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비즈]'설국열차' '미스터고'를 향한 증권가의 엇갈리는 시선

최종수정 2013-08-06 06:57

영화 '설국열차'가 개봉 나흘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설국열차'의 봉준호 감독, 크리스 에반스, 틸다 스윈튼, 고아성, 송강호.(왼쪽부터) 스포츠조선DB

영화 한 편이 주가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1000만 관객이 넘는 영화가 나와도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투자자들이 변했다. 그만큼 엔터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실망의 폭도 깊어졌다는 이야기다.

공교롭게 올 여름 극장가에선 충무로의 투자 한계를 뛰어넘어 새 역사에 도전한 블록버스터 두 편이 맞붙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엇갈린 성적표에 울고 웃는 '설국열차'와 '미스터 고'를 둘러싼 증권가 반응을 통해, '대작과 주가의 상관관계' 그 이야기를 풀어보자.


'설국열차'의 봉준호 감독. 스포츠조선DB
오너 리스크 뛰어넘은 CJ E&M

한국영화 사상 최대인 43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설국열차'가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4일 하루 동안 78만6614명을 동원하며 박스 오피스 1위를 지켰고, 누적관객수는 329만7568명을 기록했다. 개봉 4일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한 것.

이에 따라 메인투자사인 CJ E&M의 주가도 숨가쁘게 달리고 있다. 오너 리스크도 가뿐히 뛰어넘었다. 5월 말부터 이재현 회장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벌어지면서 주춤했던 CJ E&M 주가는 연일 기록적인 오름세를 보여줬다. 6월 초 3만2000원까지 떨어지며 바닥을 탐색하던 주가가 7월 18일엔 4만1000원까지 오르면서 52주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첫 주 개봉 성적이 전해진 5일, 주가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장 개장과 함께 무서운 속도로 상승 곡선을 그리더니 종가는 전 거래일에 비해 3.59% 상승한 3만9000원.

'설국영화'가 이처럼 개봉 전부터 힘있게 주가를 밀어올릴 수 있었던 것은 역시 눈에 띄는 실적 덕분. 국내 시장의 한계를 뛰어넘어 이후 수익 창출 가능성을 투자자들에게 정확히 수치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현재 '설국열차'는 167개국 개봉이 결정돼 선판매 금액만 220억원에 이른다. 박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선판매 200억원은 한국영화 연간 수출금액 규모"라며 "영화 개봉 가능 모든 국가에서 개봉하는 것"이라고 증권가의 기대감을 설명했다.


'설국열차'의 고아성, 송강호. 스포츠조선DB

기대는 천천히, 실망은 '빛의 속도'로

대작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대부분 영화가 본격 베일을 벗기 전에 이미 주가에 반영된다.

'설국열차' 제작비 전액을 댄 CJ E&M 주가는 이로 인해 지난달 18일 장중 4만1000원까지 오르며 1년 신고가를 새로 썼다. 하지만 언론 시사회가 열린 지난달 23일에는 4%대 급락하기도 했다. 더불어 1000만명을 향한 흥행 기록 릴레이를 펼친다고 해도 주가는 확 오르지 않는다. 이미 어느정도 예측 가능했던 결과이기 때문이다.

물론 개봉이후에 의외의 흥행 대박이 터지면 증권가는 뜨거운 반응을 보인다. 최근 개봉작 중엔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대표적인 예다. 김수현이란 빅스타가 버티고 있긴 했지만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충무로 관계자들의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는 초대박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개봉 이틀만에 100만명을 가뿐히 돌파하는 초반 돌풍을 세우면서 메인 투자배급사인 미디어플렉스의 주가를 강하게 끌어올렸다. 기대감과 놀라움이 더해지면서 투자자들이 움직인 덕이다.


영화 '미스터 고'의 감독과 출연진. 스포츠조선DB
반면 영화에 대한 예상 성적이 충족되지 못할 때 시장 반응은 가차없다. 지난 7월 17일 개봉된 영화 '미스터 고'의 투자 배급사인 미디어플렉스의 주가는 개봉 한달 여 전 장밋빛 전망을 보여줬다. 6월 14일부터 꿈틀거리기 시작한 주가는 6월 28일 결국 주가 5000원대를 돌파(5210원)했다.

그러나 출발부터 불안한 예매 성적 등이 전해지면서 주가는 급락했다. 24일 기준으로, 주가가 5% 이상 급등락한 날은 18거래일 중 절반에 가까운 8거래일에 이른다. 지난달 10일에는 하한가까지 떨어지는 등 7월 중 10% 넘게 폭락한 날도 4거래일이나 된다.

2일 3765원으로 마무리됐던 주가는 5일 추가 하락은 간신히 막으며 전 거래일과 같은 가격에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이미 투자자들의 마음을 근본적으로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미스터 고'는 4일까지 누적관객수 130만을 겨우 넘겼다.


'미스터 고'에 출연한 배우 서교. 스포츠조선DB
아직 성적표 마지막칸은 남아있다

한때 충무로에는 '대작 필패론'이 돌기도 했다. 이는 장선우 감독의 2002년작인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 영화 최초로 100억원 가까운 제작비가 들어간 이 영화는 제작 중단설 등에 휩싸이기도 했으며, 흥행 성적 또한 처참했다. 그해 사이즈에만 집중한 충무로는 연달아 재앙을 낳았는데, '2009 로스트 메모리즈' '예스터데이' '아 유 레디' 등이 처참하게 깨졌다.

이 악몽은 잊을만 하면 되풀이되면서 최근엔 '마이 웨이' '알투비: 리턴투 베이스'까지 이어졌다. 이중 '마이웨이'는 손실률 70%라는 기록까지 남겼다.

그러나 단언컨대, 지금의 흥행성적만을 놓고 최종 결론을 내릴 순 없다. '미스터 고'는 여러모로 진화하는 한국영화의 성장통을 보여준다. 수많은 시행착오가 현재의 K필름을 만들어냈듯이, '미스터 고'가 CG와 3D 분야에서 이뤄낸 새로운 가능성은 충분히 그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또 중국 메이저스튜디오와의 합작은 중국 시장은 물론, 아시아 지역에서 유리한 배급 고지를 달성하게 만들어줬다.

따라서 '미스터 고'의 흥행 릴레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중국에서 지난달 18일 개봉한 '미스터 고'는 개봉 첫 주 6400만 위안(한화 약 116억원)의 흥행 수입을 기록,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을 제치고 가뿐히 1위에 올랐다. 이 사실이 전해진 지난달 23일엔 곧바로 미디어플렉스 주가가 8% 넘게 반짝 급상승하기도.

한승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흥행 기대감을 모았던 '미스터 고' 부진하자 미디어플렉스에 주가도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됐다. 중국에서는 '미스터 고'가 흥행몰이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국내시장만 보고 흥행실패라고 보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미스터 고'는 지난 1일 태국에서 개봉하는 등 아시아 공략에 본격 나선다. 중국과의 합작영화로서 최고의 흥행 수입을 기대해볼만 하다는게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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