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옥중화' 서하준 "명종, 나도 죽을 줄 알았다"

기사입력 2016-11-17 13:25


드라마 '옥중화' 서하준.
청담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참 예의바른 배우다.

MBC 주말극 '옥중화'를 마친 배우 서하준을 만났다. '옥중화'는 옥에서 태어난 천재 소녀 옥녀(진세연)와 조선 상단의 미스터리 인물 윤태원(고수)의 이야기를 그린 어드벤처 사극이다. 서하준은 극중 옥녀의 최대 조력자이자 조선의 13대 왕인 명종 역을 맡아 열연했다.

드라마는 일종의 열린 결말로 마무리됐다. 옥녀는 옹주의 신분을 찾았고 명종은 선정을 약속했다. 하지만 사실 좀더 극적인 요소가 가미됐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극 후반부 명종이 쓰러지기도 했고 명종이 실제 역사에서도 단명한 임금이었던 만큼 비장한 최후를 맞는다거나 하는 그런 드라마 말이다.

"저도 명종이 죽을 줄 알긴 했어요.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언제 죽냐고 슬쩍 물어보기도 했어요. 그러다 51회 대본이 나왔는데 대본을 뒤에서부터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웃음) 어쨌든 제가 결말의 만족도나 이런 걸 표현하기는 이르다고 생각해요. 아직은 공부하고 더 알아가고 주어진 인물에게 최선을 다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드라마 '옥중화' 서하준.
청담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서하준은 희한하게도 서브 남주인공으로 캐스팅 되고도 남주인공 못지 않은 존재감을 발산하는 이력이 있다. 드라마 데뷔작인 MBC '오로라 공주' 때부터 설설희 역을 맡아 황마마(오창석)보다 더 확실한 입지를 굳혔다. 이번 MBC 주말극 '옥중화'에서도 남자주인공인 윤태원(고수)보다 더 큰 활약으로 옥녀(진세연)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줬다. 그래서 옥녀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명종(서하준)과 옥녀의 러브라인을 응원하는 세력도 꽤 있었다.

"사실 좀 죄송하죠. 정말 진수성찬을 차려줬는데 갑자기 방문객 하나가 와서 다 퍼먹는 느낌이잖아요. 그래서 제가 고수 선배를 더 좋아하고 존경하게 된 것 같아요. 죄송해서 안부라도 여쭙는 게 다였는데 오히려 그러지 말라고 편하게 하라고 해주셨어요. 주인공이다 보니 분명 힘드셨을텐데도 먼저 손 내밀어 주시고 칭찬해주시고 컨디션도 먼저 체크해주시고 하셨어요. 이래서 주인공 타이틀을 거머쥐게 되는구나 하는 느낌이 왔죠. 감히 제가 고수 선배님과 호흡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영광스러운 자리였어요. 정준호 선배님, 김미숙 선배님, 정은표 선배님 모두 경력들이 어마어마했잖아요. 그런 분들과 호흡을 나눈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었어요."


드라마 '옥중화' 서하준.
청담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스스로는 겸손한 반응이지만 사실 존재감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줬다는 얘기다. 실제로 서하준은 '오로라 공주' 데뷔 이래 단 한번도 연기력으로 구설에 오른 적은 없다. 하지만 본인은 아직도 고개를 젓는다.

"더 초조해요. 지금은 부족한 걸 빨리 발견하고 발전해나가야 하는 시기잖아요. 좋은 시선으로 봐주셔서 감사하지만 한편으로는 다음에 더 만족시켜 드려야 하는데 과연 해낼 수 있을지 부담이 많이 되요. 사실 '옥중화' 뿐 아니라 어떤 작품에서도 제 연기에 만족한 적은 없어요. 심지어 대사 없이 리액션만 있는 신을 보다가 TV를 꺼버리고 싶을 때도 많아요. 이것밖에 표현 못했나 싶어서요. 좀더 고민하고 입체적으로 그려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처럼 겸손한 태도는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는 큰 자양분이다. 앞으로도 이런 자세를 유지하면서 쭉 달려나갈 계획이다.

"'옥중화'는 배우가 되는 길을 가면서 잊고 있던 걸 많이 상기시켜준 작품이에요. 배우가 갖고 있어야 할 기본 이념을 다시 챙기고 많은 걸 배우고 반성할 수 있었던 작품이에요. 저는 멘토께 '배우가 되기 전에 사람이 되라'고 배웠거든요. 누구보다 성실해야 하고 스태프나 동료 출연진들에 대한 태도나 그런 것들을 많이 배웠어요. 또 현장을 어떻게 더 좋은 분위기로 이끌 수 있는지 그런 부분들도 배웠고요. 이런 기본을 놓치고 연기하기에 급급했던 저에게 한번 여유를 갖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됐던 것 같아요."

silk781220@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