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왕가네 식구들' 맏사위 고민중 역의 조성하를 만났다. 8개월 여에 걸친 대장정을 마무리한 그는 "너무 큰 사랑을 주셔서 사실은 조금 아쉽다. 이렇게 큰 사랑 주실 줄 알았으면 목숨 걸고 배우들과 작가 선생님을 (드라마 연장) 설득할 걸 그랬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왕가네 식구들'은 50%에 육박하는 시청률(49.9%, 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을 기록했다. 초등학생들이 드라마 주제곡을 부르고 다녔고, "택배요"라고 잠꼬대를 하는 아이들까지 있었을 정도다. 온 국민이 시청한 '국민 드라마'라는 타이틀이 손색 없다.
그 인기 중심에는 조성하가 서있다. 사업 실패 후 왕수박(오현경)과 처갓집 식구들의 핍박 속에서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택배를 나르는 모습, 못난 아들이 눈물로 부르는 사부곡도 중년 남성층의 마음을 울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년의 로맨스가 중년층을 사로잡았다.
조성하가 연기한 고민중은 불륜을 저지른 왕수박의 요구로 이혼한 뒤 첫사랑 오순정(김희정)을 만나 새 출발을 기약한다. 그러나 왕수박은 처가집 식구들과 함께 아이들을 앞세워 재결합을 요구하고, 자식에 대한 마음과 첫사랑을 향한 순정 사이에서 고민한다. 현실과 판타지, 그 중심에 선 남자의 갈등과 고뇌가 중년층과 깊은 공감대를 형성한 것. '왕가네 식구들'이 종영할 때까지 고민중이 왕수박과 오순정 중 누구를 선택할 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유다. 조성하는 "순정과 수박의 배합이 환상적으로 잘 맞아떨어진 게 아닌가 싶다. 남자 뿐 아니라 여자들도 첫사랑에 대한 변치 않는 로망이 있을텐데 그게 현실로 돌아왔다. 현재 삶에 대만족하면 좋겠지만 결혼해서 10~20년 산 사람들은 어느 정도 권태기란 걸 갖고 있을텐데, 첫사랑은 변하지 않는 것 아닌가. 물론 실제로 현실에서 첫사랑이 나타났다고 하면 그에 대한 기대치로 현재의 것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안 만날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하표 생활형 로맨스'도 인기 수직 상승 요인이 됐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오순정을 생각하고는 "네가 좋아하는 군밤"이라며 군밤 봉지를 품에 안고 뛰어가는 등 달달한 멜로를 제대로 보여줬다. 만난지 1년도 되지 않아 패기있게 결혼을 진행하는 왕광박(이윤지)-최상남(한주완) 커플과 같이 불같은 사랑은 아니라도, 애틋함과 편안함이 묻어나는 '생활형 로맨스'에 중년층 뿐 아니라 젊은 세대도 격하게 지지표를 던졌다. 방송이 진행되며 '중년 멜로남', '꽃중년'이란 애칭이 따라붙었을 정도. 중년의 사랑을 다룬 작품은 많았지만 이렇게 화제를 모았던 적은 드물다. 더욱이 전세대에 어필할 수 있는 사랑법과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인물도 많지 않다. 이 정도라면, 전세대에 분위기로 어필해야 하는 커피CF도 가능하지 않을까? 고민중표 커피CF가 기대되는 이유다.
조성하는 "아주 근접한 거리에 있는, 내 옆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다. 중년이라고 하면 하루하루의 풋풋함이 없는 그런 느낌이고, 불륜만 떠올린다. 그런데 그건 너무나 암울한 것 같다. 꼭 젊은 사람들만 사랑할 수 있는 특권을 갖고 있는 것 같은 그런 시대에 우리 중년도 이렇게 애틋함, 설레임,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을 해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멜로란 장르를 굴곡을 아는 사람들도 똑같이, 더 깊고 넓게 표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 같고 이런 것들이 다른 작품에서도 더 나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왕가네 식구들'의 대성공에 누구보다 기여도가 높지만, 조성하는 문영남 작가를 비롯한 스태프, 함께 연기한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한날 한시도 안 틀리고 방송 3주 전 대본을 주신 문영남 작가 선생님의 필력과 그 작품을 잘 이해하고 리드하는 감독, 충분한 시간 동안 캐릭터 역량을 배가시켜준 배우들이 인기 비결이다. 전부 철두철미하게 준비해 와서 현장에서 거의 NG가 없을 정도로 연기해줬다. 7~8개월 동안 금요일마다 대본 리딩하고 식사하면서 서로를 알고 작품을 이야기하고 칭찬하고 위로해주고 노력하니까 그런 시너지가 오늘의 기록을 만든 게 아닌가 싶다"고.
작품을 마무리하며 '왕가네 식구들' 팀은 최근 마카오로 포상 휴가를 다녀왔다. 조성하는 "마카오에 가서 배우 이면의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을 보고 마음을 나누고 정말 가족이 되서 왔다. 선후배들이 너무 따뜻하게 서로를 안아주니 감사한 것 같다. 재밌었다. 장기적으로 '킹 패밀리'라고 명명해서 정기 모임도 갖기로 했다. 사람이 재산인데 이렇게 좋은 분들 만나기가 쉽지 않아서 이 모임은 오래오래 지속하자고 했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