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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남재륜 기자] 나영희가 '붉은 달 푸른 해'를 통해 또 한 번 저력을 증명했다.
울분이 치솟은 우경은 병원에 있는 진옥을 집으로 끌고 왔다. 30년 만에 유골을 눈앞에서 마주한 진옥은 주저앉았다. 진옥은 "나도 그렇게 될 줄 몰랐어. 너도 은서 미울 때 있잖아. 애들 둘 키우는 게 너무 힘들었어. 그 일이 있고 나서 30년 동안 내가 얼마나 괴로웠는 줄 아니. 나도 고통 받을 만큼 받았다고"라고 심정을 토로하며 울먹였다. 하지만 우경의 반응이 싸늘하자 진옥은 서늘한 얼굴로 돌변, "죽은 애가 고통을 아니? 사는 게 더 지옥이다. 난 그 지옥을 30년 견뎌냈다. 그 지옥 견디며 이만큼 너 키워냈잖아! 내가 일부러 죽였니? 넌 은서 때린 적 없어? 그 앤 그냥 재수가 없었던 거야"라며 분노를 터트렸다. 이성을 잃은 우경은 진옥을 향해 둔기를 들었지만, 소녀가 나타나 막아 섰다.
이후 진옥은 다정하고 인자한 은서의 할머니로, 세경과 우경의 엄마로 돌아왔다.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우경은 진옥의 따뜻한 모습에 낯설어하면서도 함께 살아가기로 마음 먹었다.
특히 나영희는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이어가는 모습, 김선아를 대하는 태도 등 병적으로 느껴질 만큼 히스테릭한 허진옥을 소름 끼칠 정도로 차갑고 독하게 표현해냈다. 반면 친딸 오혜원을 바라보는 눈빛은 애틋했다. 순식간에 다양한 감정을 변주하는 나영희의 입체적인 연기 덕분에 마지막까지도 허진옥이라는 인물은 그 속을 다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남기며, 드라마의 강렬한 여운을 더했다.
잔혹한 아동학대의 현실을 그린 '붉은 달 푸른 해'는 방송 내내 뚜렷한 주제의식을 보여주며 강력한 충격과 사회적 화두를 던졌다.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이 저지른 잔혹한 학대와 방임, 그 안에서 숨죽인 채 상처받는 아이들에 대해 시청자로 하여금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더불어 나영희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탄탄한 내공을 겸비한 배우임을 다시 한번 입증시켰다.
sj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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