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희 시인이 2008년 쌍뜨 뻬쩨르부르그에 머물 때부터 준비한 한러대역시집 '새해를 맞으러 뿌쉬낀으로 간다'(모아드림)를 펴냈다.
시인은 러시아에서 선교 활동을 해온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이 시집에도 신앙의 눈과 정신으로 시를 쓰는 열정이 담겨 있다. 또 "감성과 이성을 조화롭게 조율하며 삶의 여백을 채워나가는"(문효치) 견고한 안목도 깃들어 있다.
시인은 '삶의 조각들이 남긴 무늬를/어눌한 음성'으로 담은 결실이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그런 점에서 이 시집은 속 깊은 시인의 오랜 경험과 생각과 언어가 곡진하게 담겨 있는 투명한 삶의 축도라고도 할 수 있다.
시인은 125편의 신작시를 통해 사물과 내면 사이에서 출렁이는 서정의 움직임을 아름답게 노래한다. 그래서 각 시편들은 단아하고 따뜻하고 역동적인 서정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표제작 '새해를 맞으러 뿌쉬낀으로 간다'에서는 푸시킨의 삶과 시, 그리고 그의 이름을 딴 도시 '뿌쉬낀'에서 맞을 새해의 포부에 대해 노래한다. 짧은 생애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민중 언어의 보석을 발굴해 러시아 문학을 일군 푸시킨의 광채를 새해의 태양처럼 맞이한다.
유성호(한양대 국문과) 교수는 추천평에서 "이종희의 시편들은 이러한 동일성 원리를 '서정'과' 신앙'의 결속을 통해 선명하고도 아름답게 보여준다. 그는 이번 시집을 통해 자신의 삶을 거듭 확인하고 성찰하며 더욱 열정적인 모습으로 그것을 변형해갈 동력을 얻고 있다."고 말한다.즉 시인은 서정과 신앙의 충일한 결속을 통해 실존적이고 심미적인 안목과 열정을 드러낸다.
이번 시집의 러시아 번역은 김환 교수와 블라지미르치크가 맡았다. 앞뒤로 뒤집으면 각각 한국어 시집과 러시아 시집처럼 보일 수 있도록 편집 디자인하여 두 권의 시집을 읽는 즐거움을 안겨준다는 점도 특징이다.임정식 기자 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