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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윤선 기자] '왕은 사랑한다'가 웰메이드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인정을 받고 있다. 시선을 강탈하는 의상과 소품에 이어 캐릭터를 더욱 분명하게 보여주는 세트장까지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는 것.
지난 30회에서 왕원(임시완 분)이 홀로 선로주를 마시는 장면이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어둠이 내려앉은 궁에서 차가운 나무 바닥에 주저 앉아 추억을 곱씹으며 술잔을 기울이는 그의 모습이 처연함을 자아냈고, 시청자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했다. 왕원의 쓸쓸하고 외로운 상황을 시청자에게 증폭 전달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세트였다. 화려하기 보다는 차분하고 어두운 색상을 사용해 꾸며진 세트는 왕원이 지닌 마음의 무게감을 느끼게 했다.
이에 '왕은 사랑한다' 측은 "당시 고려는 유럽까지 제패한 원나라의 영향 아래 있었고, 해외 교역이 활발해 다양한 문화가 혼재돼 있었다. 때문에 화려했던 고려후기 왕실 문화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해 기존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아름답고 모던한 미술로 새로움을 더하고 격랑의 시대를 살아간 각 캐릭터들의 특징과 관계, 갈등 등을 보여줄 수 있도록 디자인 됐다"라고 세트 디자인의 전체적인 컨셉을 밝혔다.
왕원의 공간은 입구에서 침상까지 단차를 주고 겹겹이 가려지는 다층 구조로 디자인 돼 눈길을 끈다. 이는 가장 고귀한 신분의 세자지만 마음 붙일 곳 없는 궁 안에서 고립된 섬 같은 왕원의 심리를 반영한 디자인으로, 혼혈 왕세자답게 이국적인 장식물과 기품 있는 가구들이 배치돼 그 신분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에 반해 왕린(홍종현 분)의 집은 독특한 배치가 인상적이다. 왕린은 높은 서열의 왕족인 만큼 고려풍에 가깝게 디자인됐다. 특히 극중 왕영과 왕린의 학자적인 성품을 반영해 서가를 따로 두고 이를 왕린 가족의 중요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여주인공 은산(임윤아 분)의 자연주의적인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공간이 눈에 띈다. 내추럴한 컬러의 목재를 사용해 골조를 만들고 실내에 화려한 중정을 두어 아름다운 공간을 완성해 냈다. 뿐만 아니라 대상인의 여식답게 침실 내부는 이국적이며 화려한 가구들을 배치해 은산만의 공간을 탄생시켰다.
이 밖에도 원성전은 화려함으로 모든 것을 압도한다. '왕은 사랑한다' 속에서 등장한 공간 중 가장 화려한 세트다. 독특한 팔각구조로 만들어진 방 안에 대리석과 강렬한 색채와 화려함을 자랑하는 침구와 커튼, 어항 등을 배치해 고려 궁 안에서 또 다른 나라 혹은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이는 가장 이국적인 컨셉으로 디자인한 세트로, 고려인의 아닌 원성공주의 캐릭터를 분명히 드러내는 장치로 활용되고 있다.
이 공간들은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 옛 연초제조창 3층에 마련된 세트장에 지어졌으며 일부 세트장을 철거하지 않고 활용해 오는 9월 13일부터 10월 22일까지 열리는 '2017청주공예비엔날레'의 전시 공간으로 활용,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도자, 유리, 금속, 석기 등 다양한 공예작품을 전시할 계획이다.
한편 '왕은 사랑한다'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팩션 사극으로, 이제 종영까지 단 8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매주 월, 화요일 밤 10시 MBC에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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