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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뮤직] "시.대.무.감"...서태지와 소년단, 세대의 공존

정준화 기자

기사입력 2017-09-03 09:38



[스포츠조선 정준화 기자] 전혀 유감스럽지 않은 콜라보레이션이었다. 1990년대 '문화대통령'으로 군림한 서태지, 그리고 2017년 아이돌 팬덤 문화의 정점에 서있는 방탄소년단. 기대를 모았던 '시대의 만남'이 가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시대를 풍미한 뮤지션과 현 시대 가요계를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이 함께한다는 점에서 꽤나 인상적이었던 공연. 특히 음악을 넘어 과거와 현재의 시대가 향유하는 '문화'가 제대로 어우러지며 세대를 초월하는 축제로 이어졌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공연도 이 같은 포인트를 관통했다. '타임:트래블러'라는 타이틀 아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함께 담아내려 기획 된 것. 지난 2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개최된 서태지 데뷔 25주년 공연 '롯데카드 무브ː사운드트랙 vol.2 서태지 25'의 이야기다.

서태지가 데뷔 25주년을 맞아 준비한 이번 공연의 특별한 점은 후배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이었다. 특히 방탄소년단은 이날 서태지와 함께 공연의 절반을 채웠고, 이에 '서태지'를 모르는 세대들도 그의 음악을 즐기고 집중할 수 있었다.

이에 세대가 통합되는 공연이 펼쳐진 바. 약 25년의 세월, 그 세대 차이를 좁힐 수 있었던 이유는 두 팀의 공통점 덕분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은 음악에 자신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사회와 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며 대중과 공감하고 매시지를 던져 왔다는 점에서 닮았다는 평이다.

'사랑'이라는 주제에만 국한하지 않고 꿈도 없이 살아가는 학생들, 천편일률적인 사고를 강요하는 학교,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는 청춘, 지금 삶이 행복한가를 되묻는 등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가는 젊은 세대에게 진솔한 메시지를 전했고, 그 과정 같은고민을 하는 이들의 공감을 사면서 지지를 받은 바다.

음악으로 풀어내는 방식과 스타일은 다르지만, 자신들만의 뚜렷한 세계관과 메시지를 음악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는 본질은 확실히 닮았다.


공연장에는 세대를 초월한 3만 5천여 명의 팬들이 모였다. 서태지는 이날 공연에서 "여러분들을 처음 만나고 벌써 스물 다섯 해가 지났다. 첫 만남의 떨림을 아직도 기억한다"며 "오늘 이 자리는 25라는 숫자에 특별한 의미를 만들어준 여러분들을 위한 공간이자 내 노래 한곡 한곡에 생명을 불어넣어 준 여러분 한분 한분을 위한 무대다"라고 편지를 썼다. 이어 "25년 전 여러분들이 서태지라는 이름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었듯 오늘은 시간을 되돌려 그때, 그곳에 나와 함께 했던 여러분의 이름이 주인공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이며 팬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태지 보이스'로 다시 태어났다. 방탄소년단 7명의 멤버는 각각 무대에 올라 서태지와 함께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슈가와 랩몬스터는 '난 알아요'에서 강렬한 랩을, 지민과 제이홉은 '이 밤이 깊어가지만', '환상 속의 그대'를 통해 파워풀한 퍼포먼스를, 뷔와 정국은 '하여가'를 통해 유려한 춤선을 선보였다. 진은 '너에게'를 통해 부드러운 보컬로 환호를 이끌어냈다. 마지막으로 방탄소년단 전 멤버가 무대에 올라 서태지와 '교실이데아'와 '컴백홈' 무대를 꾸몄다. 방탄소년단 특유의 파워풀한 퍼포먼스와 강렬한 음악색 역시 서태지의 무대와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음악을 통해 세대가 통합되는 현장이었다. 서태지의 팬들도 방탄소년단의 등장에 아낌없는 환호성을 질렀고, 방탄소년단을 보기 위해 온 팬들 역시 서태지 노래에 떼창을 부르며 화합의 장을 만든 것. 서태지는 지민과 다정하게 안으며 무대를 꾸며준 후배를 향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고, 방탄소년단 역시 함께 무대를 꾸민 뒤 "너무 좋다"라고 소리치며 존경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여러 모로 상징적이고 또 성공적인 공연이었다는 평. 그렇게 세대가 함께하는 시대무감의 밤이 깊었다.

joonam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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