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트렌드를 움직이는 사람들, 방송·예술·라이프·사이언스·사회경제 등 장르 구분 없이 곳곳에서 트렌드를 창조하는 리더들을 조명합니다. 2017년 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에디터들이 100명의 트렌드를 이끄는 리더들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그 서른 번째 주인공은 K-뷰티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완벽주의자, 메이크업 아티스트 함경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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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양지윤 기자] 메이크업 아티스트 함경식과의 강렬한 첫 만남을 잊을 수 없다. 그는 인터뷰 중 보여줄 게 있다며 느닷없이 태블릿 PC를 꺼냈다. 자신이 지금까지 만들어온 '아이디어' 라며 마치 어린아이가 자기 그림을 소개하듯 즐거워했다. 화면을 빼곡하게 채운 것은 함경식이 직접 만든 수많은 포트폴리오였다. 각종 TV 프로그램 (자신이 출연하지 않은 프로그램까지) 별로 '여기에 나가면 이 메이크업을 해야지!' 라는 생각을 갖고 만든 자료라고 했다. 난생처음 보는 신박한 메이크업 아이디어는 물론, 내년 내후년 트렌드까지 예상하고 기록한 보물상자였다.
소설가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수첩에 메모하면 그만이지만,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컬러풀한 아이디어를 글로 정리 할 수 없다. 때문에 21세기에 등장한 각종 문명의 이기를 잘 활용해야 한다. 함경식의 머릿속을 그대로 옮겨둔 듯한 그 작은 화면 앞에서 "잘나가는 아티스트는 역시 뭔가 다르네요"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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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는 트렌드도 미리 만들어 놓는다. 적중할 수도 있고 빗나갈 수도 있다. 빗나가면 어떤가. 작은 승리와 실패들이 함께 모여 지금의 함경식을 만들었다. 함경식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이렇게 철저하신 분도 처음인 거 같아요. 트렌드를 미리 만들다뇨.
▶메이크업 아티스트 중에서 미리 트렌드를 만들어 놓는 사람을 정말 몇 없을걸요.'올해 유행은 이거야!' 라고 해도 큰 흐름을 읽지 못하면 트렌디 하지 못한 게 될 수 있어요. 저는 강의까지 해야 하다 보니. 패션쇼, 올해의 컬러, 사회적 흐름까지 고려해서 트렌드를 나름대로 만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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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로써 화장품을 만드는 것은 꿈 같은 일일 것 같은데, 더 샘과 협업해 이름을 건 제품까지 개발하고 있어요. 더 샘의 함경식 시리즈가 다른 화장품과 다른 점은 뭔가요?
▶10년 전만 해도 쓸 만한 색조 화장품이 없었어요. 게다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용하기 벅찬 컬러감과 펄감, 전 그게 정말 아쉬웠어요.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잘 맞는 색조가 없네 라는 생각이 들었죠. 워낙 좋은 색조 제품들이 많지만 사실 유명 제품의 색감, 케이스 흉내만 내는 제품들이 많잖아요. 정작 이게 왜 잘나가고 유명한지는 모르고, 따라가기만 하는 게 아쉬웠어요. 이왕 만들면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좋은 기회를 만나서 제품을 만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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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림 그리는 걸 정말 좋아했어요. 어릴 적에 어떤 그림대회에 나가서 큰 상을 받은 다음에 '아, 내가 미술을 잘 하는구나'라고 스스로 인지를 하고 있었죠. 대학도 디자인과로 진학하게 됐는데, 집에서 어렸을 적 사진을 찾아보니까 제가 제 얼굴에 화장을 하고 있는 사진이 있는 거 에요! 그 때가 중학교 1학년 때였는데, 정말 신기했죠.
-중학교 1학년 남학생이 빠지게 된 '메이크업'이라...어떤 매력이었을까요?
▶예쁜 걸 항상 보잖아요. 메이크업을 하는 과정부터 기분이 좋아져요. 그 많은 화장품들 하며, 도구들까지...보고만 있어도 흐뭇해지죠. 메이크업은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예뻐지는 것이고,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즐거운 일이 잖아요. 개인적으로는 화보 찍을 때 가장 행복하더라고요. 제가 의도한 메이크업으로 작품을 만들고, 또 그것을 본 사람들은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잖아요.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직업은 참 예쁘고, 멋진 직업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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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관련된 다른 분야도 많은데 특별히 메이크업이었던 이유가 있을까요?
▶전 메이크업이 마냥 재미있었어요. 원래 성격이 굉장히 내성적이었거든요. 메이크업을 하게 되면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그게 즐거워졌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누군가를 예쁘게 만드는 직업이다 보니 에너지를 많이 받았어요. 힘든 때도 있었지만 '메이크업'이라는 게 싫은 적은 단 한번도 없었어요.
-내성적인 성격이었다니 정말 의외네요.
▶내성적일 뿐 아니라 원래 '걱정쟁이'였어요. 오만가지 걱정을 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죠. 성격도 예민하고, 완벽주의자였던 데다 모든 걸 완벽히 준비 해야 마음이 편한 성격이었어요. 주변 사람들은 저 때문에 많이 피곤했을 거에요. 그런데 10년쯤 지나고 나니까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제가 여유를 가져야 저와 주변 사람들이 함께 행복하겠구나 생각했어요. 그 때부터 마음을 조금 내려 놓으니 일의 결과도 더 좋아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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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실 처음부터 두각을 드러냈던 사람은 아니었어요. 그냥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정주행 해왔던 것 같아요. 그게 제가 지금까지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길을 걸을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거 같아요. 인생을 살면서 기회는 와요. 준비가 된 사람이라면 기회를 잡는 거고, 준비가 안됐다면, 기회가 온 줄도 모르는 거에요. 준비된 자가 기회를 잡는 거죠.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해요.
▶바뀌지 않는 목표가 있어요. 80가지 일을 해보고 싶어요. 오래도록 활동 하고 싶다는 말. 나중에 저만의 브랜드도 나오겠죠? 무언갈 해 나갈 때, 제대로 된, 잘 다듬어진 걸 내놓고, 다른 사람들이 아름다워 질 수 있는 '조력자'가 되는 게 꿈이고, 그러므로 인해 아름다움을 알릴 수 있는 기간이 오래 갔으면 해요. 저는 일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니까요. 오래오래 행복하고 싶어요.
-끝으로 일반인들이 화장을 잘 할 수 있는 팁이 있을까요? 스타 아티스트의 꿀팁 부탁 드려요.
▶나한테 맞는 걸 빨리 찾는 것이 중요해요. 무조건 연예인 메이크업이라고 무작정 따라하는 것도 안돼요. 내 장점과 단점을 빨리 찾아야 해요. 어떤 걸 중점으로 둘 지. 내가 했을 때 가장 예쁜 것을 찾고 자기한테 어울리는 걸 찾아야 하죠. 자신에게 맞는 메이크업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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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났을 때, 다가올 오늘이 기대되고 행복하다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하루가 참 감사하고 행복해요. 오늘은 어떤 일이 일어날까? 오늘 할 일은 정말 재밌을 것 같아' 라고 생각하거든요."
yangjiyoon@sportschosun.com, 사진=이새 기자 06sejong@sportschosun.com, 함경식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