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천하] 이국주, 여성들이 흠모하는 진짜 '쩌는 언니'

기사입력 2015-10-29 10:26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무릇 예능천하를 읽지 않은 자와는 '무도'를 논할 수 없다,했다.' 지상파 채널은 물론, 신흥 세력으로 떠오른 종편과 케이블 채널까지 현대 예능은 춘추전국시대. 시청률 경쟁이 과열될수록 예능인들의 삶은 더 치열해지는 법. 난세가 영웅을 낳는다고 했던가. 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유재석,강호동, 신동엽, 이경규, 이휘재를 비롯해 신흥 예능 대세들에 이르기까지 흥망성쇠로 본 예능 영웅담을 펼쳐본다.


전파를 통해 멋지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별, 즉 연예인들은 일반 대중의 동경의 대상이자 이상향이 된지 오래된 일이다. 그들의 인형이나 조각같이 아름다운 생김새와 남다른 옷 차림새, 감각 등을 넘어 사고방식과 멋진 생활방식까지 불특정다수의 흠모의 대상이 된다. 특히 여성의 '워너비(Wanna be)' 연예인들을 향한 동경은 남성보다 강렬하더라. 남성보다 여성이 화면 속 연예인이 만드는 유행에 더욱 민감한 이유만 봐도 그렇다.

이렇게 '여성이 다른 여성에게 감탄하거나 동경하고 흠모하는 감정'을 일컫는 '걸 크러쉬(Girl crush)'라는 요샛말이 있다. 멋진 여자 연예인들 관련 인터넷 게시물 밑에 달리는 수많은 '걸 크러쉬 쩌는 언니'라는 댓글만 봐도 그 쓰임새를 알 수 있더라.

여성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이런 멋진 '걸 크러쉬 쩌는' 언니가 예능계에도 존재한다.

바로 개그우먼 이국주. 굴곡진 콜라병 몸매도, 인형을 보는 듯한 비현실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지도 않은 그녀를 흠모하는 여성들의 존재에 남성들은 고개를 갸웃거릴지도 모를 터. 하지만 방송을 통해 이국주의 자기애(自己愛)와 개그우먼으로서의 높은 자존감, 촌철살인의 연애조언 등을 보고 있노라면 누구나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거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이국주가 여성에게 사랑받는 개그우먼이라는 사실은 그가 매년 열리는 여성을 위한 강연 페스티벌인 '원더우먼 페스티벌'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연사로 초청됐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을 터. 이국주는 지난해와 올해 이 페스티벌에서 촌철살인의 연애강연으로 원조 뇌섹남 김태훈, '비정상회담'의 훈남 출연자 로빈, 샘 오취리, 인기 스타셰프 최현석, 미카엘, 홍석천, 가수 박진영, 유명 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을 재치고 가장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냈다.

이날 이국주의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한 화술과 그녀를 향한 여성들의 뜨거운 반응은, 기자가 아닌 '여성'으로 그 페스티벌에 직접 참가했던 필자가 증명할 수 있다. 원피스에 하이힐을 신고 무대에 등장한 이국주는 씨스타의 '쉐이크 잇(Shake it)'을 추며 분위기를 뛰운 뒤 뇌쇄적인 안무와는 어울리지 않는 걸쭉한 화술로 관객을 사로잡는 신공을 보여줬다. 이국주의 강연이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이유는 '평범한 보통의 여자'로서 본인이 '직접' 경험한 연애담과 그 연애의 중심에는 언제나 상대방이 아닌 '내'가 있음을 설파했기 때문이렸다.

흠모하는 남성에게 만큼은 여자로 보이고 싶었으나, 여성이 아닌 개그우먼으로서 웃긴 모습의 자신을 보여줬을 때 남성의 마음을 차지했다는 그녀의 경험담 속에는 결국 내 본 모습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해야 사랑도 따라온다는 주옥같은 속뜻이 담겨 있었다. "살이 쪄서 차였다. 그래서 살을 빼고 싶다"는 한 관객의 고민에 "지금의 모습 자체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는 게 진정한 복수"라고 목청을 높이며 관객이 '이국주'의 이름 석자를 연호하게 만들었다.


