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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일일드라마 네 편이 연달아 맞붙는 오후 7~8시대는 시청률 격전지다. 드라마의 꽃이라는 미니시리즈도 시청률 10%를 밑도는 요즘, 두 자릿수 시청률을 꾸준히 기록하는 저녁 일일드라마는 방송사의 든든한 효자다. 지난 해 말부터 6개월간 이어진 일일드라마 대결 1라운드가 최근 마무리되고 신작들이 속속 첫 선을 보이고 있다. SBS '사랑만 할래'와 KBS2 '뻐꾸기 둥지'가 지난 2일과 3일 차례로 첫 방송된 데 이어 9일엔 KBS1 '고양이는 있다'가 전파를 탔다. 오는 23일에는 MBC '소원을 말해봐'가 가세한다. 일일드라마 2라운드 대결구도를 살펴봤다.
극의 중심은 두 여주인공 백연희(장서희)와 이화영(이채영)이 펼치는 복수극이다. 첫 사랑 남자와 혼전 임신한 아이를 모두 잃은 연희는 이후 재벌가 아들 정병국(황동주)과 결혼했지만 영구불임 판정을 받게 되고 아들을 원하는 시댁의 요구 때문에 결국 대리모 출산을 선택하는 인물이다. 화영은 그런 연희와 지독한 악연으로 얽혀 있다. 연희의 첫 사랑 남자가 바로 화영의 죽은 오빠였고, 연희의 남편 병국은 화영과 과거에 연인 관계였다. 또한 화영은 오빠와 연희 사이에 낳은 딸을 동생으로 입적시켜 몰래 키우고 있다. 오빠를 죽이고 집안을 몰락시킨 연희와 자신을 배반한 병국의 다정한 모습을 목격한 화영은 증오심에 불타고, 복수를 위해 연희 시어머니의 대리모 제안을 받아들인다. 드라마 홈페이지의 인물소개에 따르면 이후 병국은 아들의 대리모이자 옛 연인인 화영과 다시 불륜관계에 빠지는 것으로 설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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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극의 성지' 같았던 일일드라마에 작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출생의 비밀을 완전히 배제하겠다고 선언한 KBS1 '고양이는 있다'가 9일 첫 방송에서 시청률 23.3%를 기록하며 힘차게 첫 발을 뗐다. 고양이를 인연으로 만난 두 남녀가 잊고 지냈던 자신의 꿈을 되찾고 그 속에서 가족의 사랑과 소중함을 깨우치는 과정을 그린 작품. 일일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코믹 미스터리'를 표방한다.
첫 방송에서는 주요 캐릭터가 소개됐다. 집안 빚을 갚으며 열심히 살아가는 잡지사 기자 고양순(최윤영), 법조인이 되길 원하는 아버지 몰래 사진을 찍다 사채업자들로부터 빚 독촉을 받은 염치웅(현우), 연예인을 꿈꾸며 귀국한 윤성일(최민), 양순과 입사 동기이자 라이벌인 한수리(전효성) 등 좌충우돌하며 꿈을 찾아가는 주인공들은 현실적이면서도 사랑스러웠다.
이 드라마는 잡지사에 일하는 고양순(최윤영)이 우연히 사고를 당할 뻔한 고양이를 데려다 키우기로 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됐다. 이 고양이는 성일의 할아버지가 애지중지 키우던 고양이로, 주요 인물들이 얽히는 연결 고리가 된다. 양순이 다니는 잡지사의 맞은 편에 자리한 탐정사무소는 고양이의 행방을 좇으며 극에 미스터리 요소를 불어넣는다.
앞서 김원용 PD는 "개에 비하면 고양이는 비주류적인 면이 있다. 비주류이고 목소리가 작은 사람들도 이 땅의 어느 곳에 살고 있으니, 목소리가 작더라도 어딘가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에게 배려와 관심을 가지자는 메시지를 담는 드라마가 됐으면 한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사랑만 할래'는 청춘남녀의 로맨스와 가족극을 버무렸다. 무뚝뚝한 의사 태양(서하준)과 일에만 빠져 살던 교양PD 유리(임세미) 커플의 서투르고 풋풋한 사랑, 억척스러운 미혼모 샛별(남보라)과 의류회사 후계자 재민(이규한) 커플의 달콤한 사랑, 자기보다 다섯 살 어린 우주(윤종훈)와 결혼하기 위해 거짓 임신소동까지 벌이는 미래(김예원)의 발랄한 사랑까지 개성 넘치는 커플들의 코믹 에피소드가 눈길을 끌고 있다. 김영섭 SBS 드라마 국장은 제작발표회에서 "막장 소재를 최대한 배제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직은 6%대의 낮은 시청률에 머물고 있지만, 청정 드라마의 힘을 보여주며 의미 있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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