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한예리 "'청춘' 윤진명, 나 아닌 다른 배우 생각할 수 없어"

기사입력 2016-09-01 08:57


지난 27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에 출연했던 탤런트 한예리가 31일 삼청동의 한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한예리는 20대 여자 5명이 셰어하우스에 모여 살면서 겪는 갈등과 청춘의 현실적 고민을 풀어낸 '청춘시대'에서 생계형 철의 여인 윤진명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삼청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8.31/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한예리가 '인생 캐릭터'로 떠오른 '청춘시대'의 '윤선배' 윤진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박연선 극본, 이태곤 연출)에서 돈과 잠이 절실한 철의 여인 윤진명을 연기한 한예리. 그는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청춘시대'의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소신 있는 연기론을 털어놨다.

사랑해 본 이들의 눈물 콧물 쏙 빼며 시청자의 '인생 드라마'로 남은 SBS 드라마 '연애시대'의 박연선 작가가 10년 만에 선보이는 청춘 로맨스 '청춘시대'는 내 신발 몰래 신고 나가서, 내 사과잼 몰래 다 먹어서 생긴 사소한 분노가 육탄전까지 이어지는 여대생들의 리얼한 생활은 물론 미성년자 딱지는 떼어냈지만 완전한 성인으로 말하기 힘든, 아직은 미성숙한 20대 '어른이'의 고민과 연애담, 일상 이야기를 가감 없이 선보여 2030 여성 시청자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무엇보다 '청춘시대'에는 한예리, 한승연, 박은빈, 류화영, 박혜수 등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원석 같은 20대 여배우들이 총출동해 진짜 여자들의 이야기, 진짜 사랑 이야기를 그려냈다. 이들은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리얼한 민낯 연기를 선보여 시청자의 폭풍 공감을 샀다.

그중 셰어하우스 벨에포크의 맏언니 윤진명을 연기한 한예리는 현실 속 7포 세대(연애·결혼·출산·인간관계·집·꿈·희망을 포기한 세대)를 그대로 반영한 윤진명을 완벽히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등록금 때문에 휴학이 잦아 스물여덟, 겨우 대학 졸업반까지 온 윤진명은 수업시간 외엔 과외, 레스토랑 서빙,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와 생활비, 대출금을 갚는 캐릭터다. 마지막으로 옷을 산 기억도 없고 마지막 연애는 더더욱 기억나지 않는 윤진명으로 '청춘시대'의 큰 축을 담당한 한예리.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는 청춘 윤진명을 진정성 있는 연기로 표현해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아냈다.


새하얀 도화지처럼 말간 얼굴과 섬세한 감정 연기로 충무로에선 '뮤즈'로 통하는 그는 왜 충무로를 뒤로하고 안방극장의 '청춘시대'를, 그리고 '청춘시대'의 5인방 중 왜 하필 윤진명을 택했을까?

한예리는 "이태곤 PD가 윤진명 역을 캐스팅할 때 나를 두고 '누구 보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나 또한 윤진명 캐릭터를 설명 듣고 어떤 캐릭터보다 마음에 들었다. '청춘시대'의 5명 중 제일 진짜 같았고 제일 진실을 묻고 말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윤진명의 스토리는 물론 그의 감정, 외모 등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마음에 들었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윤진명은 나 이외에 다른 배우는 생각할 수 없었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어디에서 온 자신감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하면 너무 잘할 수 있는 역할 같았다. 마냥 좋아서 누구에게도 빼앗기고 싶지 않은 기분이었던 것 같다. 이유가 필요 없고 생각도 필요 없는 제안이었고 그렇기에 곧바로 '청춘시대' 윤진명을 택했다"고 웃었다.

단번에 윤진명과 사랑에 빠진 한예리. 그는 "윤진명의 상황에 공감을 많이 했다. 윤진명을 연기하면서 많이 안쓰러웠고 많은 시청자가 응원해주는 것처럼 나 역시 연기하면서 윤진명을 응원했다. 알고 보면 윤진명은 나보다 훨씬 의지가 강하고 단단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 모든 시련을 견뎠고 그 점이 나중에는 대견했다. 윤진명에 내 감정을 온전히 몰입한 덕분에 시청자에게도 윤진명의 마음이 잘 전달된 것 같다"며 설명했다.


생후 28개월부터 무용을 배웠고 국악중고등학교에 진학,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무용과를 거쳐온 실력파 무용학도이기도 한 한예리는 실제로 윤진명의 삶에서 자신의 학창시절을 떠올리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나 또한 윤진명처럼 한 목표를 가지고 내 인생을 매진했던 시기가 있다. 중·고등학교에서 무용을 전공하며 무용에 미쳐있었고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 때는 잠을 3시간도 못 잘 정도로 무용 입시를 준비했다. 그때엔 무용으로 대학에 들어가면 모든 게 다 해결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대학에 들어간다고 해도 해결되는 게 아니더라. 더 큰 산이 있고 그 뒤에 더 큰 산이 있었다. 윤진명도 그렇지 않나? 안정적인 회사에 취직하면 모든 짐이 다 없어질 것 같지만 막상 그렇지 않다. 회사에 다니면서도 여전히 빚은 갚고 또 다른 빚이 쌓일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경험이 윤진명과 맞아 떨어져 더 현실적으로 표현됐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예리는 '청춘시대'의 엔딩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박연선 작가에게 너무 감사했다. 내가 정말 원하고 마음에 드는 엔딩이었다"며 "윤진명이 면접에서 떨어졌을 때 시청자가 더 많이 힘들어했는데 나는 그 뒤의 이야기를 알고 있어 안타깝지 않았다. 박연선 작가는 윤진명이 취직을 한다고 해서 모든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고 오히려 바닥을 쳐 올라오게끔 만들었다. 면접 탈락이나 동생의 죽음이 슬프지만 윤진명의 삶에서는 짐이 없어지는 순간이다. 자신을 돌볼 겨를이 없었던 사람에게 드디어 여유가 생긴 것이지 않나. 그때야말로 진명이가 뭔가를 해내고 도전하며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순간이다. 그 순간을 여행이라는 결심으로 시작하게 돼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행복했던, 아름다운 결말이다"고 답했다.

앞서 한예리는 전작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의 척사광 역할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이제 '청춘시대'의 윤진명으로 많은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게 됐다. 그는 "한동안 대중에게 척사광으로 불렸는데 요즘에는 '청춘시대' 때문에 '윤 선배~'로 불리고 있다. 실제로 주변에서 나를 부를 때 '윤 선배'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한편, '청춘시대'는 외모부터 성격, 전공, 남자 취향, 연애 스타일까지 모두 다른 5명의 매력적인 여대생이 셰어하우스 벨에포크에 모여 살며 벌어지는 유쾌하고 발랄한 청춘 동거 드라마다. 한예리, 한승연, 박은빈, 류화영, 박혜수, 윤박, 지일주, 신현수, 손승원이 가세했다. '파란만장 미스 김 10억 만들기' '연애시대' '얼렁뚱땅 흥신소'의 박연선 작가, '사랑하는 은동아' '네 이웃의 아내' '인수대비'의 이태곤 PD가 연출을 맡았다. 지난달 27일 종영했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tvN '청춘시대' 스틸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