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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김명민(45)이 "반복된 타임루프 촬영에 폐소공포증까지 왔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6월 말, 평균 35도를 웃도는 불볕더위 속, 그야말로 찜통 아스팔트 위에서 3주간 촬영을 이어가야 했던 김명민은 아스팔트 복사열로 잠깐만 있어도 화상을 입을 정도로 뜨거웠던 무더위를 겪어야만 했는데 그 속에서도 지치지 않은 열정을 과시하며 명품 연기를 선보여 감탄을 자아낸다. '명본좌' '연기 신(神)' '연기 괴물'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절절한 부성애를 펼쳐낸 것.
김명민은 충무로 단골 소재인 타임루프 소재에 대해 "소재가 같다고 연기하는 배우나 감독이 같지 않지 않나? 영화 속에서 같은 소재는 많지만 그걸 어떻게 푸는게 중요한 것 같다. 당연히 소재적으로 다른 타임루프 소재 영화와 중복될 수밖에 없지만 분명히 우리 영화에서는 다른 배우 다른 감독이 있기 때문에 다른 시너지가 나올거라 생각했다"고 남다른 포부를 보였다.
김명민은 반복된 촬영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그는 "사실 촬영하면서도 내 연기가 많이 헷갈렸다. 죽음을 목격한뒤 잠에서 깨는 장면을 반복해서 등장하는데 그 장면 또한 모두 한꺼번에 촬영했다. 잠에서 깬 일곱째날까지 모두 한번에 찍었고 공항에서 뛰어가는 장면도 그랬다. 5일 정도 같은 장소에서 계속 똑같은 상황을 연출해야 했는데. 상황이 미묘하게 안 맞으면 영화에서 안 붙어 세심하게 연기해야 했다. 관객이 볼 때 중요치 않게 보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타이밍을 계산하면서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김명민은 딸의 죽음을 목격한 인천 박문여고 아스팔트 신에 대해 "박문여고 앞 아스팔트 신은 앞으로도 어떤 장소에서 무슨 촬영을 하든 다 힘이 되는 원동력이 된 장면이다. 오지에서 촬영해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촬영하기 전부터 박문여고 앞 아스팔트 악명에 대해 익히 들었다"며 "반복되는 촬영을 하면서 나중에는 공항, 아스팔트 등 장소만 봐도 폐소공포증까지 오더라. 배우들, 제작진 모두 힘들어했다. 똑같은 장면을 되풀이하다 보니 식상하고 지루해하더라. 거기다 날씨까지 더워지니까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른 촬영을 할 때부터 스태프들이 '박문여고 앞 아스팔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해서 내심 기대를 많이 했는데 그것 보다 더 열악했다. 그늘이 하나도 없고 지나가는 차도 없더라. 여고가 있는데 여고생도 없다. 사람 자체도 없고 너무 뜨겁다. 여름에는 40도 정도 올라가는데 너무 더워서 스태프가 냉장차를 가져다 놨다. 스태프들이 쓰러질까봐 걱정됐는데 그 냉장차를 통해 견딘 것 같다. 나는 심지어 냉장차에서 40분간 잠든 적도 있다"고 웃었다.
한편, '하루'는 매일 눈을 뜨면 딸이 사고를 당하기 2시간 전으로 돌아가는 남자가 어떻게 해도 바뀌지 않는 시간에 갇힌 또 다른 남자를 만나 그 하루에 얽힌 비밀을 추적해 나가는 작품이다. 김명민, 변요한, 신혜선, 조은형, 임지규 등이 가세했고 '더 웹툰: 예고살인' '홍길동의 후예' '원스 어폰 어 타임' 조감독 출신인 조선호 감독의 장편 연출 데뷔작이다. 오는 15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CGV아트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