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젝스키스로 본 아이돌 성장史.."팬덤은 진행형"

기사입력 2016-09-12 09:43



[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앞으로 16년 더 함께 해요!'

11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 체조경기장. 젝스키스와 팬들은 16년 만에 재회했다. 오랜 세월이 흐른 만큼 교복 차림의 앳된 소녀 팬들은 어느덧 30대 전후의 직장인이 됐고 일부는 아이를 둔 엄마가 됐다. 하지만 이날 팬들은 소녀시절로 돌아가 변함 없는 애정을 아낌없이 보여줬다. 가수와 팬, 서로에 대한 애정을 확인한 자리였다.

올해 초 MBC '무한도전-토토가2'를 통해 극적인 재결합을 이뤄낸 젝스키스는 YG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맺고 16년 만에 콘서트를 열게 됐다. 반응은 예상대로 격렬했다. 젝스키스는 이날 내리 18곡을 열창했고, 팬들은 멤버들의 작은 몸짓 하나에도 열광적으로 환호하며 어린 시절 우상의 귀환을 뜨겁게 맞았다. 체력적인 한계를 느낀다는 멤버들의 엄살에도 불구, 공연은 16년 전 만큼이나 열정적이었다. 한 마음 한 뜻으로 추억을 공유한 2시간이 흘러갔다.

이날 젝스키스의 재결합 콘서트는 가수와 팬덤의 두터운 관계를 확인한 자리였다. 아이돌이 전세계를 무대로 영역을 넓힌 지금, 1세대라 평가받는 이들이 다시 막강한 팬덤의 지원 속에 활동을 재개한다는 건 의미있는 일이다. 1997년 가요계에 등장해 라이벌 그룹 H.O.T.와 쌍벽을 이루며 아이돌 팬덤 문화를 이끈 젝스키스는 팬들의 상상을 결국 현실로 만들었다. 특히 소속사와의 계약 문제, 멤버들간 수익 배분 등의 요인으로 해체를 맞는 경우가 빈번한 가운데, 젝스키스의 이번 재결합 소식은 가수와 팬덤이 건강한 관계를 구축해왔다는 점에서 좋은 선례로 평가받고 있다.


아이돌 한 팀이 오랜 생명력을 유지하는 건 분명 흔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90년대 원형적인 기회사의 아이돌 제작 시스템에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며 수명을 연장하는 등 아이돌에 대한 개념도 많이 바뀌어왔다. 게다가 케이팝이 전세계로 뻗어나가면서 보컬과 안무 등 트레이닝 시스템과 작곡, 프로듀싱 등 케이팝 제작 시스템도 수출하는 세상이다. 글로벌 음악의 한 장르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둔 만큼, 가수와 팬덤 모두 건강한 관계로 성장해야 할 때. 젝스키스 외에도 지오디, 빅뱅, 슈퍼주니어, 신화 등 장수 아이돌 그룹들이 이미 좋은 선례를 보여주고 있다.

"모두 팬 덕이다." 해체 기자회견 이후 오랜만에 취재진 앞에 선 젝스키스의 리더 은지원은 16년 만에 다시 활동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두고 모든 공을 팬에게 돌렸다. 은지원은 "콘서트이기에 앞서 해체 이후 첫 인사를 드리는 것 같아서 감회가 새롭다"며 "예전 기억이 많이 났는데 많은 분들이 지지해 준 덕에 우리가 또 이 자리에 모일 수 있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10대 후반에 데뷔한 멤버들은 어느새 30대 후반. 인생 최고의 시절을 다시 맛 보는 희열과 벅차 오르는 감동을 주체하지 못했다. 이는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공연의 마지막곡 '무모한 사랑'을 부르고 기진해 "다시는 못하겠다"며 엄살을 부리고 "체력에 한계를 느낀다"는 멤버들의 말에는 팀을 지키겠다는 안간힘이 보였다. "앞으로 16년 더 함께 하자"던 은지원의 말처럼, 정말 16년이 흐른 뒤 무대에는 거짓말 같은 현실이 또 펼쳐질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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