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음악의 한류가 시작됐다…씨엔블루 월드투어, 홍콩을 달구다

최종수정 2013-05-13 09:13

사진제공=FNC엔터테인먼트

강렬한 록 사운드가 심장을 두드린 밤이었다.

월드투어를 진행 중인 씨엔블루가 네 번째로 찾아온 도시 홍콩. 10일과 11일 이틀간 홍콩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아시아 월드 엑스포 아레나(Asia World Expo Arena)는 총 1만 4000여 관객으로 가득 찼다. 쉴 틈 없이 몰아치는 록 사운드에 맞춰 관객들의 심장은 빠르게 뛰었고, 공연 타이틀이 '블루문(Blue Moon)'인 것처럼 홍콩의 밤도 파랗게 빛났다.

한류의 진원지 중 하나인 홍콩에서 만난 씨엔블루는 기존 K-POP과는 차별화된 그들만의 음악으로 한류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었다. K-POP을 대표하는 댄스 음악이 아닌 록 음악을 하는 밴드가 월드투어를 갖는 것은 씨엔블루가 처음이다. 지난 4월 6일 대만에서 시작된 월드투어는 싱가포르(4월 13일)와 태국(5월 4일), 이번 홍콩 공연까지 전석 매진을 기록 중이다. 특히 홍콩 공연은 당초 11일 하루만 계획됐지만 5분 만에 티켓이 매진되면서 팬들의 요청으로 10일 공연이 추가되기도 했다. 씨엔블루는 "우리가 월드투어를 갖게 된 건 선배 가수들이 길을 잘 닦아놓은 덕분"이라며 겸손해했다. 하지만 그들은 댄스 퍼포먼스가 K-POP의 전부는 아니라는 걸 음악으로 보여주고 있다. 씨엔블루의 월드투어를 통해 한국 밴드 음악의 한류화 가능성을 봤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씨엔블루의 조금 특별한 행보는 이번 홍콩 공연에서도 이어졌다. 공연 둘째날인 11일, 씨엔블루는 2시간 30분 동안 앵콜곡 포함 총 23곡의 무대를 선보였다. 가장 최근 앨범인 '리블루(Re:BLUE)'의 수록곡을 비롯해 일본 싱글앨범 수록곡과 기존 히트곡으로 레퍼토리를 구성했다. 이중에 멤버 정용화와 이종현의 자작곡이 무려 17곡이나 됐다. 음악적 성취에 대한 자부심과 진정한 밴드로 인정받고자 하는 씨엔블루의 의지가 강하게 읽혔다.

홍콩 팬들은 '외톨이야', '직감', '사랑빛', '러브' 같은 대표 히트곡들을 포함해 대부분의 공연곡을 한국어로 따라불렀다. 단 한순간도 자리에 앉지 않은 채 록 사운드에 몸을 맡겼고, 정용화의 샤우팅에 그보다 더 커다란 함성으로 호응했다. 대규모 록 페스티벌 현장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였다.


사진제공=FNC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FNC엔터테인먼트
여느 밴드들이 그러하듯 씨엔블루도 모든 공연곡을 라이브로 직접 연주했다. 방송 여건상 라이브 연주를 보여주지 못해 핸드싱크(악기를 실제 연주하지 않고 시늉만 내는 것) 오해를 받아야 했던 서러움과 아쉬움을 털어버리기라도 하듯 악기와 혼연일체가 됐다. 가벼운 티셔츠 차림으로 무대에 오른 멤버들은 금세 땀범벅이 됐다. 정용화(보컬·기타), 이종현(기타), 강민혁(드럼), 이정신(베이스)의 수준급 연주 실력은 콘서트를 통해 알음알음 입소문이 나긴 했지만, 공연의 규모가 커지고 경험이 쌓이면서 한층 더 성숙해진 듯했다. 연주에만 집중하던 이전과 달리, 악기를 가지고 놀듯 능숙하게 다루면서 무대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록 사운드를 한결 풍성하게 채운 이종현의 현란한 기타 연주가 압권이었다. 공연을 앞두고 멤버들은 "악기를 직접 연주하고 들려드릴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언젠가는 록 페스티벌에 참여하고 싶다"고도 했다.

그러나 씨엔블루에게 아직은 아이돌의 이미지가 강한 게 사실이다. 자생적으로 생겨난 밴드가 아닌 데다 팬덤의 성향이 아이돌그룹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네 멤버 모두 연기를 겸업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하지만 이들은 무대에서만큼은 밴드 뮤지션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실히 했다. 자작곡 위주의 레퍼토리는 물론이고 전체적인 편곡, 보컬, 연주에서 록 사운드가 강조됐다. 공연에 으레 포함되기 마련인 멤버별 솔로 무대도 없었다. "밴드다운 모습을 더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드라마를 통해 팬들이 늘어나는 건 감사한 일이지만 우리에게 중심은 언제나 음악이다"라는 말에선 고집스러움까지 느껴진다.

씨엔블루의 월드투어는 아이돌 같은 외모와 뛰어난 음악성을 모두 갖춘 새로운 형태의 밴드를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홍콩 워너뮤직의 한 관계자는 "리더 정용화의 유니크한 목소리는 아주 매력적이고, 정용화의 목소리는 록 음악에 매우 잘 맞는다"며 "잘생긴 얼굴, 섹시한 매력, 멤버들 개성을 살리는 패션도 팬들을 사로잡는 주요 요인"이라고 말했다. 또 "씨엔블루는 록 음악을 연주하면서 자신들을 다른 댄스 그룹들과 확실히 차별시킨다. 한국 록 밴드가 많지는 않기 때문에 씨엔블루는 음악계에서 매우 독보적으로 보여진다. 또한 홍콩에는 록 음악을 좋아하는 소녀 팬들이 아주 많은데, 이러한 요인들도 씨엔블루의 성공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마지막 앵콜곡 '트라이 어게인 스마일 어게인(Try Again Smile Again)' 무대를 마친 씨엔블루는 객석의 팬들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으며 행복을 만끽했다. 헤어짐이 아쉬운 팬들은 뜨거운 환호성을 보내며 씨엔블루를 놓아주지 않았다. 무대에 모든 걸 쏟아낸 씨엔블루는 공연을 마친 후 살이 쑥 빠졌다고 했다. 그러나 말과 달리 그들의 얼굴은 공연의 여운으로 한껏 들떠 있었다.

홍콩에서의 열기는 곧 서울로 이어진다. 오는 25일과 26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월드투어 다섯번째 공연을 갖는다. 이후 월드투어는 호주와 필리핀, 중국, 말레이시아에서 계속 된다.
홍콩=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사진제공=FNC엔터테인먼트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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