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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깨지고 더 단단해져"..빅스이자 배우 차학연의 서른이 기대되는 이유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18-09-22 08:52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빅스의 엔이자, 배우인 차학연을 만났다.

차학연(빅스 엔)은 지난 2012년 빅스의 싱글앨범 'Super Hero'로 데뷔해 다수 예능에 출연하며 이름과 얼굴을 알렸다. 차학연이 처음 배우로 선 것은 지난 2014년 방송됐던 MBC '호텔킹'부터. 차학연은 이후 SBS '떴다! 패밀리'(2015), KBS2 '발칙하게 고고'(2015), 웹드라마 '투모로우 보이'(2016), 웹드라마 '예네들 MONEY?!'(2016)에서 주연을 맡았다. 이후 KBS2 '완벽한 아내'(2017), OCN '터널'(2017)을 통해 열연을 펼치며 배우로서 입지를 다졌다.

차학연은 최근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양희승 극본, 이상엽 연출)에서 차주혁(지성)과 서우진(한지민)의 은행 동료인 김환으로 분해 열연했다. 차학연이 연기한 김환은 고학력, 고스펙의 신입으로 학창시절을 외국에서 보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인물이다. 화려하고 독특한 패턴을 가진 셔츠를 입기도 하고, 원색의 넥타이를 착용하는 등 지점 내에서는 문제적 인물로 손꼽히는 인물이지만, 밉상이라기엔 귀여운 매력으로 '아는 와이프'를 가득 채웠다.


초반엔 '밉상'으로 손꼽히던 캐릭터였다. 그만큼 김환은 눈치가 없어 보이기도 했고, 어느 방면에서는 통쾌한 사이다를 날리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끝에는 다시 밉상으로 돌아오는 독보적 캐릭터로 '아는 와이프'를 지켜냈다. 이 때문인지 차학연에게 '김환'은 어느 때보다도 어려웠던 캐릭터였단다. 차학연은 "저한테는 힘들었다. 저와 전혀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전부 만들어낸 캐릭터였다 뽀글머리라는 설정부터 높낮이가 심한 말투까지 만들어야 했고, 장난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말투부터 외관까지 그만큼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기도 했고, 노력도 시간도 많이 투자했던 캐릭터다"고 회상했다.

차학연은 김환으로 변신하기 위해 머리부터 발끝, 그리고 말투와 행동까지 바꿔가며 노력했다. 극 초반엔 과한 설정으로 인해 패턴이 심하게 들어간 셔츠를 입고 와 이상엽 PD에게 "그건 아닌 것 같다"는 얘기도 들었고,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차학연은 '노력형'이라는 특별한 능력으로 점차 김환의 옷을 완벽히 입었다. 이로써 통한 것은 그의 진심. 김환은 초반 밉상 캐릭터에서 은행 직원들, 그리고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캐릭터가 됐다. 차학연은 그 공을 양희승 작가에게 돌렸다. 그는 "처음엔 환이가 밉상이었는데 작가님이 풀어주셔서 많이 이야기가 풀렸고, 또 환이를 예뻐해주시고 귀여워해졌다. 보시는 분들도 환이가 밉지만은 않은 친구가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차학연은 김환과는 정반대의 인물이다. 자신의 마음을 숨기는 것에 익숙했고, 감정의 동요도 크지 않았던 사람. 그는 "한이는 보다 보니 누구보다도 솔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반성하게 되는 부분도 있다. 저랑은 너무 상반되는 사람이다. 저는 감정의 기복도 없고, 싫어도 티내지 않고, 또 제가 약해지고 슬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다. 그런데 환이는 솔직하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모습이더라. 처음엔 환이 같은 친구가 내 주변에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엔 이런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내가 억울한 일을 당하고 슬퍼하고 있을 때 옆에서 시원하게 말해줄 수 있는 그런 친구인 거 같다"고 말했다.

