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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함은 동급이었지만, 결국 경험에서 승부가 갈렸다.
KT는 통신사 라이벌 SK텔레콤 T1과 더불어 한국 e스포츠를 대표하는 명문팀이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에선 SKT와 완전히 희비가 엇갈렸다.
SKT는 LCK에서 6번의 우승과 1번의 준우승을 비롯해, 글로벌 최강팀 무대인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3회 우승, '미드시즌 인비테이셔널', '올스타전' 우승까지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반면 KT는 LCK에서 2014 서머 시즌 단 한차례의 우승에 그치고 4차례나 준우승에 머물 정도로 철저히 2인자에 그쳤다. 롤드컵에는 지난 2015년 단 1번 나갔지만 8강전에서 패퇴하고 말았다.
KT는 1세트에서 킬 스코어가 9-23까지 밀릴 정도로 완패를 당했지만 2세트에서 5명의 선수가 모두 제 역할을 해내며 반격에 성공했다. 또 3세트에서 그리핀의 백도어 공격에 무너졌지만, 4세트에서 내내 밀리며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막판 넥서스 파괴 직전까지 몰렸지만 이를 가까스로 막아내고 반격에 성공하는 대역전 드라마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것은 그만큼 우승에 대한 간절함이 컸다는 증거였다. 4번의 준우승동안 팀을 지켰던 주장 고동빈이 가장 뜨거운 눈물을 흘렸고, 결승전 MVP에 오른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스프링 시즌 3위에 이어 결승 이전까지 최소 준우승을 확보, 챔피언십 포인트로 이미 롤드컵 진출권을 따낸 KT는 '중국팀 킬러'라는 별명답게 올 시즌 글로벌 대회에서 중국에게 내내 밀렸던 흐름을 반전시켜줄 기대주로 떠올랐다. 다음달 한국 4개 도시에서 열릴 롤드컵에서 KT는 국내를 뛰어넘어 글로벌 1위팀을 노리고 있다. KT는 서머 시즌 우승을 차지, 챔피언십 포인트 차순위인 아프리카 프릭스에 롤드컵 진출권도 선물했다.
▶울지마, 그대들은 이미 역사를 썼어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이미 그리핀은 LCK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그리핀은 지난 시즌에서 2부 리그인 챌린저스 코리아에서 우승을 차지, 승강전을 거쳐 LCK에 처음 올라왔기에 좋은 성적에 대한 기대감을 갖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그리핀은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초반부터 6연승으로 1위를 질주했고, 결국 서머 시즌을 2위로 마쳤다. 이어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아프리카를 꺾고 결승까지 올랐고, 베테랑 KT와 명승부를 펼쳤다. 4세트에서 다 잡은 경기를 놓치며 큰 무대 경험 부족을 드러냈지만, 평균 연령 20세에 불과한 젊은팀 그리핀이기에 다음 시즌 더욱 기대가 된다.
그리핀 김대호 감독과 선수들은 서머 시즌에 데뷔를 하면서 첫번째 목표로 '롤드컵 진출'을 내세웠다. 스프링 시즌을 건너뛰어 챔피언십 포인트가 없었던 그리핀으로선 이 목표 설정은 바로 'LCK 우승'이라는 얘기였다. 패기가 가득한 출사표였지만, 아쉽게 목전에서 직행 티켓을 놓쳤다.
그렇지만 그리핀의 롤드컵 도전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12일부터 시작되는 한국 대표팀 선발전에서 마지막 남은 1장의 진출권을 노리고 있다. 이번 선발전에는 챔피언십 포인트에서 KT와 아프리카에 뒤져 3~6위를 거둔 킹존 드래곤X, 그리핀, 젠지 e스포츠, SKT T1 등 4개팀이 나선다. 그리핀을 제외한 3개팀은 지난해 롤드컵에 출전한 한국 대표였고, 이 가운데 젠지가 결승전에서 SKT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선발전에서 운명의 대결을 펼치게 됐다.
12일 젠지와 SKT가 1차전을 가지고, 여기서 승리한 팀이 2차전에서 그리핀과 만나게 된다. 또 이를 통과한 팀은 16일 킹존과 대결을 펼쳐, 한국을 대표하는 마지막 진출팀을 가리게 된다. 모든 경기는 넥슨 아레나에서 열리며, 5전 3선승제로 펼쳐진다. 모두 롤드컵을 경험한 강팀이지만 플레이오프와 결승전을 통해 다전제에 대한 전략과 실전 경험을 습득한 그리핀이 자신의 실력 발휘를 할 경우, LCK 데뷔팀이 첫 시즌에 롤드컵까지 나서는 또 하나의 역사를 쓰게 된다.
인천=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