연애강연에서도 느낄 수 있듯 이국주에게서는 '긍정의 힘'의 한없이 묻어난다. 과거 그녀와 인터뷰를 해본 필자도 대화를 나누는 내내 느껴졌던 긍정적인 기운과 높은 자존감을 잊을 수 없더라. "밝아야 밝은 웃음을 줄 수 있다. 내 몸이 창피하고 부끄러우면 무대에 나와서 캐릭터를 살릴 수 없다. 살집 있는 게 죄진 건 아니지 않냐. 밝은 덩치로, 당당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나 혼자 산다')는 말에서 엿볼 수 있듯, 이국주가 10년이나 되는 오랜 무명 생활을 버텨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긍정의 힘이라 하겠다.

병술년( 丙戌年·2006년) MBC 15기 공채 개그우먼으로 방송계에 발을 디딘 이국주는 당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인기하락과 기존의 인기 개그맨들에 밀려 오랜 시간 빛을 보지 못하고 '무명'이라는 명찰을 달았다. 얼굴을 내비칠 수 있는 방송이 없자 그는 스스로 얼굴을 알리는 길을 택했다. 자신의 무기 중 하나인 뛰어난 춤솜씨를 이용해 직접 걸그룹이나 섹시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패러디, 직접 찍어 온라인 동영상 홈페이지에 올리며 '나아갈 길'을 개척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그렇게 꿋꿋이 자신의 길을 걸어왔던 이국주가 드디어 빛을 보기 시작했다. 계사년(癸巳年·2013년)부터 tvN '코미디 빅리그'에서 인생 캐릭터인 '김보성'을 만나 '으리' '호로록' 등 전국구 유행어를 만들어 냈으며 제21회 대한민국문화연예대상, 제51회 백상예술대상 여자 예능상, SBS 연예대상 등 상을 휩쓸었다. 최근 3년간 그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낸 이국주. 탄탄대로만 있을 줄 알지만 또 다시 시련은 찾아왔다. 몸담고 있었던 소속사(코코 엔터테인먼트)의 폐업으로 인해 데뷔 후 가장 많이 활동했던 시기의 수입을 정산 받지 못한 것. 하지만 여기서도 이국주의 긍정의 힘은 빛났다. "나는 전쟁을 하면서 그 돈을 받고 싶지 않았다. 나는 지금 내 주변사람들과 함께 즐겁게 지내는 게 행복하다. 그럼 된거다"('원더우먼 페스티벌')이라며 앞으로 나아갈 날만 바라보고 새 소속사(FNC 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틀고 다시 일어섰다.

이국주가 더욱 아름다운 이유는 '대세'가 된 이후에도 앞만 보고 달려가지 않고 자신이 그늘 속에 있었던 과거를 잊지 않는 다는 거다. 이는 과거 자신이 걸었던 암흑기를 걷고 있는 후배를 향한 애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후배들에게 음식이며 옷까지 퍼부어주며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자처하는 그는 "누구보다 그들의 마음을 잘 안다. 내 걸 줄 수 있는 게 행복하다"고 말한다. "난 후배들을 혼내지 않는다. 내가 신인이었을 때 선배들에게 혼나면 기가 죽었다. 밟으면 강해지는 잡초가 아니라 밟으면 죽는 잡초였다. 그래서 후배들한테는 '잘하고 있다'고 말한다"는 과거 필자와의 인터뷰에서도 후배들을 향한 이국주의 애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다시 일어서는 법과 자신을 사랑하는 법, 나를 사랑하는 것 만큼 내 주변사람까지 사랑할 줄 아는 아름다운 그녀 이국주. 이 '걸 크러쉬 쩌는' 언니의 승승장구는 계속될 것이렸다.

smlee0326@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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