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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냉장고를 부탁해'를 대표하는 셰프는 누굴까. 셰프 대결이 메인 테마인 만큼, '최강자'는 기록이 말해준다. 통산 111전 69승 42패, 3시즌 연속 최종 우승. 화려한 기록의 주인공은 중식 셰프 이연복이다.
이연복에게 '냉부해' 종영 소감을 묻자 "시원섭섭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냉부해'가 한창 잘 될 때는 요리할 때마다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했어요. 방송 출연은 전에도 종종 했었지만, '냉부해'는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죠. 그 후로 내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어요. 탄탄대로, 레드카펫이 깔렸으니까. 바쁜 셰프들끼리 정기적으로 만나는 자리라서 참 좋았는데, 종영이 아쉬우면서도 조금은 다행스러워요. 레시피나 체력에 한계를 느끼던 참이라."
이연복은 2014년 첫 방송된 '냉부해'의 원년 멤버는 아니다. 이연복은 이듬해 1월 개인 일정으로 자리를 비운 최현석을 대신해 긴급 투입된 '땜빵' 멤버였다. 하지만 첫 출연부터 뜨거운 주목을 받은 끝에 정식 합류, 이후 4년 10개월간 함께 해왔다. 당시 제작진에 따르면, 이연복의 출연은 '불이 지펴지던 프로그램에 기름을 부은 꼴'이었다. 초창기엔 '셰프들의 즉석 요리'에 가까웠던 '냉부해'는 이연복의 등장 이후 본격적인 대결 구도로 타올랐다.
"첫 출연할 때만 해도 '셰프'라는 말 자체가 익숙하지 않았죠. 한중일식은 보통 '주방장'이라고 불러요. '냉부해'는 출연자들을 포괄적으로 셰프라고 부르니까, 그 이후로 저도 '중식 셰프'라는 소개가 붙게 됐죠. 사실 방송에 나와도 주로 음식에 초점을 맞추지 제 요리 스킬을 보여줄 기회는 별로 없었는데, 큼직한 칼을 다루고 하니까 '중식은 남자다운 요리'라는 말도 듣게 됐어요. 셰프들끼리 많은 걸 알려주고 배웠죠. 아마 서로의 요리 인생에 엄청나게 도움이 됐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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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번이 넘는 자신의 요리 중 이연복의 기억에 가장 강렬하게 남은 요리는 뭘까. 그는 3번째 출연 당시 게스트 양희은에게 선보인 '연복쌈'을 꼽았다. 당시 양희은은 '네 요리가 뭐니?'라는 타이틀로 자유 주제를 던졌고, 최현석과 이연복이 맞붙었다. 격투기 못지 않은 긴장감과 요리의 복잡성, 완성도 면에서 '냉부해' 역대 최고의 승부로 회자된다. 당시 이연복은 경장육사(베이징식 돼지고기 볶음)에 전복을 넣고, 이를 춘병에 싸먹는 이 요리로 양희은을 감탄시키며 승리를 따냈다.
"전복도 요리하고 고기랑 야채도 썰어서 볶고 춘병 피도 만들어야돼요. 이걸 15분 안에 한꺼번에 해야되니까 아주 바쁜 요리인데, 처음에 전복을 펴다가 쭉 미끄러지면서 손도 베이고…쉽지 않은 승부라 기억에 남네요. '냉부해'는 셰프들이 많지 않은 재료로 즉석에서 떠올린 요리를 만들기 때문에, 생전 처음 보는 것도 많아요. '냉부해'에서 내가 한 요리의 가짓수가 그동안 해온 것보다 훨씬 다양할 정도니까."
이연복은 영국의 유명 셰프 고든 램지의 출연도 회상했다. 그는 "방송 보니까 고든 램지가 독설 엄청 날리더라. 내가 영어를 못해서 아쉽다. 알아들었으면 나도 같이 기선제압 해줬을 텐데. 15분 제한시간 있으니까 고든 램지도 엉망이더라"며 웃었다.
이연복은 '냉부해'의 2014~2016년, 2017년, 2018년까지 3차례의 결산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종합 순위도 당연히 1위다. 유독 이연복의 요리가 사랑받는 비결은 뭘까. 그는 "맛있게 드실 음식을 준비하는데 항상 집중했다"고 자부심을 표하면서도 "아무래도 중식이 자극적인 맛이라 유리한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 자신을 제외하고 '냉부해'를 대표하는 얼굴로는 "가장 좋은 친구이자 라이벌"이라며 샘킴을 꼽았다. 이연복은 원년 멤버 김풍과는 진한 사제 관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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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복은 13살 때 배달 아르바이트로 처음 요식업계에 발을 들인 이래 47년째 중식 외길 인생을 걷고 있다. 이연복에게 '요리'란 뭘까. 그는 "요리 하나하나가 내 자식이고, 가족 같다. 내 인생에서 요리를 빼면, 대신 넣을 게 없다"며 웃었다.
이날 이연복은 스스로 "방송쟁이가 다 됐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냉부해 시즌2'를 만든다면?
"비록 '냉부해'는 끝나지만, 시민들이 셰프들을 계속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셰프들이 전국의 힘든 사람들이나 고아원, 양로원에 찾아가서 우리 요리를 맛보여 주는 기획은 어떨까요. 한식을 원하면 유현수, 중식을 원하면 내가 가면 되고. 훈훈한 그림이 나올 것 같네요. 얼른 전화 주세요!"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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