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닷컴 정유나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숨겨진 예능감은 이경규를 능가했다.
박원순 시장은 못 말리는 서울부심으로 광화문 광장부터 시청까지 걷는 내내 그 동안 바뀐 서울시의 풍경을 설명하며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박원순 시장은 광화문에 마련된 쿨 스폿부터 광장 분수, 낮아진 보도턱, 무료 자전거 대여 시스템인 따릉이 등 발길이 닿는 곳마다 자랑을 하며 '프로 자랑러'의 면모를 드러냈다.
이경규가 지쳐갈 때쯤 도착한 시장실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북 카페를 연상시키는 시장실의 서가에는 서울시와 관련된 자료들이 빼곡히 파일로 정리되어 있었고, 박원순 시장은 이경규가 '바가지요금' '영화' 등의 키워드를 던지자 바로 파일을 꺼내오며 꼼꼼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의 실제 교통상황과 CCTV까지 확인할 수 있는 거대 디지털 스크린은 "원순씨"라는 명령어로 작동되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방불케 했다. 흡사 고담시를 지키는 배트맨이 첨단 기기를 자유자재로 이용하듯, 터치스크린으로 서울의 정보와 현황을 한 눈에 파악하고 있었다. 이경규는 중요 서류를 보관하는 은밀한 공간까지 침투해 숨은 자료 중 재개발 자료에 눈독을 들이며 웃음을 유발했다.
박원순 시장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등 거물급 정치인과의 인연에 대해서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강하게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서울시장 불출마 선언을 했던 안철수가 정치적 은인이라는 데에는 동의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에 '형님'이라는 호칭이 붙은 데 대해서는 부정 했다. 자신이 받은 정치적 사찰이 민주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과거지인'으로 호칭을 수정하자고 거침없이 말했다. 한 때 문재인 대통령에게 '청산되어야 할 기득권'이라고 비난했던 이유를 묻자 "헛발질이었다"며 이경규를 능가하는 입담을 보여줬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박원순 지지자가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일을 회상하며 이경규에게 "블랙리스트에 있지 않았냐"고 물어 이경규를 진땀 빼게 하기도 했다.
일 많은 시장 때문에 고생하는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정말 힘들었을 텐데 경의를 표한다"며 "사랑합니다"고 손하트를 보냈다. 예능감 넘치는 박원순 시장은 전국민에 인기가 많은 이경규가 진행하는 예능에 나오면 지지율이 올라갈 것 같다며 '나는 예능이 좋다'를 책 제목으로 제안했다.
jyn201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