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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렌트(RENT)' 열연 김호영, "나중에 연출하고 싶다"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20-07-06 17:22


◇뮤지컬 '렌트'에서 순수 영혼 '엔젤'을 열연 중인 배우 김호영. 그는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이 작품을 꼭 연출해보고 싶다"며 무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사진제공=신시컴퍼니

뮤지컬배우 김호영이 무대에 등장하면 참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힘으로 객석을 압도하지는 않지만, 통통 튀는 생동감으로 공기를 확 바꿔 놓는다. 덕분에 무대 위의 모든 것들이 그와 함께 살아난다. 마법 같다.

독특한 존재감과 에너지로 무대는 물론 드라마와 예능까지 접수해가고 있는 김호영이 '고향'에 돌아왔다. 데뷔작이기도 한 뮤지컬 '렌트(RENT)'에서 에이즈로 고통받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드랙퀸 '엔젤'을 열연하고 있다. 2002년 이후, 2004, 2007년 공연에 이은 4번째 무대다.

"2002년에는 막내였는데 지금은 최고참이에요(웃음). 격세지감도 느껴지고, 처음 무대에 섰을 때의 다짐도 떠오릅니다."

베테랑답게 그는 여유롭게 무대를 쥐락펴락한다. 친구들을 화해시키는 순수 영혼이자 사랑의 천사인 엔젤을 정말 물 흐르듯 유연하게 보여준다. 엔젤의 아픔과 기쁨, 사랑의 호소를 타고 작품의 중심이 잡힌다. 사실 한국의 '렌트'에서 '엔젤' 캐릭터는 김호영이 완성했다. 누가 엔젤을 연기하더라도 그가 만들어놓은 틀이 출발점일 수 밖에 없다. 어찌됐건 이렇게 사랑스러운 '천사'를 만난다는 건 행운이다.

김호영은 대학교 2학년 재학중이던 2002년, 친구 따라 '렌트' 오디션에 갔다가 덜컥 붙어버렸다. 당시 모든 것이 낯설어 어리바리했던 그에게 큰 힘이 돼주었던 선배가 있었다. 우정을 교감하는 파트너 콜린 역의 성기윤. "기윤이 형이 저하고 띠동갑이셨는데 하나하나 알려주셨어요. 이번에 후배들에게 어떻게 다가갈까 고민하다 형 생각을 많이 했어요."

"후배들과의 '케미'를 위해 먼저 지갑을 열었다"는 김호영은 "술자리에서 드라마와 연기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한다. '렌트'는 록뮤지컬 형식이라 대사가 거의 없이 노래가 계속 이어진다. "멜로디와 리듬이 당연히 중요하지요. 하지만 거기에 담긴 노랫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발음해야만 연기가 전달될 수 있어요. 선배들에게 들었듯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을 저 역시 다시 환기했습니다."


◇사진제공=PLK엔터테인먼트
작품이란 할 때마다 느낌이 조금씩 달라진다. '렌트'도 마찬가지. 김호영은 "예전에는 쏟아붓는 젊은 에너지와 혈기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면, 이번에는 나이가 좀 들어서인지 인생과 사랑, 삶의 의미, 이런 것들이 떠올랐다"고 눈을 반짝였다.

현재진행형인 코로나 19 사태도 비장감을 더해줬다. 공교롭게도 '렌트'에서는 에이즈, '렌트'의 모티브인 오페라 '라보엠'에서는 결핵이 등장한다. 어디서 어떻게 생겼고, 치료약도 마땅찮다는 공통점이 있다. '렌트'의 주제인 '오늘에 충실하라(No day but today)'를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관객들이 죄다 마스크를 하고 있잖아요. '오늘 공연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 최선을 다하자'는 긴장감 속에 하루하루 막을 올리고 있습니다."


'렌트'는 원작자인 조나단 라슨은 안타깝게도 이 작품의 개막을 못 보고 세상을 떴다. "'렌트' 자체가 어찌보면 '날 것'이라고 생각해요. 미완성의 느낌이지만 누구도 수정할 수 없고, 그렇기에 또한 열려있기도 하지요. 그게 바로 '렌트'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연출해보고 싶어요."

김호영은 '렌트'를 비롯해 '갬블러', '라카지', '킹키부츠', '모차르트 오페라락', '거미여인의 키스' 등 색깔이 강한 뮤지컬과 연극에서 개성 강한 캐릭터를 단골로 소화해왔다. 변신을 시도할 생각이 없느냐고 묻자 "이미지를 바꾸겠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없는 듯 해요. 김호영은 김호영이니까요"라고 답한 그는 "나 자신한테 집중하자, 연기가 잘 되고 있는지 그것만 생각하자, 신인 시절 '뭐든 시켜만 주시면~'의 마음으로 돌아가자고 다짐하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신시컴퍼니 제작의 '렌트'는 오는 8월 23일까지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감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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