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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사재기 의혹 밝혀져야"…박경→'그알', 범죄와의 전쟁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9-11-28 15:11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가요계의 수치스러운 치부가 드러났다.

블락비 박경을 시작으로 음원 사재기 의혹에 대한 폭로와 증언이 이어지며 '음원 사재기'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 박경의 실명 저격, 이어진 법적공방

전쟁의 서막을 알린 것은 박경이었다. 박경은 24일 자신의 SNS에 "바이브처럼 송하예처럼 임재현처럼 전상근처럼 장덕철처럼 황인욱처럼 사재기 좀 하고 싶다"는 글을 남겼다.

그동안 거듭 불거진 사재기 의혹으로 이미 음원 차트에 대한 신뢰성은 바닥에 떨어진 상황이었지만, 가수가 다른 가수의 실명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논란이 야기됐다. 이에 박경은 SNS 게시글을 삭제했고 소속사 KQ엔터테인먼트(세즌시즌스) 또한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할 의도는 아니었다. 현 가요계 음원 차트 상황에 대한 발언"이라고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저격 대상이 된 이들은 발끈하고 나섰다. 바이브 송하예 임재현 전상근 장덕철 황인욱 모두 "정신적인 피해와 심각한 명예훼손을 당했다.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칼을 빼들었다. 이와 함께 박경의 폭로글에 동조해 조작 의혹을 제기한 네티즌들과 일부 악플러에 대한 법적 대응도 예고했다.

특히 바이브 윤민수는 자신의 SNS에 "바이브는 사재기를 하지 않습니다"라는 글을 적힌 게시글을 올리고, 그의 아내 김민지 씨 또한 "회사에 사재기를 할 만큼 돈이 없다. 이번에는 꼭 고소할 것"이라고 거들고 나섰다. 바이브와 송하예 측은 27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고소장을 접수했고, 황인욱 측도 개인적으로 고소장을 냈다.

박경 측도 "실명을 거론한 점은 죄송하지만 아티스트 보호를 위해 법률대리인을 통해 법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 10여 년 이어진 음원 사재기 왜?

사실 가요계에 음원 사재기 의혹이 인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음원 혹은 음반 사재기 의혹은 꾸준했고, 지난해부터 이러한 현상이 심화됐다. 차이가 있다면 이전에는 대형 기획사 소속 아티스트와 팬덤을 중심으로 사재기 의혹이 일었던 것에 반해 최근에는 무명 가수들이 음원 발표와 동시에 차트 상위권을 섭렵한다는 것이다. 닐로 숀 장덕철 벤 황인욱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들 뿐 아니라 차트인에 성공한 이들 중 반 이상이 사재기 의혹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음원 사재기는 절대 다수가 손을 댈 수 있을 만큼 간단한 일일까. 답은 '그렇다'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음원 사재기 브로커나 업체가 엄연히 존재한다. 이들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음원사이트에 적용시킨다. 이렇게 하면 음원을 실제로 다운받고 재생하는 것처럼 서버를 속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방법도 심플하지만 투자도 필요없다. 브로커들은 선투자가 아닌 수익 분배를 내세워 소속사나 아티스트에게 접근한다. 수익 배분율은 통상 브로커가 80%, 아티스트가 20%다.

양심을 팔면서까지 사재기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럴 수 있다. 음원차트에 한번 진입하면 순위 변동은 거의 없다. 모바일 음원 이용 유형 중 실시간 차트 비율은 약 43.6%로 집계될 정도로 소비 패턴이 정형화 돼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1~10위에 안착한 곡들은 일주일 이상 같은 순위를 유지할 경우 적게는 1억원, 많게는 10억원까지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수익 면으로만 놓고 봤을 때는 매력적인 유혹일 수 있다.

사재기 의혹이 일더라도 누군가가 유죄를 입증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지난해 사재기 논란이 가중되자 닐로와 숀의 소속사는 관련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사건을 의뢰했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자료부족으로 판단이 어렵다'고 조심스러워했다. 음악산업진흥법도 유명무실한지 오래다.

음악 차트 측도 미온적이다. 물론 음악 차트 측이 노력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네이버뮤직은 국내 5대 음원사이트 중 최초로 실시간 차트를 없앴다. 또 '1일 1개 ID당 1회 집계'로 스트리밍 횟수 집계 기준도 변경했다. 멜론 등 주요 사이트도 오전 1시부터 7시까지 새벽 시간대 차트 집계를 제외해 구조적으로 사재기를 방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히 멜론은 아이핀을 통한 가입의 헛점이 드러나며 아이핀 본인인증 가입과정을 폐지했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 등을 위해 로우데이터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인 터라 차트 조작 여부를 밝히기는 어렵다.


▶ 가요계 한 목소리, "음원 사재기 근절되어야"

박경의 폭로 이후 가요계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사재기 사건의 실체가 낱낱이 드러나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성시경은 27일 KBS 해피FM '매일 그대와 조규찬입니다'에 출연, "실제 들은 얘기가 있다. 그런 일을 하는 회사에서 작품에도 관여한다고 하더라. 전주도 없애고 제목도 바꾸라고 한다"고 밝혔다.

인디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드러머 김간지도 팟캐스트 방송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에서 "사재기 브로커가 직접 찾아와서 음원 순위 조작을 해주겠다는 제안을 한 적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신곡을 자연스럽게 노출시키고 바이럴 마케팅으로 순위가 오른 것처럼 하자고 했다"고 폭로했다.

래퍼 마미손은 사재기 디스곡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를 발표했고, 큐브엔터테인먼트 홍승성 회장도 자신의 SNS에 "사재기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합니다 . 힘내세요"라는 글로 응원을 전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도 관련 취재에 돌입했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불법 사재기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모든 창작자와 아티스트, 그리고 노래를 듣는 대중을 기만하는 사기 행위일 뿐이다. 이번 사건으로 모든 의혹이 확실히 밝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획사 관계자는 "물론 박경이 선배 가수인 바이브의 실명을 거론한 것은 경솔한 일이긴 했다. 그러나 이미 차트 조작 의혹은 너무 오래된 이야기 아닌가. 이래서는 제대로 된 유망주가 나타나도 똑같이 조작 의혹을 받고 가능성을 펼쳐볼 기회조차 잡지 못할 게 분명하다. 관련 제도가 만들어지거나 처벌 규정이 강화되거나 뭔가 사재기를 뿌리뽑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정계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있는 만큼 진실이 드러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도 "이번 사건은 소속사 간의 법적 다툼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 가요계 전체의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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