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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재림은 최근 몇 년간 몸무게가 15kg이나 늘었다. 덩치가 커져서 지인들에게 '대형견' 같다는 얘기도 들었다. 일부 네티즌은 성형한 것 아니냐고 의심을 품기도 한다. 그만큼 인상이 많이 변했다. "요즘 나잇살이 쪘어요. 삼시세끼 다 먹으면 살이 붙더군요." 송재림이 손으로 얼굴을 스윽 쓸어본다. 하지만 근심어린 말과 달리 표정은 무척 온화하고 여유롭다. "몸이 둥글둥글해지면서 마음도 편안해지고 관상도 변한 것 같다"면서 생긋 웃는다.
'해를 품은 달'의 호위무사나 '감격시대'의 카리스마 무술인처럼 개성 강했던 그의 과거 출연작과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루오에게는 일상성과 평범함이 녹아 있다. 송재림은 '튀지 않는 연기'로 드라마에 스며들었다. "주된 플롯은 어머니들의 이야기잖아요. 우리는 보조 역할을 해야 하는데, 우리의 러브라인이 튀어버리면 풋풋함을 넘어서 형광색이 돼버릴 것 같았어요. 그래서 멋을 빼고, 색을 연하게, 조금 심심하게 연기하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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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림의 또 다른 의외의 모습. 바로 '캣대디'다.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송재림은 집 근처 길고양이들도 돌본다. 고양이 얘기에 그의 표정이 한껏 밝아진다. 얼마 전엔 한 녀석이 송재림에게 다가와서 자꾸만 울더라고 했다. 그 고양이를 따라갔더니 이웃집 지붕 위에서 아기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최근에 지붕 공사를 했는데 그 안에 새끼 세 마리가 갇혀 있었던 거다. 송재림은 집주인을 설득해 지붕을 뜯어내고 고양이를 구해냈다. 그 후로 그 어미 고양이 이름을 '삼팔이'로 지었다. 공사비가 38만원이 들어서란다. 요즘도 길고양이 네 마리가 송재림이 주는 밥을 먹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사료가 금방 줄어요. 동네 개들도 와서 밥 먹나 봐요. 사료비가 장난이 아니에요. 푸하하."
송재림의 인간적 매력은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김소은과의 알콩달콩한 이야기와 가식 없는 그의 애정 표현에 팬들이 환호했다. "제 나이가 서른인데, 어린 친구들처럼 뭘 모르는 척할 수는 없더라고요. 억지 설정 없이 편하게 다가갔죠. 친한 친구들만 알고 있는 제 솔직한 모습을 보여줬더니, 사람들도 저에게 친근하게 다가오더군요. 그건 저에게도 선물처럼 고마운 일이에요. 소은이에게도 고마워요. 정도 들고 동료의식도 생겼죠. 그래서 하차하는 게 좀 서운하네요."
한때는 자연인 송재림과 배우 송재림이 서로 다른 사람이라고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생각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김혜자, 이순재, 장미희, 손창민, 채시라 등 대선배들과 연기하면서, 그리고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하면서, 그 생각이 변했다. "자연인의 삶과 배우의 삶을 조화롭게 섞어서 그대로 떠안고 가는 게 답인 것 같아요. 삶이 연기이고 연기가 곧 삶이란 말이 그런 의미인가 봐요. 선배님들을 보면서 10년, 20년 후의 저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송재림은 꾸준히 한 단계씩 나아가고 싶다. 단숨에 도약하려는 욕심은 없다. "돌탑 쌓아가듯 꾸준히 일하는 배우"가 목표다. "나중에 돌아봤을 때 저의 필모그래피가 재미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는 제게 주어진 상황 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해왔다고 생각해요. 선택의 결과가 나중에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제 깜냥에 달린 문제죠. 그 깜냥을 넓힐 수 있는 배우가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어요."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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