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원작 드라마 엿보기] '칸타빌레'의 치명적 실수 vs '미생'의 결정적 한 방

기사입력 2014-11-04 08:24



'칸타빌레'와 '미생'은 한 끗 차이다.

KBS2 '내일도 칸타빌레(이하 칸타빌레)'와 tvN '미생'이 매주 온라인을 강타하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해 제작 단계에서부터 큰 관심이 쏠렸던 작품. 하지만 뚜껑을 연 뒤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미생'이 현실적인 묘사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호평받고 있는 반면 '칸타빌레'는 혹평 속에 고전하고 있다. 이에 '칸타빌레'의 결정적 실수와 '미생'의 결정적 한 방을 살펴봤다.


'칸타빌레'의 치명적 실수

가장 큰 문제는 '주제'다. '노다메 칸타빌레'는 본격 클래식 만화다. 클래식이 '제3의 주인공'으로 불릴 정도다. 그런데 '칸티빌레'는 클래식을 놓쳤다. 실외 오케스트라 협연 장면에서 실내 녹음본을 튼다거나, 주인공의 연주 장면 싱크가 맞지 않는다거나 하는 문제들은 사소하다. 가장 큰 문제는 '메인 음악'이 없다는 점이다. '노다메 칸타빌레'에서는 베토벤 '교향곡 7번'을 메인으로, 거슈인 '랩소디 인 블루'를 클로징으로 사용했다. 그런데 '칸타빌레'는 엔딩은 가요로 마무리했고 아직 '메인이다' 싶은 음악은 등장하지 않았다. '클래식 드라마에 클래식이 없다'는 말을 듣는 게 이런 이유다. 음악 드라마는 '보고 듣고 느끼고'의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흥행할 수 있다. 앞서 '베토벤 바이러스'가 강렬한 '베토벤 바이러스'를 앞세우고 피아졸라 '리베르탱고', 오펜바흐 '천국과 지옥 서곡', 림스키-코르사코프 '왕벌의 비행' 등을 버무려 음원 파워 및 클래식 돌풍을 불러일으킴으로써 드라마 인기의 원동력으로 삼았던 것이 좋은 예다.

캐릭터 해석과 연출에도 흠은 보인다. 설내일을 연기하는 심은경의 싱크로율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를 심은경 탓으로 돌리기엔 무리가 있다. '노다메 칸타빌레'는 모든 캐릭터가 오버스러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칸타빌레'에서는 오직 심은경 혼자만 망가진다. 진지한 상황 속 혼자 튀는 연기를 하고 있으니 극에 녹아들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연기자의 문제가 아닌 설정의 문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지나친 PPL.지나치게 많은 PPL이 삽입되면서 원작과의 불편한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다. 카페 드롭탑은 차유진(주원)의 어머니 양선영(이아현)이 운영하고, 그의 친구인 송미나(예지원)가 방문하고, 최민희(도희)가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는 곳이다. 남자 주인공 어머니의 비중이 크지 않았던 원작과 상당한 차이점이다. 서가앤쿡은 유일락(고경표)의 집으로 등장한다. 유일락이 설내일에게 협연을 제안하며 요리를 대접할 때 세부 매뉴들까지 소개됐고, S오케스트라 결성 기념 회식도 이곳에서 진행됐다. '제2의 캠퍼스'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동원참치는 차유진을 '참치 통조림 성애자'로 만들어냈다. 원작에서 치아키가 지휘공부에 몰두해 곰, 사슴 등 엽기 통조림으로 식사를 대신해 노다메가 경악한다는 설정이었다면 '칸타빌레'에서는 차유진이 볶음밥을 만들 때 오로지 동원참치 통조림으로 가득한 수납장을 보여주는 식이다. 서브웨이 샌드위치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슈트레제만(백윤식)이 난데없이 차유진에게 S오케스트라 점심을 책임지라 주문하자 차유진은 서브웨이 샌드위치 상자를 들고 고군분투했다. 원작에 없는 설정이다. 이밖에 삼성 쉐프 컬렉션 냉장고 기능설명, 한라봉 음료수 예찬 등 원작에 없던 이상한 장면들이 오로지 PPL을 위해 등장하면서 몰입도를 해치고 있다.


'미생'의 결정적 한 방

'미생'의 성공 비결은 선택과 집중이다. 버려도 될 것을 버리고, 꼭 지켜야 할 것은 지켰다. '미생'은 지상파 드라마의 필수 요소라 할 수 있는 러브라인을 과감하게 생략했다. 지상파의 선택을 받지 못한 이유이기도 했다. 대신 직장 내 왕따, 스펙 지상주의, 직장인의 처한 비루한 상황을 현실적이고도 통렬하게 그려내며 폭발적인 공감대를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이른바 '딱풀 사건'이 좋은 예다. '낙하산' 장그래가 다른 사람의 실수로 위기에 몰리는 장면, 그로 인해 자신을 자책하는 장면에서 시청자도 같이 울었다. 이밖에 교육비를 더 달라는 부인의 말에 "행복하긴 한데 들어가기 싫다. 집이 힘들다"며 좌절하는 최귀화의 모습, 워킹맘의 고군분투 등 직장인이라면 모두 공감할 만한 소재가 이어졌다.


원작과의 차이도 플러스 방향으로 승화시켰다. 인턴 동기들이 장그래(임시완)를 대놓고 따돌린다거나, 상대적으로 까칠한 오과장과 김대리의 모습은 원작과의 차이점이지만 극의 긴장감을 높이고 장그래에 대한 동질감을 형성하는데는 도움을 줬다. IT팀 박대리나 선차장의 PT를 도와주면서 장그래의 바둑 연구생 시절 경험과 지식이 사회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걸 입증한 원작 에피소드를 제거했지만, 원작에 없던 오징어 젓갈 공장 에피소드로 성실성을 부각하며 계약직 사원 합격의 당위성을 부여했다.

물론 '미생' 역시 아쉬운 점이 있다. 장그래의 예리한 촉과 승부사 기질을 기른 소재인 바둑에 대한 언급이 줄어든 부분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원작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 속도감 있는 연출, 과감한 캐릭터 및 에피소드 각색으로 리얼리티를 살려내며 성공한 드라마로 자리매김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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