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시선' 이장호 감독 "위험지역 선교 왜 가냐고? 그 이유는..."

기사입력 2014-04-10 08:18


영화감독 이장호.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한국 영화계의 거장 이장호 감독이 다시 충무로로 돌아왔다. '별들의 고향' '바보선언' '바람 불어 좋은 날' 등 한국 영화계에 주옥같은 작품을 남긴 이 감독이 오랜 침묵을 깨고 19년만에 신작을 들고 팬들 곁에 다가온 것. 특히 이번 작품은 일반 상업 영화가 아니라 기독교 영화라 더욱 눈길을 끈다. 장르만 보고 자칫 고개를 갸우뚱 할 수 있지만 이 감독은 거장답게 기독교 영화도 천편일률적으로 '호소'만하는 영화로 만들진 않았다. 누가 봐도 고개를 끄덕일만한 스토리로 새로운 장르 영화를 탄생시켰다.

그의 신작 '시선'은 그동안 말도 많았던 해외 선교단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다. 이스마르라는 가상 국가에 선교를 떠난 이들이 이슬람 과격주의 테러단체에 납치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 가운데 처절하게 인간의 본성이 드러나는 장면을 이 감독은 가감 없이 카메라에 담았다. 주인공 조요한(오광록) 자체가 벌써 배교행위를 하고 세속에 물들어 선교단을 마치 패키지 여행단처럼 운영하는 인물이다.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이 기독교 영화에 어느 정도 배타심이 있다는 것은 이 감독도 잘 아는 사실이다. "달가워하지 않는 것이 있죠. 그래서 저는 일반적인 영화를 만들면서 크리스찬 정신을 살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생활에 나타나는 기독교를 그리고 싶었던 것이죠. 사실 그렇게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선교영화들이 과도하게 기독교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다는 것도 이 감독은 인정한다. "그동안의 선교 영화들이 자연스럽지 못했던 것이죠. 그래서 그런 색채를 뽑으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나 자신부터 성령이 임하는 장면에 CG를 넣을 뻔 했어요. 그런데 과도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비기독교인 스태프들의 조언을 들었습니다. 너무 맹신적이거나 교리만 앞세운, 왜곡된 성경 영화는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살아있는 사람들이 혹독한 죽음 앞에서 어떻게 참신앙을 갖게 되나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위험한 요소도 있었다. 이 감독이 가장 위험한 요소로 꼽는 것은 당연히 성경을 칼로 내리치는 배교 행위를 하는 장면이었다. "그런 행위를 영화에 넣는 것 자체가 기독교인으로서는 정말 가슴 떨리는 일입니다. 그 장면을 촬영하고 기도하면서 용서해달라고 울었어요. 하지만 엔도 슈샤쿠의 원작 소설인 '침묵'에서도 예수의 동판을 밟고 서서 사람들을 살리는, 거룩한 배교 행위가 되는 장면이 등장하죠. 그런 부분을 꼭 표현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비기독교인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들기 위해서였죠."


영화감독 이장호.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촬영장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실제 중동에 가서 촬영할 수는 없으니 캄보디아에서 촬영을 했습니다. 여건은 정말 최악이었죠. 온도는 섭씨 45도까지 올라가고 우기여서 악천후에 독충도 자주 출몰했죠. 우리 디지털 영화장비는 피뢰침이 없으니 벼락이 제일 무서운데 정말 벼락도 플래시를 터트리듯이 자주 터졌습니다." 이런 악조건에서 촬영을 마치고 돌아온 후 배우 박용식은 패혈증으로 갑작스레 사망했다. "저는 박용식이라는 배우가 모든 악조건을 짊어지고 촬영하면서 순교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감독은 박용식에 대해 말하며 순간 떨리기도 했다.

"왜 굳이 그런 위험한 곳에 가서 선교를 하나"라는 비판이 있다는 것도 이 감독은 알고 있다. 하지만 이 감독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수긍하지 않았다. "그런 얘기를 많이 하죠. 위험하다고 가지 말라는 곳에 왜 굳이 가서 고초를 겪냐고. 하지만 100년 전만 생각해봐도 그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기독교 천주교가 조선에 처음 들어왔을 때 상황은 지금 중동 상황보다 더 위험했을 겁니다. 하지만 선교단들이 들어와 조선에 기독교 천주교를 설파했고 지금은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가 됐잖아요. 다 그런 위험을 무릅 쓴 분들이 있기 때문이죠."

이 감독은 '시선'을 시작으로 계속 기독교 영화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상업적인 영화를 만드는 것은 젊은 감독들이 잘 하고 있잖아요. 우리 나이의 감독들이 만들 수 있는 영화들은 따뜻하고 포용적인 것들이죠. 지난해 1000만 관객을 넘은 '7번방의 선물' 같은 영화는 우리 나이의 감독들이 잘 만들 수 있는 그런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영화계의 어른답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지금은 영화 만드는 환경은 정말 좋아진 것 같아요. 우리 시대는 가난했기 때문에 제작 여건이 좋지 않았고 정말 지옥 같은 환경에서 영화를 만들었죠. 그래도 자기 생각을 영화에 많이 나타낼 수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자본의 논리가 가득 지배하기 때문에 정말 조그마한 틈도 없는 것 같습니다. 감독의 작가정신이 숨쉬기가 힘든 거죠. 환경은 천국인데 지배하는 정신은 돈에 종속돼 있는 것, 이런 상황에 계속되면 자멸하는 도화선이 될 수 도 있어요. 이게 조금 슬프죠."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영화감독 이장호.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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