시로 빠져나가는 인구를 줄이고, 관광산업과 연계해 관광객 유입을 주기적으로 유인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특히, 인구 40만명 이하의 소도시에 연고지를 둔 일본 남자프로농구 B리그 구단들은 지역상생, 밀착형 마케팅을 통해 윈-윈을 노리고 있다. 2016년 처음 시작된 B리그의 구단은 지역의 상징으로 가치를 높이고, 지역은 구단을 통해 인구 소멸 대안과 지역의 가치를 높이는 방식이다. 개별 구단의 구체적 시스템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B리그 전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B리그는 1, 2, 3부로 나눠져 있다. 1부인 B1리그는 24개, B2는 14개, B3는 16개팀 등 총 54개 팀이 있다. B1리그 팀 중 인구 40만명 이하 소도시를 연고로 하는 팀은 총 10개다. B2에는 5개팀이 있다.


이들에게는 특이한 점이 있다. 우리나라 4대 프로스포츠 구단들은 모기업 또는 연고 지자체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구조다. 재정적으로 엄밀하게 따져 흑자 전환이 쉽지 않은 수준이다. 그런데 B리그 사무국은 B1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팀 재정이 흑자가 되어야 한다. 적자의 경우 B1리그에서 퇴출한다'는 원칙이 있다. B리그 사무국은 세부 회계자료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그중 인구 22만명의 오타시를 연고로 한 군마 크레인 썬더즈를 살펴보자. 2023~2024시즌 회계보고에 따르면, 군마의 영업수익은 약 20억1067만엔(약 188억원)이다. 입장료(약 5억4700만엔), 파트너십(스폰서·11억1820만엔), 유스팀 이익(3300만엔), 중계권료 분배금(5740만엔), 굿즈 판매대금(1억3960만엔), 기타이익(1억1520만엔)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영업비용은 총 18억7370만엔이다. 경기장 사용료(4억8430만엔), 선수단 연봉(8억7500만엔), 선수단 운영비용(8672억엔), 굿즈 제작비(9109만엔), 유스 운영비(4417만엔), 기타비용(3379만엔), 일반 관리비(3억8321만엔)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영업이익은 1억3696만엔이고, 당기 순이익은 1억1611만엔이다. B1 24개 모든 팀의 영입 이익과 당기 순이익이 모두 흑자다.


[스페셜리포트-일본 B리그와 지방 소멸 시대]①그들은 우리 보다 10년 …
나가노시와 B리그, 그리고 신슈 브레이브스가 함께 한 키즈 드림데이 행사 장면. 지역 어린이 5000명을 나가노 올림픽체육관에 초청, 지역민과 나가노 동계올림픽 시설을 함께 활용한 지역밀착형 마케팅. 사진출처=나가노시 SNS
도쿄, 오사카, 나고야 같은 대도시와 대기업 기반의 팀들은 흑자를 내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하지만 마케팅 시장 자체가 작은 소도시 기반 10개팀이 모두 흑자라는 점은 매우 놀랍다. 이 부분은 지역 소멸의 대안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흑자의 핵심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도쿄 소재 B리그 사무국은 지역상생을 강조한다. B리그 사무국 관계자는 "농구팀이 진정으로 흥행하기 위해서는 지자체로부터 클럽의 가치를 느끼게 해야 한다. 최소 매출 12억엔 정도의 규모가 중요한 이유다. B리그는 스포츠와 지역과제 해결 모델 사업을 전개 중이다. 예를 들어 레방가 홋카이도는 폐교를 개장, 지역 아이들과 부모를 대상으로 한 어린이 식당을 운영한다. 오사카 에베사는 오사카 상점의 사회 문제인 일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직업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지역 관광명소와 인기 음식점을 원정 팬들에게 알려주는 'B여행' 프로젝트도 실시하고 있다"며 "B리그 팀들의 지역밀착형 마케팅은 인구확대, 신규고용 창출, 젊은 층의 대도시 진출 억제(U턴 취직) 등의 효과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스페셜리포트-일본 B리그와 지방 소멸 시대]①그들은 우리 보다 10년 …
B리그 연고지와 연계, 여행상품을 가이드한 'B여행' 프로젝트. 원정 팬이 농구 뿐만 아니라 여행까지 겸할 수 있는 B리그 사무국과 구단의 협력 여행 프로젝트다. 사진출처=B리그 공식 홈페이지
두번째, 소도시 구단들의 기발하고, 처절한 지역상생 마케팅이다. 산엔 네오피닉스 오카무라 대표는 "지역상생은 기본이자 필수다. 우리 팀은 홈타운 활동으로 연간 150회 이상 학교를 방문, 농구교실을 개최한다. 이 학생과 부모들이 우리 팀의 든든한 관중이 된다. 도요하시 뿐만 아니라 인근 17개 도시의 '시티데이 이벤트'를 매 경기 진행한다. 지역 특산물 판매장을 열고, 지역과 함께 한다는 모습을 계속 보여준다"고 말했다. 경쟁이라도 하듯 소도시 연고의 모든 팀들이 지역밀착 마케팅을 필수로 한다. '지역상생→관중 증가→구단 가치 확대와 고용 및 관광가치 창출→인구소멸 억제 및 관광객 유입'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지역 인구 소멸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같은 과정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들 수 있었을까. 산엔 네오피닉스의 홈 도요하시와 신슈 브레이브스가 있는 나가노(약 37만명)에서 그들의 비결을 들어봤다. <2편에서 계속> 도요하시(일본)=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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