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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데뷔 18년 차, 켜켜이 쌓인 내공을 쏟아낸 배우 문근영이 완벽하게 진화된 모습으로 돌아왔다.
무엇보다 '유리정원'은 지난 2월 급성구획증후군 진단을 받고 4차례에 걸쳐 수술한 뒤 건강 회복을 위해 활동을 중단, '유리정원'을 통해 활동을 재기한 문근영의 복귀작으로 관객의 관심을 받고 있다. 9개월 만에 컴백한 문근영은 '유리정원'에서 미스터리한 과학도를 맡아, 데뷔 18년 이래 가장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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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신수원 감독과 작업하면서 너무 행복했다. 배우는 감독과 소통하며 작업해야 하는데 그게 어렵다고 생각할 때 신수원 감독을 만났다. 사람 대 사람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도 원없이 했다. 소통하는 작업이 재미있었고 행복했다. 특히 촬영하면서 나를 믿어준다는 느낌이 들어 더 잘 할 수 있었다"고 마음을 전했다.
이어 "'유리정원' 속 캐릭터는 극적으로 변화하기 보다는 그 변화를 자연스럽게, 흘러가듯이 표현하고 싶었다. 촬영할 때는 감정들을 오간다고 느낀 적도 없고 그 감정들을 크게 느끼지 못한 것 같다. 촬영이 끝나고 잠깐의 휴식시간에 못다푼 감정이 훅 밀려오기도 하더라. 그 시간마저 너무 행복했던 순간이었다"며 "영화를 보기 전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오늘 영화를 보면서 치유의 영화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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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작품 날카로운 통찰력과 섬세한 연출로 심도 깊은 주제의식이 담긴 작품을 선보인 신수원 감독은 '유리정원'을 통해 판타지적인 요소에 현실적인 공감을 녹여 일상과 환상의 경계를 허무는 독특한 연출 방식을 선보였다. 여기에 숲이라는 몽환적인 배경을 더해 압도적이고 경이로운 미쟝센을 과시했다.
신수원 감독은 "부산영화제에 이어서 언론 시사회를 하게 됐다. 부산영화제에는 2013년 '명왕성', 2015년 '마돈나'로 참석했다. 이번에 개막작으로 참석하게 돼 뜻깊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문근영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30대 중반의 여배우가 필요했다. 하지만 30대 중반 여배우가 많지 않았다. 그 안에서 문근영이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우연히 문근영이 출연한 KBS2 드라마 '신데렐라'를 봤다. 영화에서 문근영은 소녀의 이미지를 가진 배우였는데 '신데렐라'를 보면서 성숙한 모습을 발견했다. 그래서 출연을 제안했고 미팅했을 때도 '유리정원'에 대한 이해도 높았다. 생각보다 털털했고 현장에서도 잘 어울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이 인물은 처음과 끝의 감정이 다르다. 문근영과 대화를 하면서 때로는 섬뜩한 면도 있고 순수한 이미지도 있었다. 현장에서는 동물적인 배우라는 점을 많이 느꼈다. 본능이 강한 배우라고 생각됐다. 여리여리한 이미지이지만 스태프와도 격 없이 소년 같은 성격으로 편하게 작업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살면서 누군가를 가해하고 타인에게 칼을 들이대는 상황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유리정원'을 통해 그 안에서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것처럼 봐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유리정원'은 문근영, 김태훈, 서태화가 가세했고 '명왕성' '마돈나' 등으로 대한민국 여성 최초로 칸,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신수원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5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