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철벽 수비' 앞 PSV도, 박지성도 통곡

최종수정 2013-08-29 09:52

ⓒ PSV 공식페이스북 캡처

박지성의 PSV 복귀전이 준 감흥은 대단했다. 한 시즌 동안 숨 막히는 QPR 감옥에 갇혀 있던 그가 아직 '살아 있음'을 증명해 보인 것. 지난주, 밀란과의 UEFA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측면은 물론 중앙으로까지 들어와 상대를 휘젓는 그의 모습에 대한민국은 전율을 느꼈다. 다만 PSV가 얻어낸 '결과'만을 냉정히 따지자면 그리 희망적이진 못했다. '챔스 경험이 전무한 어린 선수들이 밀란을 상대로 한 것치고는 잘했다'는 전제를 빼면 그저 원정 골을 내준 무승부에 불과했다. 더욱이 원정팀의 무덤으로 정평이 난 산시로에서의 2차전까지 남은 상황이었다.

상대에게 내준 원정 골은 이번 2차전에서 무조건 득점해야 한다는 부담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1주일 전, 산전수전 다 겪은 밀란의 관록 앞에 젊은 패기를 가득 담은 슈팅으로 맞서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2차전을 지켜본바, 밀란은 밀란이었다. 이제 막 시즌을 시작해 아직 몸이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고는 해도, 이들은 메시가 뛴 바르샤를 무실점으로 묶어본 팀 아니었던가. 지난 1차전보다 실전 감각을 조금 더 끌어 올린 그들은 PSV 공격이 들어올 길목마다 높고도 단단한 바리케이드를 쳤다. 곳곳에서 강도 높은 통제가 이뤄지자, 밀란의 골대까지 흐르는 PSV의 도로엔 '정체 구간'이 이어졌다.

첫 번째 정체 구간은 문타리-몬톨리보, 그리고 데용이 받치고 있던 밀란의 역삼각형 중원. 엘 샤라위와 보아텡이 넓게 서며 앞선에서부터 측면을 견제했던 터라 PSV는 상대적으로 헐거워 보이는 중원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샤르스를 볼 배급처로 삼아 전진패스를 제공한 뒤 또 다른 연결을 노렸던 이들의 계산은 대부분 오답을 냈다. 1차전에서는 이 구간까지 볼이 흘렀고, 여기에서 측면으로 벌려주는 패스가 나와 디파이의 속도 경쟁을 활용하곤 했는데, 이번엔 중원을 향한 전진 패스의 성공 빈도가 확연히 줄었다. 밀란의 미드필더진은 전진 패스를 지속적으로 방해했고, PSV 자원들은 미리 시야를 확보하며 패스를 받을 준비에 실패했다. 중앙으로 꺾어 들어오며 공격의 루트를 늘렸던 박지성도 1차전만큼의 왕성하고도, 주효한 움직임을 보이진 못했다.

두 번째 정체 구간은 아바테와 데 실리오의 측면. 패스의 공급처를 원천 봉쇄한 밀란은 그다음 과정인 측면에 대해서도 철저히 준비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쓰리톱의 와이드한 측면 공격에 측면 수비들의 오버래핑까지 노렸던 1차전과는 달리, 보다 수비적이고 안정적인 부분에 공을 많이 들였다. 그렇다 보니 PSV의 측면 자원들이 볼을 잡았다고 해도 문제였다. 상대는 측면 수비 아바테와 데 실리오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여기엔 엘 샤라위와 보아텡의 양 측면 공격 자원, 그리고 문타리와 몬톨리보의 중앙 자원까지 부지런히 가세해 수적 우위를 만들어냈다. 디파이가 수비수를 몇 명이나 파괴할 수 있는 메시나 호날두도 아니고, 연계를 위한 동료들의 접근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자, 후반 초반 올라온 몇 번의 크로스 외엔 딱히 성과가 없었다.

그렇다고 마타우쉬를 포인트로 두고 때려 넣는 포스트 플레이를 하기도 어려웠다. 수비수를 등지고 버티는 힘이 워낙 좋았던 발로텔리와 이 선수 사이엔 어느 정도의 클래스 차이가 느껴졌던 게 사실. 일단 전진 패스부터 제대로 공급되지도 않았으며, 그 이후 상대를 등지고 돌아 전진하거나, 동료들과의 연계를 이어가기도 어려웠다. 그나마 골에 근접한 건 몇 차례의 중거리 슈팅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한두 번을 제외하면 지나친 패기로 완급 조절이 안 되며 남발로 이어졌고, 너무 먼 곳에서 힘이 잔뜩 들어가 골대를 넘긴 슈팅들은 상대에게 숨 고를 시간을 선사할 뿐이었다. 지난 1차전과 같은 행운의 리바운드를 기대하기엔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유럽 정상권을 다투던 밀란의 기세가 최근 몇 년 새 많이 약해진 건 사실이나, PSV가 상대하기에 만만한 팀은 절대 아니었다. 수비에 무게중심을 둔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하면서도 엘 샤라위-발로텔리-보아텡으로 틈틈이 노린 공격 시도에서 세 골이나 뽑아냈다. 그것도 각각 전반 초반, 후반 초반, 후반 막판에 터뜨리며 선제 실점을 내준 PSV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어놓았다. 이런 팀을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대진이 PSV로선 한없이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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