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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배우 장인섭(29)의 웃음은 묘하다. 친근한듯 하면서도 때로 날 서있고, 해맑은 듯하고도 어쩔 땐 의미심장하다.
2013년 영화 '소녀'로 데뷔, KBS2 '왕의 얼굴', '가족끼리 왜이래', '후아유-학교2015', '부탁해요 엄마', SBS '비밀의 문-의궤 살인사건' 영화 '끝까지 간다' 등의 작품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도화지 같은 얼굴과 다채로운 표정 덕분이었을 거다.
"봉만호 역할, 욕은 많이 먹지만 즐기고 있어요."
'가화만사성'에서 장인섭은 본래 다른 역할로 오디션을 보러 갔지만, 연출자의 눈에 띄어 비중이 큰 봉만호 역을 맡게 됐다. 실제 역할보다 나이가 어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동윤 PD의 안목은 그를 알아봤다.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경험하지 못한 결혼 생활에 딸 둘 가진 아이 아빠 역할. 물론 경험해 보지 않은 것들도 연기하는게 배우지만, 이 드라마에 폐를 끼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고민도 많이 했죠. 하지만 역할 자체가 감사했고, 이동윤 감독님을 믿고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인섭은 '가화만사성'에서 중식당 사장 봉삼봉의 장남 봉만호 역으로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어린 시절엔 부모의 품에서, 다 자란 후엔 연상의 아내 한미순(김지호) 그늘에 기대 살고 있는 철없는 허세남이다. 드라마 초반 각종 사건사고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역할 자체에 부담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에요. 후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드라마 초반부터 가장 큰 사건의 중심에 있는 역할이니까요. 지금껏 했던 드라마 중 가장 큰 역할이었고, 베테랑 선배님들 사이에서 잘 해 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있었어요. 하지만 선배님들이 잘 챙겨주시고 편안하게 해 주셔서 되게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특히 만호는 연상의 아내를 두고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주세리(윤진이)와 불륜으로 시청자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 혼외자식을 낳은데다 세리를 버리고 다시 찾기를 반복해 드라마 속 역대급 '지질남' 계보를 이을 태세다.
"지금까지 했던 역할 중에 욕을 제일 많이 욕먹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욕을 안 먹으면 이상하죠. 하하. 반응을 잘 챙겨보는 편입니다. 방송 끝나고 항상 확인해요. 어떻게 보셨나 궁금하고, '저렇게도 볼 수 있구나' 다양한 반응을 즐기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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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차 김지호와 부부 호흡도 화제를 모았는 부분이다. 쌍둥이로 나오는 혜령 역 김소연은 물론 동생 봉해원으로 출연하는 최윤소 또한 장인섭보다 연상이다. 이 때문에 의상이나 말투 등을 나이들어 보이도록 최대한 노력하는게 우선 과제였다.
"김지호 선배님과 호흡, 저는 뭐 너무너무 좋았죠. 선배님이 먼저 캐스팅 되고 제가 후에 합류했거든요. 나중에 알았는데 들어보니까 선배님이 '남편 누가 됐냐'고 궁금해 하셨다고 해요. 그래서 장인섭이라고 했지만 신인이니까 '어떤 친구냐, 나이는 어떻게 되냐' 물어 보셨다더라고요. 서른이라고 하니까 '나이가 10살 넘게 차이 나는데 화면상에서 괜찮겠냐'고 걱정하셨대요. 그래서 PD님이 '그 친구가 나이들어 보여서 괜찮다' 하셨다네요. 하하."
그런 그가 전작 '후아유'에서는 고등학생을 연기 했으니, 극과 극을 오가는 역할 소화력이다.
"사실 고등학생 역할도 말이 안 됐죠. 현장에서 제일 나이가 많았어요. 위화감이 없었다고요? 하하. 별로 안 나와서 그럴 거예요. 당시 영화에서 조직폭력배 역할로도 출연 중이라 체격을 키워서 걱정도 됐는데, 교복 입으니까 조금 커버가 되더라고요."
장인섭이 출연한 영화 '해어화'도 지난 13일 개봉했다. 장인섭은 극중 유연석 선배님 친구고 경성이고 클럽이라는 장소가 나오는데 천우희 씨가 쇼케이스 형식 공연도 하고 제작자죠. 천우희 씨 앨범을 만들어서.
"홍석이를 되게 하고 싶었던 이유는, 솔직히 말하면 캐릭터를 떠나서 치열한 오디션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유연석 선배님과 한효주, 천우희 두 여배우와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큰 매력이 아니었나 싶네요. 유연석 선배님 너무 팬이고, 여배우들도 정말 좋아하는 배우들이에요."
