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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2019년 극장가 역시 다사다난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웃음과 영광도 함께했던 2019년의 극장가를 다섯가지 키워드로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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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은 단순히 흥행과 수상으로만 돋보인 작품이 아니다. 영화 속 등장한 사소한 설정부터 소품까지 인기의 중심에 섰다. "넌 다 계획이 있구나" "아임 데들리 시리어스" 등 대사는 유행어가 됐고, 박소담이 부른 '제시카 송'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조여정이 만들어 먹던 소고기를 넣은 짜파구리까지 네티즌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요리 인증샷 열풍까지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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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영화의 인기도 대단했다. 올해 초 개봉한 '캡틴 마블'을 비롯해 여름 개봉한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까지 대박을 터뜨렸다. 이 가운데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마블 영화는 '어벤져스' 시리즈의 장대한 마무리를 맺은 '어벤져스: 엔드게임'이다. 국내에서만 1393만명을 동원했고, 캡틴 아메리카, 블랙 위도우 등 시리즈를 이끌었던 1세대 히어로들의 퇴장이 그려졌다.
특히 팬들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했던 것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시작이자 개국공신이었던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죽음이었다. 토니 스타크를 추모하는 SNS 글들이 이어졌을 정도로 그의 존재는 상상을 초월했다. 전 세계를 구하고 장렬히 전사한 아이언맨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에게 남겼던 말 "3000만큼 사랑해"는 '어벤져스: 엔드게임' 뿐만 아니라 모든 마블 영화 중 최고의 대사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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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인물 중 가장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건 '82년생 김지영'의 김지영이다. 대한민국의 페미니즘 열풍을 몰고 왔던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82년생 김지영'은 개봉 전부터 일부 남성 중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별점 테러와 악플 세례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367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김지영을 연기한 정유미는 일상적 차별에 노출된 여성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면서 필모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는 찬사를 받았다.
가장 주목받은 남성 캐릭터는 아이러니하게도 올해 개봉작이 아닌 2006년 '타짜' 속 조연 캐릭터인 곽철용이다. 유튜브와 SNS를 중심으로 곽철용 캐릭터가 회자되면서 극중 그의 대사인 "마포대교는 무녀졌냐" "묻고 떠블로 가" 등이 올해의 유행어가 됐다. 덩달아 이를 연기한 김응수까지 인기를 얻으면서 각종 CF 촬영은 물론 힙합 가수의 뮤직 비디오까지 출연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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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스케일을 내세우는 장르물이 흥행 필수 요건으로 꼽혀졌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에도 불구하고 웃음과 유머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 대박을 쳤다. 2019년 첫 번째 수익분기점을 넘은 영화 '내 안의 그놈'과 올해 첫 1000만 영화이자 역대 한국영화 흥행 성적 2위에 오른 '극한직업'(1626만) 역시 코미디의 장점을 철저히 강조한 작은 규모의 영화였다.
941만 관객을 모은 '엑시트'도 마찬가지다. 재난 액션 영화의 표피를 띄고 있긴 하지만 자극적인 폭력신을 완전히 배제하고 평범한 인물들을 내세운 유머코드로 오락적 재미를 살렸다. 올해 최고의 화제작 '기생충'에 가장 깊게 깔려있던 정서 역시 시종일관 관객을 킬킬거리게 할 수 있는 유머와 센스를 갖춘 고퀄리티의 블랙코미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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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이라는 톱스타를 내세우고 100억대의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한 손익분기점 400만명의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은 기대 이하의 완성도와 전형적인 신파 스토리에 대한 혹평이 쏟아지며 최종 관객수 17만명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화제성은 그 어떤 흥행작 못지않은 기이한 현상을 만들어 냈다.
특히 '자전차왕 엄복동'은 UBD라는 영화계의 새로운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네티즌들이 '자전차왕 엄복동'의 최종 누적관객수 17만명을 '엄복동'의 이니셜을 따 1UBD라 부르며 새로운 흥행 계산 단위를 창조한 것. 170만명은 10UBD인 것. 1626만 관객을 동원한 올해 최고 흥행 영화 '극한직업'은 약 95UBD를 기록한 셈이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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