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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이종현 인턴기자] 진짜 대기만성형 배우다.
지금은 명실상부 최고의 인기배우이지만 진구의 연기 인생은 쉽지만은 않았다. 물론 데뷔는 화려했다. 2003년 SBS 드라마 '올인'에서 이병헌 아역으로 처음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당시 강렬한 눈빛 연기와 날선 액션, 남성미 강한 이목구비와 중저음톤 보이스까지 합을 이루며 초대형 빅루키의 탄생을 예고했다. 그러나 의외로 그 다음이 쉽지 않았다. '올인' 이병헌 아역 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렬하게 박혔던 것이다. 2004년 MBC '논스톱5'와 '우리가 쏜 화살은 어디로 갔을까'에 출연하긴 했지만 임팩트는 약했다. 그리고 진구는 2008년 MBC '스포트라이트'와 SBS '도쿄, 여우비' 전까지 브라운관을 떠났다. "어떤 드라마 오디션을 보러갔어요. 거의 최종 결정이 됐다고 했었는데 막상 가보니까 (손)석우 형(BH엔터테인먼트 대표)이 나가있으라고 하더라고요.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30분 정도 있다 형이 오더니 '진구야, 너 영화할래' 그러는거예요. 당시 저는 TV스타가 되어야 영화에 입문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아무것도 해놓은 게 없는데 영화를 하라고요? 나야 좋지! 근데 받아줄까?' 했어요. 그때부터 영화를 시작했어요. 그날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봤더니 그 PD님이 우리 회사 배우들 프로필을 쫙 펼치더니 제 사진만 툭 버리면서 '얘만 버리면 너네 사무실 잘돼. 어떻게 하다 이런 애를 데려왔어'라고 하셨대요. 그때 (손)석우 형이 '진구가 받은 굴욕을 다시는 겪지 못하게 하겠다' 해서 영화를 시킨거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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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구 역시 당시의 일을 벅찬 감동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해가 갈수록 더 벅차지는 것 같아요. '왜 그때 그말밖에 못했지' 싶을 정도로요. 그땐 얼떨떨하게 수상소감을 발표했는데 살다 보니 그 상이 되게 크고 고마운 상이라는 게 절실히 느껴지고 기분이 좋아요. 처음에 갔을 땐 자리도 없었거든요. (이)병헌 형이 후보였는데 (손)석우 형이 데리고 갔어요. 큰 배우들 노는 물 구경이라도 해보라고요. 그때 레드카펫도 뒤에서 같이 걸어보라고 했는데 너무 멋있더라고요. 그때 꿈은 1층에 10열 안에 드는 게 꿈이었어요. 수상자 시상자들이 거기에 있거든요. 그게2003년이었는데 2006년에 '비열한 거리'로 노미네이트돼서 그 자리에 앉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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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해외 활동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KBS2 수목극 '태양의 후예' 여파로 서대영 상사 진구에 대한 아시아권의 관심은 뜨겁다. 그중에서도 특히 '태양의 후예'가 동시방영됐던 중국의 경우엔 그야말로 '미친 인기'다. 이미 7월 15일 중국 후난위성TV 인기 예능 프로그램 '천천향상'에 출연한데 이어 산둥TV 한중 합작 예능 '스타강림'에도 게스트로 초빙됐다. 이밖에도 방송 섭외 러브콜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진구도 중국팬들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중국에 왔다갔다 하다 보니 (추)자현 누나가 왜 그렇게 여유롭게 변했는지 알겠더라고요. 예전에는 말괄량이였는데 지금은 저랑 한 살 차이밖에 안나는데도 되게 큰 누나 같아요. 기대고 싶은 선배죠. 왜 그런지 생각해봤는데 확실히 사람은 여행도 다니고 세상을 봐야 한다고 견문이 넓어진 것 같아요. 여러나라에서 일을 하다 보니 제가 되게 작은 존재였다는 것도 새삼 깨닫게 되고요. 그 나라에 가면 말도 못하는 신인이니까 아직 한참 멀었다는 생각에 겸손해지고요. 그러니까 또 한국에 돌아와서 나를 똑같이 대해주는 친구나 가족을 만나면 너무 고맙죠."
새로운 작품으로 팬들과 만날 준비도 마쳤다. 바로 영화 '원라인'을 통해서다. 양경모 감독의 영화 '원라인'은 이름 나이 신분 등 모든 걸 속여 돈을 빌리는 일명 '작업 대출' 세계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대규모 대출 사기에 뛰어든 평범한 대학생 민재와 각기 다른 목표를 지닌 사기 전문가들의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를 그린 범죄오락영화다. 진구는 첫눈에 민재의 자질을 알아보고 스카우트하는 업계 일인자 석구 역을 맡았다. "제 모든 것을 집대성한 캐릭터에요. '아마 팬들이 이런 말투, 이런 얼굴을 보고 싶어할거야'라고 생각한 것들을 다 집어넣었어요. 살도 찌웠다 뺐다 하고요. 역대 가장 능글맞은 역할이 될 것 같아요. '마더' 때 봉준호 감독님이 저한테 '축축한 날짐승'이라고 하셨거든요. 그때는 '비에 젖은 늑대개 이런건가?' 했는데 이번에 보니 아마 구렁이가 아니었나 싶어요. 담 넘어가듯 하는 연기 한번 해보고 싶었거든요. 이번에도 (임)시완이랑 박병은 선배가 많이 도와줬어요. (임)시완이도 연기 엄청 늘었을 거고요. 찝찝함 없이 아주 시원한 영화가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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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