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현택 기자 ] "어젯밤 꿈속에 나는나는 날개 달고 구름보다 더 높이 올라올라 갔지요"
김병만에게 '수술'이나 '병원', '응급실' 같은 단어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다.
넘어지지 않는 오뚝이이면서, 포기를 모르는 성룡과 같은 사람. 그의 끊임없는 도전과 한결같은 열정은, 팬이 아닌 누군가에게도 삶의 용기를 선사한다.
160이 채 안되는 작은 체구이지만, 어린시절 스턴트맨을 꿈꿨다. 태권도 2단, 합기도 2단, 쿵푸 2단, 격기도 2단, 도합 8단의 무술 유단자이자, 극한의 환경에 적응하는 '족장'이 됐다. 또한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달인'이라는 수식어의 주인이기도 하다. 대중은 아직도 짜리몽땅한 몸으로 피겨스케이팅에 도전하며 부상에도 불구하고 점프를 해내던 김병만의 눈물을 기억한다.
그런 김병만이 척추뼈를 다쳤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전해진 것은 지난 21일이다.
소속사 SM C&C는"김병만이 지난 20일(현지시각) 미국에서 국내 스카이 다이빙 국가대표 세계대회준비를 위해 팀 훈련을 받던 중 급변하는 바람 방향으로 인해 랜딩 시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아찔했던 부상, 무엇보다 몸을 지탱하는 척추뼈였기에 팬들의 걱정이 컸지만 '김병만이기에' 살아날 수 있었다. 무술에 단련되어 있던 그는 몸이 지면에 닿는 순간 반사신경으로 다리를 웅크리며 더 큰 부상을 막았다. 김병만은 "쉽게 말해 4층 건물에서 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지면이 촉촉하게 물을 머금은 흙이어서 다행이었다, 콘크리트였다면 즉사했을 것"이라며 "낙하산을 최근 교체한 후 새 낙하산에 대한 감이 부족한 상황에서 낙하를 한 것이 내 불찰이었다"고 말했다.
달인답게, 김병만은 회복력도 빨랐다. 숨도 쉴 수 없을 만큼 아팠지만, 곧 두발로 섰다. 김병만은 "척추 2번 뼈의 압박 골절이다. 완전히 으스러져 티타늄 재질의 뼈로 이식했다. 이제 저를 아이언맨이라 불러주셔도 좋다. (웃음) 겉으로는 외상이 없으니 멀쩡한 줄 알지만 옆구리를 10cm 절개하는 큰 수술이었다"며 "이곳(미국)의사가 놀라더라. 수술 후 이틀만에 걸어다니고 소변 줄도 뽑아서 제 발로 화장실에 가니까 '당신 뭐 하는 사람이냐'라면서 웃었다"고 말했다.
김병만의 스카이다이빙에 대한 열정은 오래전부터 회자되어 온 바다. 그는 2013년, 전남 고흥에서 스카이다이빙 강습을 받고 서울스카이다이빙학교를 수료했다. 같은 해 '정글의 법칙 in 캐리비언'에서 중앙아메리카 벨리즈의 그레이트 블루홀 스카이다이빙 도전에 성공한 김병만은 그 후로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스카이다이빙 연습에 매진, 코치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총 520번의 다이빙, 일반인을 품에 안고 다이빙을 할 수도 있는 실력자가 됐다. 또한 이번 불의의 사고는 내친김에 스카이 다이빙 국가대표에까지 도전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정글의법칙'과 '주먹쥐고 뱃고동' 등 고된 예능에 고정 출연 중인 그가 스카이다이빙에까지 열정을 나눠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기자에게 오히려 질문을 던졌다. 김병만은 "혹시 '살아있음을 느낀다'라는 말을 해본적이 있나. 진심으로 그 감정을 느껴 본 적이 있나"라고 물으며 "하늘을 날면서 비로소 내가 살아있음을 느꼈다. 우리가 청양고추를 먹으면서 활짝 웃지는 않지 않느냐. 미간을 찌푸리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청양고추를 찾는 것은 그 맛을 알기 때문이다. 살아있음을 느끼는 그 맛은 나를 끊임없이 도전하게 하고 땀 흘리게 하며 위험을 무릅쓰게 한다"고 말했다.
김병만은 곧 한국으로 돌아와 병원에 입원, 수개월간의 재활에 돌입한다. 그는 '뼈가 붙는 동시에' 스카이다이빙에 다시 도전할 계획이다. 그는 "남들은 스카이다이빙에 도전하거나, 높은 산을 오르거나 익스트림 스포츠에 도전하면 '몸을 소중히 다루라'고 하신다. 하지만 오히려 나는 스카이다이빙을 하면서 '진정으로' 내 몸을 소중하게 다루게 되었다. 하늘에서 내 몸을 소중히 하지 않으면 실제로 '사망'하기 때문이다"라며 "나는 남에게 스카이다이빙을 절대로 먼저 추천하지는 않지만, 안전을 걱정하신다면 오히려 좋은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다이빙계에서는 하늘에서 화려한 기교를 부리는 사람보다 '오랜시간 부상이 없었던 사람'을 더 실력자로 쳐준다. 매순간 '안전'을 최우선시 하고, 남의 안전까지 걱정하다보니, 다이빙 중이 아닌 일상생활에서도 '안전 제일'이 몸에 자연스럽게 밴다. 또한 나 뿐만 아닌 타인의 안전까지 걱정하고 챙기게 된다"고 말했다.
김병만은 "신기한 것은 520번의 다이빙을 통해 내 머릿속에 있던 불순한 생각, 오만과 편견, 이기심과 남을 미워하는 마음까지 사라졌다는 점이다. 하늘은 사람을 그렇게 만든다. 안 좋은 생각을 지워주는 곳이다"라며 "부상을 당한 직후 영국 특수부대가 날 구조하러 왔는데, 병원으로 실려가면서 내가 "더 세게 떨어졌어야 했다. 그랬으면 아픔을 느끼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고, 통역사가 이를 영국 특수부대원들에게 전달하니, 웃으면서 '당신은 스카이다이빙을 계속해도 문제 없는 사람''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ssale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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