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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우여곡절로는 충무로에 제일가는 배우다. 그럼에도 충무로는 끊임없이 찾는다. 결국 연기력이 답이다.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는 '갓(God)경구'가 서늘한 스릴러로 가을 극장가를 찾았다. 명불허전. 누가 뭐래도 설경구는 설경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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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의 힘도 상당했지만 무엇보다 '살인자의 기억법'을 빛내는 대목은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다.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은퇴한 연쇄살인범 김병수 역의 설경구를 중심으로, 김병수의 살인습관을 깨우는 의문의 남자 민태주 역의 김남길, 김병수가 기억해야 할 하나뿐인 딸 김은희 역의 김설현(AOA), 김병수의 오랜 친구 안병만 역의 오달수까지 빈틈없는 열연으로 꽉 채운다.
특히 설경구는 '살인자의 기억법'을 1인칭 시점으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118분을 이끄는데, 매 장면, 매 순간 노련한 내공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한동안 연기 슬럼프를 겪으며 흥행 고배를 마셨지만 지난 5월 개봉한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 변성현 감독)으로 건재함을 입증하더니 마침내 '살인자의 기억법'으로 완벽히 부활한 셈이다. 설경구가 아니면 그 누구도 소화하지 못할 '살인자의 기억법', 기억을 잃어가는 연쇄살인범 김병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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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AOA에서 연기돌로 거듭난 김설현의 성장도 '살인자의 기억법' 관전 포인트다. 2015년 개봉한 '강남 1970'(유하 감독)을 통해 스크린에 데뷔한 김설현은 두 번째 스크린 도전으로 '살인자의 기억법'을 선택, 안정된 연기력을 보여주며 배우로서 입지를 다졌다. 연쇄살인범 아버지를 둔 딸의 복잡한 내면을 풍부하게 그려낸 것은 물론 얼굴에 피 분장을 묻히며 흙바닥을 뒹굴고 맨발로 야산을 뛰어다니며 고군분투한 김설현. 충무로를 이끌 '블루칩'으로 가능성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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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 및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