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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리뷰]"기꺼이 총·칼 든 백성"…'봉오동 전투' 홍범도 장군이 주인공이 아닌 이유

기사입력 2019-07-30 14:30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어제의 농부들도 오늘 독립군이 된다 이기야!" 나라를 위해 기꺼이 총칼을 들고 일제와 맞선 오늘의 평범한 백성들. 역사책에 기록되지 않은 그들의 노력과 눈물, 그리고 희생을 바로 지금, 우리가 기억해야할 때라고 영화 '봉오동 전투'는 진심을 다해 전한다.

8월 7일 개봉하는 올 여름 마지막 텐트폴 한국 영화 '봉오동 전투'(원신연 감독)가 반일 감정이 극심해 지고 있는 현 시국과 맞물려 관객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했던 수많은 시대물의 수탈의 역사, 패배의 역사를 조명했던 것과 달리 '봉오동 전투'는 고통스러웠던 일제 치하에도 우리가 분명히 거뒀던 빛나는 승리, 바로 그 승리의 역사를 조명한다는 점에서 확실한 차별점을 두며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또한 '봉오동 전투'는 1920년 홍범도 장군이 이끄는 독립군 연합 부대가 중국 지린성의 봉오동 계곡에서 일본군과 싸워 큰 승리를 거둔 실제 전투인 봉오동 전투을 소재를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홍범도 장군이 아닌, 역사가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이름 모를 독립군들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도 신선하다. 원신연 감독은 홍범도 장군이 승리를 쟁취하는 바로 그 순간을 위해 누군가는 목숨을 내놓고 험난한 봉오동 골짜기까지 일본군을 유인했었다는 걸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봉오동 전투'의 주인공이 홍범도 장군이 아닌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영화가 갖고 있는 확실한 역사적 의미와 메시지가 확실한 '봉오동 전투'. 하지만 '봉오동 전투'의 가장 큰 장점은 단순한 '의미'와 '메시지'를 넘어서 영화라는 매체가 마땅히 가져야할 엔터테이닝 요소 또한 적절하게 갖춘 웰메이드 전쟁영화라는 점이다. 험난한 산 속을 배경으로 나무와 바위, 산맥과 절벽의 거리 등 지형, 지물을 탁월하게 활용한 전투신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다양한 카메라의 앵글의 사용은 전투의 극적 긴장감을 최대한 살려주는 것은 물론 관객을 전투 한복판에 데려다놓는 듯한 사실감까지 전해준다. 다만, 전투신의 리얼리티를 위해 택한 살육과 부상 장면의 세심한 묘사는 일부 관객들에게는 다소 잔인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총성과 피가 만들어내는 치열함으로 가득한 전쟁 영화임에도 영화는 적절한 유머를 잃지 않는다. 황해철 역의 유해진과 마병구 역의 조우진의 호흡을 통해 자연스럽게 세어 나오는 유머는 영화의 의미와 무게를 퇴색하지 않는 선에서 관객이 지루하지 않을 만큼의 적당한 웃음을 전달한다. 특히 각 지방에서 모인 독립군들이 지역 사투리를 가지고 구사하는 유머는 오직 한국 관객들만 즐길 수 있는 선물처럼 느껴진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 흔히 말해 '국뽕'을 강조하는 영화들이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빠지거나 신파를 통해 관객의 억지 감동을 자아내려는 것과 확실하게 결을 달리한다는 것도 '봉오동 전투'만의 장점이다. 전쟁 영화에서 감동을 자아내기 위해 흔히 택하는 방식 중 하나의 주연급 캐릭터의 비장한 죽음 등의 설정도 과감히 버렸다. 억지 설정과 신파를 위한 감동 코드를 배제했음에도 불구하고 클라이맥스에 분명하고 또렷한 감동을 전달하는 절묘한 균형 감각이 돋보인다.
봉오동 전투는 과거의 역사를 되새기게 하면서도 현재를 넘어 미래까지 또렷이 바라본다. 조국을 위한 다는 일념 하나로 일본군에 자원했지만, 일본이 행하는 살육에 가까운 악행과 나라 뺏긴 설움에도 불구하고 신념을 잃지 않으려는 조선 독립군을 보면서 자신의 조국을 부끄러워하는 소년 일본군 캐릭터를 통해 결국 일본이 과거 행한 짓들이 결국 젊은 세대들을 발목을 잡는 부끄러운 역사가 될 것임을 암시적으로 보여 준다.

'봉오동 전투'는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 키타무라 카즈키, 이케우치 히로유키 등이 가세했고 '살인자의 기억법' '용의자' '세븐 데이즈' '구타유발자들'의 원신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8월 7일 개봉. 이승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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