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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배우 김호영이 무대에 등장하면 참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힘으로 객석을 압도하지는 않지만, 통통 튀는 생동감으로 공기를 확 바꿔 놓는다. 덕분에 무대 위의 모든 것들이 그와 함께 살아난다. 마법 같다.
베테랑답게 그는 여유롭게 무대를 쥐락펴락한다. 친구들을 화해시키는 순수 영혼이자 사랑의 천사인 엔젤을 정말 물 흐르듯 유연하게 보여준다. 엔젤의 아픔과 기쁨, 사랑의 호소를 타고 작품의 중심이 잡힌다. 사실 한국의 '렌트'에서 '엔젤' 캐릭터는 김호영이 완성했다. 누가 엔젤을 연기하더라도 그가 만들어놓은 틀이 출발점일 수 밖에 없다. 어찌됐건 이렇게 사랑스러운 '천사'를 만난다는 건 행운이다.
김호영은 대학교 2학년 재학중이던 2002년, 친구 따라 '렌트' 오디션에 갔다가 덜컥 붙어버렸다. 당시 모든 것이 낯설어 어리바리했던 그에게 큰 힘이 돼주었던 선배가 있었다. 우정을 교감하는 파트너 콜린 역의 성기윤. "기윤이 형이 저하고 띠동갑이셨는데 하나하나 알려주셨어요. 이번에 후배들에게 어떻게 다가갈까 고민하다 형 생각을 많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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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진행형인 코로나 19 사태도 비장감을 더해줬다. 공교롭게도 '렌트'에서는 에이즈, '렌트'의 모티브인 오페라 '라보엠'에서는 결핵이 등장한다. 어디서 어떻게 생겼고, 치료약도 마땅찮다는 공통점이 있다. '렌트'의 주제인 '오늘에 충실하라(No day but today)'를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관객들이 죄다 마스크를 하고 있잖아요. '오늘 공연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 최선을 다하자'는 긴장감 속에 하루하루 막을 올리고 있습니다."
'렌트'는 원작자인 조나단 라슨은 안타깝게도 이 작품의 개막을 못 보고 세상을 떴다. "'렌트' 자체가 어찌보면 '날 것'이라고 생각해요. 미완성의 느낌이지만 누구도 수정할 수 없고, 그렇기에 또한 열려있기도 하지요. 그게 바로 '렌트'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연출해보고 싶어요."
김호영은 '렌트'를 비롯해 '갬블러', '라카지', '킹키부츠', '모차르트 오페라락', '거미여인의 키스' 등 색깔이 강한 뮤지컬과 연극에서 개성 강한 캐릭터를 단골로 소화해왔다. 변신을 시도할 생각이 없느냐고 묻자 "이미지를 바꾸겠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없는 듯 해요. 김호영은 김호영이니까요"라고 답한 그는 "나 자신한테 집중하자, 연기가 잘 되고 있는지 그것만 생각하자, 신인 시절 '뭐든 시켜만 주시면~'의 마음으로 돌아가자고 다짐하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신시컴퍼니 제작의 '렌트'는 오는 8월 23일까지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감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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