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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배우 김승수는 굉장한 다작 배우다.
1997년 MBC 공채 탤런트 26기로 데뷔한 뒤 단 1년도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사랑밖에 난 몰라' '왕초' '허준' '카이스트' '백만송이 장미' '주몽' '광개토대왕' '청담동 앨리스' '장사의 신-객주 2015' '구르미 그린 달빛' '다시, 첫사랑' 등 20여 년에 걸쳐 40편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장르와 캐릭터를 가리지 않고 이렇게 공백기 없이 작품 활동을 하는 경우도, 단 한차례의 연기력 논란이나 식상한 기운 없이 활동을 이어오는 것도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는 김승수의 '열일'이 폭발한 시간이었다. KBS2 월화극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왕 역할을 맡아 아들 이영(박보검)을 항? 가슴 아픈 부성애를 드러냈다. 냉정한 듯 했지만 힘이 없어 내 백성을 지키지 못하고 내 아들조차 따뜻하게 품어줄 수 없는 아버지의 아픈 부성애를 절절하게 그려내며 시청자의 마음을 울렸다. 동시기 MBN 예능 프로그램 '아재목장'에서는 시골 목장에 던져진 초보 낙농가로서 우왕좌왕 하며 웃음을 안겨줬다. 곧이어 KBS2 일일극 '다시 첫사랑'에서 차도윤 역을 맡아 멜로 연기의 정수를 보여줬다. 모든 것을 버리면서까지 지켜주고 싶던 여자 이하진(명세빈)에게 버림받고 그에 대한 복수심으로 살아갔지만, 결국 모든 배후에는 정략결혼한 백민희(왕빛나)의 계략이 있었다는 걸 알고 진짜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차도윤의 모습에 여심은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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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동안 두 작품 꼴로 활동을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기록이다. 그때 그때 다른 캐릭터를 입고 벗어야 하는 배우들에게는 더더욱 힘든 작업이다.
"매 작품마다 슬럼프는 있습니다. 남들이 볼 땐 비슷한 캐릭터라고 생각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캐릭터의 말투도, 인물 간의 관계 설정도 다르니까 힘들거든요. 그럴 때 방향을 못 잡고 헤매고있다는 생각이 들면 슬럼프가 옵니다.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그렇게 오래 연기했는데 왜 헤매고 있냐고 생각할까봐 부담감은 이전보다 더 커져있거든요. 또 저한테 역할을 맡기실 땐 충분히 잘해낼 거라고 생각해 걱정 안한다며 부탁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분이 보실 때 제가 엉뚱하게 이러고 있으면 어쩌나 하는 부담감이 생기기도 하고요. 그래도 방법은 없습니다. 안타깝고 힘들긴 하지만 다시 일로 극복할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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