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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돌아온 박혜경 "'원조 볼빨간'이란 댓글 빵 터졌죠"

박영웅 기자

기사입력 2017-03-05 14:48 | 최종수정 2017-03-05 14:48



[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역시 무대에서 노래하는 가수가 운명인가 봐요."

박혜경에게 2017년은 특별하다. 그간 성대결절과 전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부침을 겪었던 그의 이름 앞에 '가수'란 수식어는 새삼 고맙다. 그는 자신의 가수인생을 두고 '행운'이란 표현을 썼다. '고백', '안녕', '너에게 주고 싶은 세가지', '빨간 운동화', '레몬트리', '레인' 등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박혜경표 히트곡을 뒤로 하고 떠났던 그는 어렵게 다시 무대에 섰다. 데뷔 20주년을 맞아 돌아온 박혜경이 "가수는 운명과도 같은 직업"이라고 의미를 전했다.

'4가지 맛'이란 타이틀이 붙은 새 프로젝트는 박혜경의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담아내는 작업으로, 사랑의 다양한 면모를 '4가지 맛'이라는 주제로 묶어 신곡을 발표, 과거의 히트곡을 현 감성으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의미한다. 박혜경의 이번 음악적 파트너는 인디씬에서 실력파 뮤지션으로 주목받고 있는 신스팝 듀오 롱디(Long:D). 감각적인 노랫말과 트렌디한 음악으로 인디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온 롱디는 박혜경과 신곡을 작업해 왔다. 재기를 준비하며 다양한 뮤지션들의 음악을 접한 박혜경은 롱디의 감각적인 가사와 트렌디한 노래에 매료돼 러브콜을 보냈다.

"가수로 다시 돌아온 기분요? 반가운 마음도, 두려운 마음도 교차해요. 우선 다시 프로의 세계에 왔다는 생각에 책임감과 중압감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죠. 감기에 걸려도 안 되고, 살 쪄도 안되고, 노래 연습도 꾸준히 해야 하고 피부관리도 해야 하고. 평소보다 더 바빠졌지만, 어쩌면 이런 가수의 삶이 전 더 행복한가 봐요."(웃음)

박혜경이 가수로 다시 무대에 서기까지의 그 과정은 한편의 드라마와도 같다.


그는 2012년 가수에겐 사망선고와 같은 성대마비 판정을 받았다. 수술을 해도 목소리를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때마침 찾아온 슬럼프까지 겹쳐 마이크를 내려 놓을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이듬해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과거 독보적이던 맑은 음색을 100% 찾지 못했지만 다시 노래할 수 있는 수준까지 회복했다

지난 해 방송된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 출연, 힘들었던 시절을 공개한 박혜경은 자신의 대표 히트곡을 다시 부르며 활동 재개를 다짐했다. 방송 중 성대 결절을 겪었다는 사연을 공개한 그가 가수 복귀를 결심한 건 팬들의 댓글이다. 그 시절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킨 히트곡들은 박혜경 본인은 물론 팬들에게도 희망의 노래들이었다.

"JTBC '슈가맨'에 출연한 이후로 너무나 많은 메시지와 댓글을 받았어요. 하나같이 정말 감사한 말들이었죠. '내 노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구나'. 그렇게 저도 모르게 가수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이번 신곡은 박혜경에게 도전과도 같다. 그는 예전의 발성과 창법을 되찾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지만, 그 또한 박혜경의 것이라는 생각에 재활치료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또 다른 자신의 목소리에 기대감을 전했다. 앙칼지고 상큼한 톤을 지녔으면서도 힘이 있는 허스키 음색이 인상적인 박혜경은 스스로 변화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신선한 조합을 찾던 그의 귀를 잡아끈 건 멤버 한민세(신디사이저 DJ), 민샥(보컬)으로 구성된 듀오 그룹 롱디였다. 그들은 전자음악을 기반으로 풍부한 상상력과 몽환적인 음률이 특징인 밴드. 2015년 5월 싱글앨범 '따뜻해줘'를 시작으로 인디씬에서 시적인 노랫말과 짙은 음색으로 가요 팬들 사이 주목 받아온 인기 밴드다.


세대를 초월한 만남인 박혜경과 롱디의 신곡 '너드 걸'은 프로젝트의 '달콤한 맛'을 대표하는 노래다. 다듬어지지 않은 듯 보이지만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깊이 빠져있는 너드(Nerd)들을 위한 주제가로, 박혜경과 롱디의 매력이 각각 살아 숨 쉬면서도 묘하게 어우러져 '감성의 시너지'를 선사한다는 평이다.

"완전히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번엔 소통에 중점을 뒀어요. 배우면서 작업했죠. 많은 분들이 제 노래를 들으면 어떤 장르도 다 '박혜경표'라고 불러주시는데, 이번 곡은 저에게도 정말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이번 신곡을 접한 팬들의 반응도 흥미로웠다. 댓글을 꼼꼼하게 체크했다는 박혜경은 그중 볼빨간사춘기와 비교하는 의견도 많이 접했다. 20년 전 데뷔 당시, 매력적인 음색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박혜경의 등장과 현재 볼빨간사춘기가 대중에 어필하는 느낌이 비슷하는 평 말이다. "목소리에 색깔 있는 가수를 참 좋아하는데 볼빨간사춘기가 그랬어요. 제 목소리를 처음 들은 팬들이 '원조 볼빨간사춘기'라 말하는 걸 듣고 뿌듯하기도 하고 새삼 재미있었죠."

이로써 박혜경은 지난 2014년 8월 싱글 '서른이야' 이후 약 2년 5개월 만에 선보이는 새 노래를 선보이게 됐다. 그간 가수 은퇴까지 고려했을 만큼 육체적, 정신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은 그는 이번 신곡을 통해 가수 활동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겠단 각오다. "한때는 가수를 포기했고, 플로리스트 등 여러 직업을 경험하다 결국 다시 무대로 돌아왔어요. 그래서 더 각별하죠. 거창한 목표는 없어요. 그저 이렇게 내 목소리로 노래할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해요."

hero1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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