이번 작품에서 청룡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두 여배우 천우희 한효주의 만남도 화제. 장인섭 또한 동갑내기 두 여배우와 만남에 찰영이 훨씬 즐거웠다고 말했다.
"셋이 동갑이에요. 두 여배우 모두 정말 털털하고 장난도 많이 치고, 그냥 원래부터 친구 같았어요. 같이 작품 얘기도 가끔씩 하고. 유연석 선배님과는 극 중 친구로 나오는데 '잘 했다'고 칭찬도 해 주시고 응원도 해 주시고 편하게 대해주셨어요. 세 명이랑 계속 붙어 있는데, 덕분에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호칭을 해야 하나 처음엔 고민도 했는데, 회식 때 '동갑이니까 말 놓자' 이런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생겼죠. 스태프도 마침 87년생이 많아서 '우리 다 말 놓자'이렇게 돼서 그 다음부터는 정말 편하게 호흡했던 것 같아요."
"음악가 꿈꿨지만, 연기 통해 새로운 나 찾았죠."
영화로는 2013년 데뷔지만, 연극 무대로 치면 2010년 입문했다. 군제대 1년 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들이 모여 만든 극단 달나라동백꽃의 창단 공연 '달나라 연속극'으로 무대에 올랐다. 한예종 출신에 연극 무대부터 거쳐 차근차근 배우의 길을 밟아 온 장인섭. 반전은 사실 그가 연기자보다는 음악가를 꿈꿨었다는 것이다.
"원래 음악을 하려고 했어요. 예술고등학교 때 연극과이긴 했지만 연기를 하려고 했다기 보다는 아무래도 인문계 보다는 분위기도 좀 더 자유롭고, 비슷한 꿈을 가진 친구들 모여있을 거라는 생각에 진학하게 됐어요. 어쨌든 연기 전공이었고 대학 진학을 위해 그 쪽으로 시험을 봤는데, 대학가서도 연기와 음악을 같이 하려고 했죠. 근데 대학에서 좋은 동기들과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왜 연기를 해야할까' 좀 더 명확히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딱 하나만 하자고 봤을 때 음악 보다는 우선 연기에 집중하자고 결심했죠."
음악 중에서도 당시에는 비주류였던 힙합을 하려고 했다니 더욱 반전이다. 학창 시절에는 힙합 밖에 생각 안 했고, 래퍼 특유의 스웨그 있는 몸짓과 언어를 따라하기도 했다. 40사이즈의 넉넉한 바지로 힙합 패션을 완성했다고 한다.
"요즘도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등 즐겨봐요. 여전히 힙합은 좋아하죠. 앨범이요? 하하. 보고 듣는 것 정도에서 그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요. 음악을 좋아하긴하지만 정말 잘 하는 사람이 해야한다고 생각이 들어요. 잘 하는 사람이 해야 대중도 더 봐주고 들어주지 않을까.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우선은 연기에 더 집중해야죠.(웃음)"
오랜 고민 끝에 음악 대신 연기를 택한 장인섭. 음악으로 대중적인 호응을 얻을 자신감은 없었다고. 그렇다면 연기적으로는 음악보다는 좀 더 보여줄 것이 있다는 말로 바꿔 해석해도 될까.
"글쎄요. 대중들에게 '이런 걸 보여줄거야'라는 생각으로 연기한 것은 없어요. 그냥 연기라는, 배우라는 직업이 저한테는 가져다주는 것들이 여러가지가 있죠. 스트레스도 주고 보람도 주고. 연기를 안 했으면 잘 못살았을 것 같아요. 사람을 대하는 것도 그렇고, 바라보는 눈도 그렇고. 연기하면서 나를 돌아보는 계기, 남을 돌아보는 계기도 많이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어쨌든 지금은 직업이 돼버렸고, 대중들한테 자신있게 보여준다기 보다 제가 즐거워하는 일로써, 근데 대중 앞에 서는 일이니까 최선을 다해 좋은 연기를 보여주려고 애쓰는 거죠. 죽을 때까지 고민해야 하는 직업인 것 같은데, 그 과정이 제게 즐거움과 고민과 생각들을 가져다 줘요. 시간이 지날수록 그게 힘이 될 것 같아요. 아직 경험이 부족하지만, 목표는 많은 분들이 '장인섭이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는 꼭 볼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는 연기를 하게되는 것이죠."
ran613@sportschosun.com / 사진제공=웨이브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