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국수의신'은 왜 '김탁구'가 되지 못했나

기사입력 2016-06-29 08:06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어디서부터 잘못됐던 걸까.

KBS2 수목극 '마스터-국수의 신'이 28일 종영했다. '마스터-국수의 신'은 성공을 향한 뒤틀린 욕망과 엇갈린 사랑, 그 부딪힘 속에서 시작되는 사람 냄새 가득한 치열한 인생기를 그린 작품이다. 드라마에 대한 기대는 컸다. '야왕', '대물', '쩐의전쟁' 등 성공신화를 이룬 박인권 화백의 동명 만화 '국수의 신'을 원작으로 한데다 전작 '태양의 후예'의 후광 효과도 기대할 수 있었다. 출연진과 제작진도 훌륭했다. 조재현 천정명 정유미 이상엽 공승연 등 신구 조합이 돋보였고, '아이언맨'으로 감각적인 연출을 보여줬던 김종연PD와 '감격시대:투신의 탄생'을 집필한 채승대 작가가 의기투합 했다. 또 출생의 비밀, 음모와 복수 등의 이야기를 그렸다는 점, 밀가루 음식을 주요 매개체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제빵왕 김탁구'의 계보를 이을 대박 드라마가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갖게 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달랐다. '마스터-국수의 신'은 4월 27일 7.6%(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로 스타트를 끊은 뒤 저조한 성적을 이어갔다. 경쟁작이었던 MBC '굿바이 미스터 블랙', '운빨로맨스', SBS '딴따라' 모두 지지부진한 성적표를 내놨지만, 이들에게마저 밀렸다. 시청률 10% 고지를 밟지 못한 것은 물론 수목극 1위 자리도 딱 한번(2일) 차지했을 뿐이다. 마지막회 시청률 역시 에 그쳤다.

일단 케미가 맞지 않았다. '마스터-국수의 신'과 같은 권선징악형 드라마는 선악구도가 팽팽하게 맞설수록 긴장감이 살아나 보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마스터-국수의 신'에는 조재현에 맞설만한 인물이 없었다. 조재현은 절대 악인 김길도 역을 맡았다. 김길도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사기 절도 살인 불륜 등 악행이란 악행은 혼자 일삼고 다니는 종합 악인 세트라고 할 수 있다. 조재현은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명연기를 선사했다.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생명의 은인까지 살해하는 모습은 소름 그 자체였다. 그런데 그에 맞설 상대가 없었다. 원래대로라면 무명 역을 맡은 천정명이 나서야 했으나 아쉽게도 그는 조재현의 연기를 따라가지 못했다. 당초 무명은 발톱을 숨기고 때를 기다리다 김길도의 숨통을 물어뜯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천정명이 연기한 무명 캐릭터는 달랐다. 쓸데없이 욱하는 바람에 복수의 기회를 날려버릴 위기도 꽤 찾아왔다. 공승연과 정유미가 그 뒷수습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싶은 순간이 이어졌다. 주인공이 제 앞가림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니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항상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발음과 발성, 표정 연기 역시 나아지지 않았다. 러브라인이든 감정신이든 비슷한 표정으로 일관, 아쉬움을 남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호흡을 주고받지 못하고 조재현의 하드캐리로 극을 이끌어나가는 원맨쇼가 될 수밖에 없었다.

초반 인기 몰이에 실패했던 것도 흥행 참패로 이어졌다. 요즘 드라마는 4회까지의 성적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마스터-국수의 신'은 그 중요한 초반부에 주인공들의 관계, 캐릭터 설명,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장황하게 풀어놨다. 또 분위기가 지나치게 무겁다는 지적도 많았다. 원작 자체가 자극적인 소재로 점철된 전형적인 복수극이라고는 하지만 첫방송부터 지금까지 김길도(조재현)의 악행과 피해자들이 복수를 다짐하는 모습만 그려지다 보니 지루한 감이 없잖아 있다는 것이다. 과거 '제빵왕 김탁구'는 분명한 막장 복수극이었지만 주인공들이 제과제빵에 전념하는 모습, 빵 먹방 등의 장면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볼거리를 제공했다. '마스터-국수의 신' 역시 이런 소재들이 함께 등장, 강약 조절을 해주길 기대했지만 애석하게도 이 부분은 놓쳤다.

'마스터-국수의 신' 후속으로는 '함부로 애틋하게'가 방영된다. '함부로 애틋하게'는 어린시절 가슴 아픈 악연으로 헤어졌던 두 남녀가 안하무인 슈퍼갑 톱스타와 비굴하고 속물적인 슈퍼을 다큐PD로 다시 만나 그려가는 까칠하고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이 죽일 놈의 사랑', '미안하다 사랑한다' 등 감성 로맨스에 강한 면모를 보여줬던 이경희 작가와 '공주의 남자', '스파이'로 섬세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박현석PD가 의기투합했으며 김우빈 수지(미쓰에이) 임주환 임주은 등이 출연한다. 작품은 7월 6일 오후 10시 한-중 동시 방영된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