차학연은 "팬분들, 그리고 기자님들, 대중들이 저를 보고 얘기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저는 이렇게(열심히)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스스로 내가 안했을 거 같다는 답을 내렸다. 자존심이 상할 거 같지만, 스스로는 저를 보시는 분들의 마음이 변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저도 제 모습을 보면 질리는 순간이 오는데 저도 누군가를 좋아할 때 새로운 매력이 없으면 질리게 되는데, 제가 저를 봐도 질리는데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얼마나 질릴까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이어트도 결심했고 9kg을 뺐다. 아이러니하더라. 스스로 제가 노력하는 타입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주변에 저를 지켜봐주시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자극을 받고, 기대에 부응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이 안타까울 때도 있다는 차학연이다. 그는 "제가 가끔 스스로를 돌아보다 너무 안쓰러울 때가 있다. '왜 이렇게 치열하게 살지' 생각이 드는 거다. 그럴 때 큰 슬럼프가 온다. 앨범을 준비할 때에도 작은 것 하나를 바꾸기 위해 왜 이렇게 치열하게 하나하나 뜯어 고치며 일하고 있지, 생각이 들며 안쓰럽고 안타까울 때가 있다. '누가 알아준다고' 이런 생각이다. 멤버들에게 제 슬픔을 보이기 싫은 것도 있다. 한 번은 소파에 앉아 있다가 눈물이 나도 모르게 흘렀는데 그 순간 홍빈이가 방에서 나오는 소리가 들리더라. 황급히 눈물을 닦아냈는데 그 모습이 더 짠해서 괜히 울컥했다. 얼마 전 생일 때였는데 '아는 와이프' 촬영장에서 많은 분들이 제 생일을 알아주시고 챙겨주셔서 스스로는 너무 기뻤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대본을 보다가 다음날 촬영 때문에 여덟시 쯤 잠에 들려는데 소속사 대표님이 전화를 거셔서는 제가 잔다는 말을 하니 '너 왜 그렇게 압박감을 가지고 사냐'는 말씀을 하시더라. 저는 나름대로 행복했지만, 남들이 보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고 치열한 제 모습이 생각나게 됐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차학연은 일상 속에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문득 문득 하게 된단다. 그는 "제 모습에 제가 질려서 다이어트를 하기 시작했다. 9kg을 뺐는데 저는 다이어트로 긍정적인 효과를 본 것 같다. 닭가슴살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닭가슴살 만두를 먹을 때 행복한 마음이 들더라. '내가 이렇게 다이어트를 위해 한 갱 2500원짜리 만두를 박스로 쟁일 수 있다니!' 이런 소소한 행복이 있었다. 예전에 무용을 할 때에는 다이어트를 한다고 먹을 수 있던 게 삶을 계란 뿐이었는데 이제는 만두를 쟁일 수 있다는 생각이 행복했다. 또 고민없이 치킨을 시켜먹을 수 있는 것도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어릴 때 다짐했던 게 부모님 전셋집을 해드리는 거였다. 제가 가수를 준비하는 동안 좁은 오피스텔에서 두 분이 지내시며 고생도 많이 하셨다. 지금은 일도 하시기 힘든 상황이라 전셋집을 구해드리고자 했는데 1년 반 전에 창원에 전셋집을 구해드렸다. 어릴 때부터 목표가 그거였다. 그래서 돈을 벌든 못 벌든 적금을 들었고 해드리고 나니 너무 행복했다. 그 이후엔 이룰 거 다 이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제 공간에 대한 욕심도 생기면서 고민이 되더라"고 말했다.

차학연은 자신의 어린시절을 생각하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차학연은 "저한테 그런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거 같다. 예를들어 처음부터 비즈니스를 탄 사람들은 비즈니스의 행복을 모른다. 그런데 저는 이코노미를 타고 20시간을 이동해봤고, 반지하도 살아봤고, 다리도 못 뻗는 방에서도 자봤으니 지금 누리는 행복들이 더 크게 다가오더라. 이런 작은 것들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니 원동력이 됐고, 열정을 쏟아 부을 수 있는 힘이 되는 거 같았다. 지금은 욕심도 크게 없다. 잘 모를 때는 주연이 하고 싶고, 큰 역할, 임팩트가 있는 역할을 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조금씩 하다 보면, 언젠가 한 드라마를 이끌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있다. 그런 확신을 '아는 와이프'가 줬다"고 밝혔다.

차학연에게 '연기'는 '터널'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그는 "저는 '터널'과 '발칙하게 고고'를 만나면서 저라는 사람을 배역 안에서 빼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학연도 빼고, 빅스 엔이라는 색도 빼고 그 안에서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 전엔 연기에 부담도 없었다. 제가 가진 것들만 가지고 연기를 했기 때문인 것 같다. 제가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연기하고, 한계가 분명 왔었는데, '터널'을 하면서는 메이크업도 안하고, 떡이 진 머리에 피 분장을 하고 주시는 옷만 입고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터널'을 보니까 연기는 그렇게 해야지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저는 빅스 엔을 버리지 못했던 것 같더라. 멋있어 보이고 싶었고, 꾸미고 싶었고, 멀끔해 보이고 싶었던 마음을 버리지 못했던 거다. 그때 가수 활동과 연기 활동을 분리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된 거 같다. 연기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고, 노력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차학연은 리더로서 배우로서 성장했고, 어느 덧 7년차 연예인이 됐으며 여기에 내년엔 서른을 앞두고 있다. 서른을 앞둔 차학연은 "예전엔 조바심이 많이 났는데, 그건 옛날 일 같다. 서른을 앞두기 훨씬 전에 조바심이 많이 났었고, '아는 와이프'를 만나고 차근차근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조바심이 아예 나지 않느냐고 물으면 그건 거짓말이다. 그걸 많이 누를 수 있게 된 거 같다. 5년 뒤, 그리고 10년 뒤의 나를 생각한다. 제가 5년 전에 그렸던 모습을 떠올려 보면, 지금 그 목표치에 다다르지는 않았지만, 목표에 따라 가고는 있다. 제게 서른이란 나이가 무섭지 않은 이유는 그 때가 되면 또 그 때 할 수 있는 연기를 할 거 같고 또 겪는 마음이 커질 거 같아서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아는 와이프'는 지난 20일 16회를 마지막으로 종영했다. 마지막회는 케이블, 위성, IPTV를 통합한 유료플랫폼 전국 가구 기준 평균 7.9%, 최고 8.6%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에서 1위를 수성, 수목극 1위로 종영을 맞았다. '믿고 보는 배우' 조합인 지성과 한지민의 열연, 그리고 극을 가득 채웠던 장승조, 박희본, 차학연 등이 힘을 보태며 호평 속 웰메이드 드라마로 남았다.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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