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치인트의 비극' 이윤정PD 실책인가 의도인가

최종수정 2016-03-02 15:25

치즈인더트랩 / 사진=인스타그램

[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 논란, 이윤정PD의 의도일까 실책일까.

11억뷰 인기를 자랑하던 웹툰을 드라마로 옮겨온 '치인트'. 방송 초반 tvN 월화극의 부활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기대작이었지만 그 끝은 논란으로 얼룩졌다.

시청자들이 화제의 드라마에 대해 환호하거나 불만을 제기하는 등 의견을 표출하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 논란이 종전과 다른 것은 극 초반과 갑작스럽게 달라진 분위기에 있다.

제작진의 생각이 시청자들의 기대와 달랐을 뿐인지, 아니면 시청자는 알 지 못하는 어떤 이유가 있는 것인지. 모호한 상황이 반복되는 사이 드라마는 시청자들과 점점 멀어지더니 끝내는 공감을 잃었다.

'치인트'의 논란은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남자주인공의 유정(박해진) 비중이 눈에 띄게 줄기 시작하면서 함께 불거졌다. 캐릭터의 비중이야 이야기 전개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몇 회 분량에서 꽤 오랫동안 지속됐고, 시청자들 사이에서 의문이 일기 시작했다.

이 같은 의혹은 배우 본인이 불만을 제기하면서 더 확산됐다. '치인트' 논란의 중심에 있는 주연 배우 박해진이 인터뷰를 통해 제작 과정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 박해진은 이미 촬영한 분량이 편집된 것과 캐릭터의 변질 등에 대해 속상한 심경을 전했다. 또한 박해진은 "그래서 내가 감독님께 그 이유를 묻고 싶다"며 이윤정 PD를 향해 화살을 겨눴다.

이후 언론을 통해 대본에는 있지만 드라마에서는 등장하지 않은 장면 등이 공개되면서 의혹이 더 짙어졌다. 최종회 마지막 장면 또한 실제 대본과 달랐다. 일부 배우들에게만 쪽대본 형식으로 전달된 뒤 추가 촬영 된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 스케줄 상의 이유와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

제작진의 말 또한 일리가 있다. 방송 시간상의 이유, 이야기 전개 상의 이유 등 편집이 대본과 달라질 수 있는 사유는 여러가지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을 접한 시청자 사이에서는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주연 배우의 분량을 축소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원작자까지 불만을 드러내면서 제작진을 향한 비난은 더욱 커졌다. 순끼 작가는 종영을 2회 앞둔 지난 2월 24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드라마 6화 이후로 대본공유는 물론, 드라마 제작 상황에 대해 일절 전달 받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원작과 다른 결말을 요청했지만, 지나치게 흡사한 엔딩 때문에 항의를 했던 사실도 밝혔다.

제작진은 5일 후인 2월29일 "제작에만 함몰된 나머지 원작자에게 중반 이후부터 대본을 공유해야하는 부분을 놓쳤다. 특히 중요한 엔딩에 대해 촬영에 임박해서야 대본을 공유했던 점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윤정 PD 역시 원작 작가에 사과를 했고 작가 또한 수용했음을 전했다.

하지만 종영 후에도 드라마를 둘러싼 잡음이 계속 되고 있다. '치인트'의 스태프라고 주장하는 한 네티즌은 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작품 한 편이 나오려면 얼마나 많은 스태프들의 열정과 땀이 모여야 한다는걸 당신들은 알고 있을까. 모르면서 잘 알지 못하면서 그만 떠들었으면 좋겠다"라고 시청자들의 반응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 글이 과연 제작 과정에서 시청자가 알지 못하는 사정이 있었음을 암시하는 것인지, 아니면 힘들게 제작한 드라마를 왈가왈부하는 것에 대한 단순 불만인지는 미지수.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는 일련의 상황들에 시청자들의 의문만 더욱 깊어질 뿐이다.

제작진의 의도와 관계없이 시청자들의 지나친 관심이 부른 불필요한 논란일까, 아니면 촬영 현장에서 묻혔어야 할 일들을 제작진이 드라마로까지 끌고 들어온 것일까. '치인트'는 이미 떠났는데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ran61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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