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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MBC 수목극 '병원선'의 정체성이 흐려졌다.
메디컬 드라마의 핵심은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환자를 살리고자 하는 의사들의 고군분투를 얼마나 생생하게 다루는가에 있다. 그러나 '병원선'의 메디컬은 허점이 많다. 간호사 복장 논란에 복장을 교체하며 반성의 기미를 보인 것도 잠시, 간호사가 환자의 요청에 따라 응급 상황이 아님에도 코드블루를 외치는 등 고증의 문제를 제대로 보여줬다. 의사들의 진료 장면에서도 마찬가지. 아무리 송은재가 천재 외과의라고 하지만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접합술을 단번에 성공하는 등 무리한 장면이 이어졌다. 또 엄마의 심장 소리를 매일 들었다는 핑계가 있을지언정, 청진기 소리 만으로 심근경색을 알아낸다는 건 사실 납득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최근 시청자의 수준이 높아져 장르물에도 정통성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트렌드인데, 납득할 만한 진료 및 수술 장면 하나 없이 식상한 멜로가 전개되며 반감이 생겼다.
정체성을 이동하려면 멜로라인이라도 잘 살아야 할텐데 사실 '병원선'의 러브라인은 조금 올드한 감이 있다. "간수 잘해라"와 같은 대사는 90년대 청춘 멜로극에서나 들어봤을 법한 오글거림을 선사했고, 배우들 간의 케미 또한 생각만큼 터져나오지 않아 이래저래 몰입하기 어려운 그림만 이어졌다.
'병원선'이 이대로 표류할지, 아니면 꿋꿋이 살아남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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