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영화계의 거장 이장호 감독이 다시 충무로로 돌아왔다. '별들의 고향' '바보선언' '바람 불어 좋은 날' 등 한국 영화계에 주옥같은 작품을 남긴 이 감독이 오랜 침묵을 깨고 19년만에 신작을 들고 팬들 곁에 다가온 것. 특히 이번 작품은 일반 상업 영화가 아니라 기독교 영화라 더욱 눈길을 끈다. 장르만 보고 자칫 고개를 갸우뚱 할 수 있지만 이 감독은 거장답게 기독교 영화도 천편일률적으로 '호소'만하는 영화로 만들진 않았다. 누가 봐도 고개를 끄덕일만한 스토리로 새로운 장르 영화를 탄생시켰다.
선교영화들이 과도하게 기독교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다는 것도 이 감독은 인정한다. "그동안의 선교 영화들이 자연스럽지 못했던 것이죠. 그래서 그런 색채를 뽑으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나 자신부터 성령이 임하는 장면에 CG를 넣을 뻔 했어요. 그런데 과도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비기독교인 스태프들의 조언을 들었습니다. 너무 맹신적이거나 교리만 앞세운, 왜곡된 성경 영화는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살아있는 사람들이 혹독한 죽음 앞에서 어떻게 참신앙을 갖게 되나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
"왜 굳이 그런 위험한 곳에 가서 선교를 하나"라는 비판이 있다는 것도 이 감독은 알고 있다. 하지만 이 감독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수긍하지 않았다. "그런 얘기를 많이 하죠. 위험하다고 가지 말라는 곳에 왜 굳이 가서 고초를 겪냐고. 하지만 100년 전만 생각해봐도 그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기독교 천주교가 조선에 처음 들어왔을 때 상황은 지금 중동 상황보다 더 위험했을 겁니다. 하지만 선교단들이 들어와 조선에 기독교 천주교를 설파했고 지금은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가 됐잖아요. 다 그런 위험을 무릅 쓴 분들이 있기 때문이죠."
이 감독은 '시선'을 시작으로 계속 기독교 영화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상업적인 영화를 만드는 것은 젊은 감독들이 잘 하고 있잖아요. 우리 나이의 감독들이 만들 수 있는 영화들은 따뜻하고 포용적인 것들이죠. 지난해 1000만 관객을 넘은 '7번방의 선물' 같은 영화는 우리 나이의 감독들이 잘 만들 수 있는 그런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영화계의 어른답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지금은 영화 만드는 환경은 정말 좋아진 것 같아요. 우리 시대는 가난했기 때문에 제작 여건이 좋지 않았고 정말 지옥 같은 환경에서 영화를 만들었죠. 그래도 자기 생각을 영화에 많이 나타낼 수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자본의 논리가 가득 지배하기 때문에 정말 조그마한 틈도 없는 것 같습니다. 감독의 작가정신이 숨쉬기가 힘든 거죠. 환경은 천국인데 지배하는 정신은 돈에 종속돼 있는 것, 이런 상황에 계속되면 자멸하는 도화선이 될 수 도 있어요. 이게 조금 슬프죠."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