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첫 장에 새겨진 이 작은 '물음표'가 잠들어 있던 상상력을 깨운다. 상상의 세계에서 '소리'는 귀가 아닌 눈으로 들을 수 있다. 빗방울이 다이빙을 하고, 물고기가 하품을 하고, 민들레가 재채기하는 소리가 책장 가득 펼쳐진 그림 속에서 들려온다. 선명한 색채감이 눈길을 사로잡고, 디테일하면서도 깜찍한 표현들이 '빙긋' 웃음 짓게 한다. 한편의 동화책 같기도, 일러스트 모음집 같기도 한 이 책 '들리니?'는 올해 중학교 1학년이 된 열네살 김윤성 군의 '작품'이다.
처음에는 소라껍질에서 관찰되거나 연상되는 이미지로 50가지 드로잉을 했다. 그리고 그 중에서 몇 개를 뽑았다.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 그림들은 '소리'라는 주제 아래 한 편의 이야기로 엮였다. 그리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책이 되어 세상에 나왔다.
12개의 그림과 12개의 소리는 그림의 일부분을 뚫어놓은 '타공(펀칭)' 기법을 통해 다음 이야기로 연결된다. 사과를 보고 눈을 굴리는 파리의 날개가 다음 장에선 사랑이 쏟아져내리는 '하트' 그림의 일부가 되는 식이다. 큰부리새가 물고기를 입에 물고 입맛 다시는 소리는 아기새가 엄마 찾는 소리로 이어진다. 큰부리새의 매서운 눈이 다음 장에선 아기새의 사랑스러운 눈이 되는 덕분이다. 틀에 얽매이지 않는 참신함과 창의력이 돋보인다.
김윤성 군은 어린이 창의력 교육을 지향하는 씽크씽크(THINK THINK) 미술관을 놀이터 삼아 일곱살 때부터 놀이하듯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을 했다고 한다. 그 디자인이 스티커로, 엽서로, 가방으로 만들어졌고, 이번에는 책이 됐다.
독자들이 어떻게 보고 느끼느냐에 따라 김윤성 군의 '소리' 이야기는 각자 다른 이미지로 남을 것 같다. 3D 입체 안경을 쓰면 영화 속 세상이 다르게 보이듯, 이 책 '들리니?'는 익숙한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상상력의 눈을 선물하기 때문이다. (김윤성 글·그림 / 도서출판 꿈틀 / 3만5000원)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