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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역시 무대에서 노래하는 가수가 운명인가 봐요."
"가수로 다시 돌아온 기분요? 반가운 마음도, 두려운 마음도 교차해요. 우선 다시 프로의 세계에 왔다는 생각에 책임감과 중압감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죠. 감기에 걸려도 안 되고, 살 쪄도 안되고, 노래 연습도 꾸준히 해야 하고 피부관리도 해야 하고. 평소보다 더 바빠졌지만, 어쩌면 이런 가수의 삶이 전 더 행복한가 봐요."(웃음)
박혜경이 가수로 다시 무대에 서기까지의 그 과정은 한편의 드라마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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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방송된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 출연, 힘들었던 시절을 공개한 박혜경은 자신의 대표 히트곡을 다시 부르며 활동 재개를 다짐했다. 방송 중 성대 결절을 겪었다는 사연을 공개한 그가 가수 복귀를 결심한 건 팬들의 댓글이다. 그 시절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킨 히트곡들은 박혜경 본인은 물론 팬들에게도 희망의 노래들이었다.
"JTBC '슈가맨'에 출연한 이후로 너무나 많은 메시지와 댓글을 받았어요. 하나같이 정말 감사한 말들이었죠. '내 노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구나'. 그렇게 저도 모르게 가수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이번 신곡은 박혜경에게 도전과도 같다. 그는 예전의 발성과 창법을 되찾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지만, 그 또한 박혜경의 것이라는 생각에 재활치료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또 다른 자신의 목소리에 기대감을 전했다. 앙칼지고 상큼한 톤을 지녔으면서도 힘이 있는 허스키 음색이 인상적인 박혜경은 스스로 변화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신선한 조합을 찾던 그의 귀를 잡아끈 건 멤버 한민세(신디사이저 DJ), 민샥(보컬)으로 구성된 듀오 그룹 롱디였다. 그들은 전자음악을 기반으로 풍부한 상상력과 몽환적인 음률이 특징인 밴드. 2015년 5월 싱글앨범 '따뜻해줘'를 시작으로 인디씬에서 시적인 노랫말과 짙은 음색으로 가요 팬들 사이 주목 받아온 인기 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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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번엔 소통에 중점을 뒀어요. 배우면서 작업했죠. 많은 분들이 제 노래를 들으면 어떤 장르도 다 '박혜경표'라고 불러주시는데, 이번 곡은 저에게도 정말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이번 신곡을 접한 팬들의 반응도 흥미로웠다. 댓글을 꼼꼼하게 체크했다는 박혜경은 그중 볼빨간사춘기와 비교하는 의견도 많이 접했다. 20년 전 데뷔 당시, 매력적인 음색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박혜경의 등장과 현재 볼빨간사춘기가 대중에 어필하는 느낌이 비슷하는 평 말이다. "목소리에 색깔 있는 가수를 참 좋아하는데 볼빨간사춘기가 그랬어요. 제 목소리를 처음 들은 팬들이 '원조 볼빨간사춘기'라 말하는 걸 듣고 뿌듯하기도 하고 새삼 재미있었죠."
이로써 박혜경은 지난 2014년 8월 싱글 '서른이야' 이후 약 2년 5개월 만에 선보이는 새 노래를 선보이게 됐다. 그간 가수 은퇴까지 고려했을 만큼 육체적, 정신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은 그는 이번 신곡을 통해 가수 활동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겠단 각오다. "한때는 가수를 포기했고, 플로리스트 등 여러 직업을 경험하다 결국 다시 무대로 돌아왔어요. 그래서 더 각별하죠. 거창한 목표는 없어요. 그저 이렇게 내 목소리로 노래할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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